참말로 좋은 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성석제 선생에게 매료 되어 그의 책 3권을 구입하였다.
성석제 글 읽기에 매료 되었다는 뜻인데, ‘참말로 좋은 날’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선생은 국무총리복권위원회에서 기금을 받아 ‘문학 집배원 성석제의 문장배달’이라는 재미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말로 좋은 날’- 제목부터 가관이다. 참말로 좋은날을 그 특유의 해학과 구수한 입심으로 풀어 놓은 줄 알았더니, 수록된 7편의 중·단편 이야기의 결말 대부분은 인간 군상들의 숨은 삶의 비애와 슬픔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차, 속았다는 느낌보다는 비극이 희극이랑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소설의 소재가 되는 일들은 우리 일상사이며 그 내용은 신문 부고란 한쪽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적혀있는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그 일이 개인사 혹은 가족사로 범위가 좁혀지면 일생일대의 위기가 되는 일이다.
교통사고가 나고, 아들이 무능한 아버지에게 대들고, 자동차가 다리 난간에 걸려 있고, 아내가 연립주택에서 뛰어내리고, 고문과 매질을 하고, 전세금 떼이고, 후배 별장의 냉장고를 털어 먹고, 하는 일들은 지지리 복도 없는 우리 일상에서는 미국 테러보다, 이라크 전쟁보다 당혹스럽고 어려운 일이며 책임자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나섰다가 무력하게 무너진다.
성석제 선생의 이번 소설은 전에 읽은 소설과는 뭔가 다른 기운이 감돈다. ‘참말로 좋은 날’은 제목부터 유머와 웃음을 한껏 증폭시켰는데, 그 안의 내용물은 결말 쯤 하여 스윽~하고 차가운 기운을 목 뒷덜미로 밀어 넣는다. 소재가 남의 일이 아닌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 그리고 나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잔혹한 코미디 일수 있다.
오늘도 전파상 앞 평상을 작업실 삼아 맥주 한잔과 오징어를 질겅거리며, 근질거리는 입심을 추리고 있는 성석제 선생의 다음 글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