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 인간의 꿈을 현실로 만든 인류문명사 160년
오룡 지음 / 다우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우리 부부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자 아이는 잠깐만요, 눈을 감아 보세요 하고 잠시 자리를 뜨더니 자, 눈을 떠보세요. 하며 식탁 앞에 자기가 만든 레고작품을 선보였다.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에펠탑이 위풍당당(?) 서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에펠탑을 만들어 볼 생각을 했지? 예리한 끝부분과 아치형의 모양까지 너무 그럴듯해서 사진으로만 접한 실제의 에펠탑보다 훨씬 실감났다.

 "와! 이걸 진짜 네가 만든 거야?" 하고 한껏 아이를 추켜세워주는 남편.

 "그렇다니까요."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요즘 내가 읽는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에 실린 표지 사진을 보고 만든 것인데 정말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책을 선물받은 보람이 나타나서 속으로 깜짝놀랐다. '아, 이래서 간접체험이라도 다양하게 시켜줘야 되는구나..."

 

사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스을쩍 기가 눌린 판이었다. 시설물과 설계도 중요인물과 당시의 생생한 현장 사진들이 적지 않게 들어있고 엑스포에 관련된 일화나 비화 등의 에피소드들이 부분부분 삽화로 끼어 있어서 정독을 하지 않고 개괄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긴 했지만 요즘따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제대로 마칠까 하는 우려마저 없잖아 있었던 것인데 아이의 깜짝 이벤트로 인해 나는 새삼스레 흥이 나서 어디론가 외출나간 진정과 열정을 서둘러 불러들였다.

 

엑스포 역사 160여년의 궤적을 잘만 훑어가도 학창시절 애매했던 역사의 족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만 같다. 세상에나, 복잡하고 미로같고 지루하기만 했던 역사책 아니던가. 하긴 엑스포의 역사는 정치와 시대사의 숙명적인 한계와 속성이 빚어내는 지지부진과는 정반대의 인간의 최고의 정신과 상상력과 과학과 지성의 결합으로 이어진 발자취이니 여타의 오류많은 역사와는 분명 그 태생부터 다르다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물론 엑스포에서 선보였던 각종첨단 무기류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훼손하여 초기 산업문명과 과학의 진보라는 주제를 지나 근래의 엑스포 주제는 인간과 환경이 주테마가 되고 있다

 

초기 엑스포는 자국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국제주의와 국민통합을 꾀하려는 민족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 제국등에서 잇달아 일어난 엑스포가 그러했고 뒤이어 신흥강국 미국도 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룰만한 강국이 되었다는 자부심과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일환으로 엑스포를 적극 유치했다.

 

엑스포란 어머니를 통해 빛을 보고 이름을 얻게 된 것들은 각 지역의 명물이 된 랜드마크에서 뛰어난 건축가, 전위적인 예술가, 문명의 획을 긋는 발명가는 물론 지금에까지 두루 애용되는 놀이기구는 물론 미싱이나 자동차, 전화, 티비 등 각종 생활 이기와 아이스크림, 케첩, 포도주와 같은 식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현재 파리의 명물이 된 에펠탑은 엑스포를 위해 최초로 기획되었으며 에펠탑의 "에펠"은 시공자이자 건설자 구스타브 에펠에서 따온 이름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또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프랑스의 선물로써 처음엔 횃불을 든 오른팔부분만 전시가 되었던 점도 이채로운 내용이다.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같은 위치에 있으면서 한때 우리의 지배자로 군림한 일본의 경우

1867년 파리 박람회 때 첫 발을 내딛은 이래 꾸준히 세계 각 곳의 박람회에 동양적 특성을 드러내며 유럽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들이 1970년 아시아로선 첫 엑스포 개최국으로써 이름을 올리기 전 조선의 식민통치기간 중 열었다는 수많은 박람회(조선물산공진회란 명칭으로)와 그것을 개최하기 위해 경복궁의 많은 전각을 허물고 궁 본래의 모습을 훼손했다는 삽화를 통해서는 오싹한 전율이 일기도 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치밀한 접근과 계획과 더 나아가 동아시아 패권자로서의 꼼수가 백여년 전부터 이미 주도면밀하게 작동되고 있었으며 우리는 그 계획의 희생양과 시험대의 역할을 맡게 되었으니 말이다.

 

골깊은 반일감정과 별개로 환경 문제에 눈돌린 2005년 일본의 아이치박람회만큼은 생각해볼 점이 많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철저히 순환형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고 박람회장의 폐 구실을 한 '바이오 렁'이란 녹음 벽은 도심과 자연의 공존공생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하에 여수 세계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개최를 앞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어서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왜들 저러나? 싶었는데 그런 것들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란 것을 여기 나온 세계 박람회를 유람하며 알게 되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정책이나 사업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통용-물론 모든 면에서는 아니지만-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는 일 자체에 지나치게 올인하는 점만은 지양했으면 한다. 국민적 정서나 공감대와 상관없이 모호하게 전세계인을 유치하려는 바람이나 노력보다는 우리의 무엇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현하고 형상화할 것인지를 고민하되 연륜깊은 세계무대 선수들에게 배우고 단련함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의 방대한 내용을 총괄적으로 표현하기엔 여러모로 역량이 못미침을 절감한다.

일단 책을 보시라! 세계가 한결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믿고 지지하시라! 당신, 또는 당신 자녀의 발명품이 언젠가는 세계무대에 전시될 것임을, 나아가 주인공이 될 것임을.

 

머리말 중에서

 

....

엑스포는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기술, 자본과 인력이 총동원된 문명 전시장이다. 인간은 박람회에서 정보를 나누고 미래를 가늠하고 공통과제를 논의해 왔다. 박람회의 역사는 근현대사를 꿰뚫는 인류의 궤적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거기엔 평화와 진보를 염원한 지도자들의 미래지향적 안목이 들어 있는가 하면 국가위용을 과시하려는 패권적 욕망이 숨어 있다. 때로는 유력한 통치수단이 되었고 기업과 개인의 돈벌이 사업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엑스포는 이렇게 중층적 의도와 성취욕 속에 성장하면서 인간사 모든 분야에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엑스포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거대한 문명 양식을 만들어 낸 인간 활동상과 그것이 몰고 온 세상의 변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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