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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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참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다. 법조삼륜(판사, 검사, 변호사)의 삶을 꿈꾸는 내게는 일종의 절대원칙과 같이 다가온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여러 번 논의되거나 실시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현 정부 출범 직전까지도 헌법 개정은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그렇다면 헌법이란 무엇인가. 헌법의 함의는 무엇인가. 시민 개개인에게 헌법은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거나 또는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가. 헌법이 먼저인가, 시민이 먼저인가. 질문을 던지자면 정말이지 끝이 없다.

 

과연 현행 헌법은 완전무결한가. ‘그렇다고 답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다. 아니, 애당초 헌법에 결함이 없을 수 있을 리 없다. 헌법이든 법률이든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했을지언정 헌법은 완전할 수 없다. 설령 그것에 가까운 헌법이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그것의 공포와 그것의 적용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다. 실제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예컨대 통진당 해산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건 등 시민들, 학자들, (헌재재판관들을 포함한)법조계 인사들 사이의 법리적 판단은 모두 상이하지 않은가. 헌법은 끊임없이 고쳐져야만 한다. 헌법은 각계인사들로부터 공격받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1948년의 초기헌법이 지향하고자 했던 바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1948년과 1987년의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하여 아래에 각각을 옮긴다. 1948년의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7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는가? 기미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오늘날에도 일부 부정당하고 있는데다 정의인도와 동포애는 1950625일의 비극 이후 요원한 것이 되고야 말았고 각인의 기회 균등은 겉으로만 지켜지고 있다. 한편 1987년의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숨 가쁘게 길고 긴 전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는가? 여전히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집단이 존재하고 물론 이 또한 정치적 자유의 반증으로서 충분히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폐습과 불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아래 당연한 것이 되고야 말았으며 자율과 조화보다는 타율과 획일함이 횡행하는 사회가 되었다.

 

아직도 우리 헌법은 많이 부족하다. 아직도 우리의 의식수준은 1948년의 헌법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헌법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변화했고, 그리하여 오늘날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는 이국운 교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이에 나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헌법을 해석하는 것,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난 헌법을 기억하는 일이다. 1987년 마지막으로 개정돼 1988225일 비로소 시행되고 2017년 현재까지 내려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부디 정의로운 국가가 되기를, 부디 올바른 국가가 되기를, 부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국가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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