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018 시나공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 - 압축! 60개념, 반복! 3단계, 단기! 15일 (특별부록 : 2급이 1급 되는 한국사 전개 과정) 2018 시나공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이건홍.허진.이희명 지음 / 길벗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 첫 한능검에 도전하며,

이 책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한능검 시험장의 부족 등으로

생각지 못한 방해 요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달려가고 있습니다.


가끔 이해가 잘 가지 않거나

어려운 부분들은

무료 한국사 강의나 웹툰 <조선왕조실톡> 등을 통해 보충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기억을 더 탄탄히 하려는 것 뿐이고요.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헌법, 참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다. 법조삼륜(판사, 검사, 변호사)의 삶을 꿈꾸는 내게는 일종의 절대원칙과 같이 다가온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여러 번 논의되거나 실시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현 정부 출범 직전까지도 헌법 개정은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그렇다면 헌법이란 무엇인가. 헌법의 함의는 무엇인가. 시민 개개인에게 헌법은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거나 또는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가. 헌법이 먼저인가, 시민이 먼저인가. 질문을 던지자면 정말이지 끝이 없다.

 

과연 현행 헌법은 완전무결한가. ‘그렇다고 답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다. 아니, 애당초 헌법에 결함이 없을 수 있을 리 없다. 헌법이든 법률이든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했을지언정 헌법은 완전할 수 없다. 설령 그것에 가까운 헌법이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그것의 공포와 그것의 적용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다. 실제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예컨대 통진당 해산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건 등 시민들, 학자들, (헌재재판관들을 포함한)법조계 인사들 사이의 법리적 판단은 모두 상이하지 않은가. 헌법은 끊임없이 고쳐져야만 한다. 헌법은 각계인사들로부터 공격받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1948년의 초기헌법이 지향하고자 했던 바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1948년과 1987년의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하여 아래에 각각을 옮긴다. 1948년의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7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는가? 기미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오늘날에도 일부 부정당하고 있는데다 정의인도와 동포애는 1950625일의 비극 이후 요원한 것이 되고야 말았고 각인의 기회 균등은 겉으로만 지켜지고 있다. 한편 1987년의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숨 가쁘게 길고 긴 전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는가? 여전히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집단이 존재하고 물론 이 또한 정치적 자유의 반증으로서 충분히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폐습과 불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아래 당연한 것이 되고야 말았으며 자율과 조화보다는 타율과 획일함이 횡행하는 사회가 되었다.

 

아직도 우리 헌법은 많이 부족하다. 아직도 우리의 의식수준은 1948년의 헌법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헌법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변화했고, 그리하여 오늘날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는 이국운 교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이에 나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헌법을 해석하는 것,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난 헌법을 기억하는 일이다. 1987년 마지막으로 개정돼 1988225일 비로소 시행되고 2017년 현재까지 내려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다음과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부디 정의로운 국가가 되기를, 부디 올바른 국가가 되기를, 부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국가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마지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 사피엔스가 인류의 발전상을 되돌아본 것에 불과했다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점친다. 소름끼칠 뿐이다. 인류(혹은 인류의 기술)에게 한계는 있는가.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자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더욱 번성할 것인가, 아니면 끝내 종의 끝을 보고야 말 것인가. 이 책은 냉철한 시각으로 인간 집단을 관조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유발 하라리의 한계는 어디인가. 그 상상력, 그 분석력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애초에 큰 관심을 갖고 펼친 책은 아니었다. 전작 사피엔스는 흥미로웠지만 특별히 새로운 명제를 들고 오지 않았고, 따라서 호모 데우스역시 비슷한 문체로 무난한 이야기를 펼칠 것이라 생각했다(물론 사피엔스가 심각하게 별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개 교양도서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그저 일정 수준 이상의 역사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어필할만한 것이 적을 뿐이다). 그저 오백 쪽을 가볍게 상회하는 분량에 걱정이 앞섰을 뿐이다. 다행히도, 유발 하라리는 타고난 이야기꾼인데다 가끔 너무 긴 논의를 하고는 하지만 대개 논제에서 벗어나는 법은 없다. 적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하이라이트를 치거나 하는 등의 수고를 들이지도 않았다. 약간의 지식과 수많은 예시, 그리고 또다시 약간의 사견, 그것은 유발 하라리가 책을 서술하는 일관된 방식이다.

역사서인지 과학기술서인지 모를 구성이 호모 데우스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통째로 무너지기 쉬울 구성이었을 텐데, 의외로 탄탄하다. 그래서 좋다. 사학자가 말해주는 미래학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수십 쪽 분량의 참고문헌에 기반을 둔 합리적 예측, 그것이 좋다. 그렇다고 단정적이지도 않다. ‘이것은 하나의 예측일 뿐이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식에 관한 그의 고찰 앞에서 감탄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이 죽고 인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신성한 존재가 됐으며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가 됐다. 인본주의 매커니즘은 인간이 동물에 비해 무언가 특별하다고 여겨졌기에 작동했다. 마침내 인본주의는 하나의 종교가 됐다. 그러나 만약 인간의 의식이 알고리즘에 불과하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다면, 인간이 신성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고 인권이 불가침의 권리이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지도 못했던 발언, 신선한 충격, 그리고 그에 따른 가치관의 붕괴. 나는 인권 변호사를 꿈꾼다. 다시 말해 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대관절 왜 그래야 하는가?’ 하등 특별할 것도 없는 존재들끼리 특별할 것도 없는 사투를 해대는 꼴이다. 내가 강자의 횡포에 맞서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어쩌면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모습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급격히 허무해졌다. 나는 과연 어느 지점에서 내 삶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가.

과연 인권은 신성한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신성하고 또한 신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한 진리가 아님을 매순간 자각해야 한다.’ 허무주의에 매몰되어 있다가는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것 같아 잠시 생각을 멈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후유증이 심하다. 유발 하라리, 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인지.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한동안 묵혀둘 앞의 질문을 다시 던져봐야겠다. 그에게, 그리고 내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소위 데이터교의 세계가 도래하는 날이 조금만 더 늦춰졌으면 좋겠다. 아날로그적인 생활도 그 나름의 운치가 있는 것이기에. 혁명이 일상의 전복을 의미하듯, 급격한 변화는 누군가의 의식을 파괴할 것이다. 부디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의 삶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간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말시험도 치루고, 하계입영훈련(ROTC) 준비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진로탐색에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요. 끝내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작가에서 기자를 거쳐, 변호사로요. 말하자면 길지만 어쨌든 결론이 그렇게 났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났죠. 삶이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덕분에 끊임없이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단비는 내리게 마련이고, 저는 그 한 모금의 단비를 갈구합니다.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제게 단비 같았던 책입니다.

 

 국제법학자 백충현. 그다지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은 아닙니다. 모험 같은 일상을 꿈꾸는 제게 그의 일생은 지루함 그 자체였죠. 실로 그렇지 않습니까? 허구한 날 논문이나 뒤지고 칼럼이나 쓰면서 오로지 국가를 위해헌신한 사람의 말로는 게다가 참으로 허무했습니다. 지병이 도져 사망.

평탄한 이야기 전개는 꽤나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작가의 역량 같은 걸 비판하고 싶지는 않군요. 눈에 띄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이야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저는 그의 삶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 이충렬 씨와 그것을 세상에 소개한 출판사 김영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땅히 세상에 나왔어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문체나 편집이 어쨌건 간에 참 좋은 소재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기(傳記)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소탈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착한 사람이란, 타인의 불행에 아파할 줄 알고 타인의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마도 백충현 씨는 착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저는 그를 닮고 싶습니다. 롤 모델이라고 할 만한 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기쁩니다.

 저는 일전에 독도 골든벨에 나가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상금에 눈이 멀어 악착 같이 공부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 이후 독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편 백충현 씨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일본의 고서점까지 찾으셨던 분이죠. 저는 동아시아와 환동해라는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위안소 운영의 실태를 사람들에게 전하며 분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편 백충현 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따졌던 분이죠. 저는 한때 UN에서의 근무를 꿈꾼 적 또한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에 치를 떨며 그곳에서의 봉사를 소명으로 여겼었죠. 한편 백충현 씨는 국내최초의 UN 고위직 근무자로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셨던 분입니다. 마음에 든 이의 족적을 따라가 봅니다. 어딘가 닮아있는 듯해 뿌듯합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길(법조계)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삶의 원칙이라고나 할까요. 그것만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아파할 줄 알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저는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백충현 씨로부터 저를 찾습니다. 저는 그를 본보기 삼아 살아갈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
새뮤얼 헌팅턴 지음, 형선호 옮김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놈의 미국, 미국, 미국.

 

미국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인지 알고 싶었다. 왜 정치인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지, 왜 대부분의 학문이 미국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점에서 미국을 배워야 하고, 어떤 점에서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될 줄 알았다. 진부한 미국사 따위로부터가 아니라 미국인의 눈으로부터 미국의 오늘을 보고 싶었다. 그저 실감나는 현실정치와 마주할 줄 알았다.

 

판단 미스였다. 표지와 목차만 보고 야심차게 선택했건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펼쳐지고 있는-미국과 관련된 이슈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다루는 책이라기보다는 저 깊은 곳의 뿌리를 다루는 책에 가깝다. 그 탓에 지루하기도 하고, 피상적이기도 하다. ‘2017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됐다. 정작 저자(새뮤얼 헌팅턴)는 오바마와 트럼프, 어느 한쪽의 당선도 못 보고 오래 전에 타계해 버린 것을. 결국 이 ‘2017 스페셜 에디션은 저자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족히 9년 묵은 책이다.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보고 눈치 챘어야 했다. 이 책은 학술논문에 가깝다. 그것도 대단히 두꺼운 학술논문에 가깝다. 학문적 가치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대중성 또한 지녔는지 굉장히 의문이다. 마치 실제로는 대단히 똑똑한데 학생들 보기에 형편없는 교수님과 마주한 느낌이랄까. 책의 절반을 넘어갈 때까지도 저자는 미국, 그 위대한 국가의 정체성을 파헤치는데 여념이 없다. 아니, 애초에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성만 말한다. 이건 건국의 아버지들이 살던 때로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의 정체성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 정체성을 논하는 사서(史書)임에 다름이 아니다.

 

대중성과 관련해 이 책은 적어도 세 가지 면에서 취약하다. 첫째, 엉터리 번역이다. 엉터리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술술 읽히지 않은 것은 8할이 번역 탓이다. ‘학부생이 번역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도 가졌지만 확인해보니 전문번역가가 번역했더라.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어떻게 이다지도 성의 없는 번역을 한 건지. 한눈에 봐도 번역 톤의 연속이다. 역자를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잡한 번역은 원문의 뜻을 그대로 전해주기는커녕 원문의 뜻을 훼손하고 만다. 이 책에서도 원문의 가치는 많이 훼손된 것 같다. 다음으로, 이것은 새뮤얼 헌팅턴의 작법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데, 너무 학자적이다. 인용문구가 어찌나 많던지. 수많았던 시기별 설문조사결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과학적인 접근은 좋았지만, 내내 출처만 밝히다 끝난 것 같다. 도대체 새뮤얼 헌팅턴 고유의 의견은 어디에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이 역시 옮긴이에 대한 비판이 되고야 말 것 같은데, 책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출몰한-그러나 생소하기 그지없었던 몇몇 개념들에 대한 추가설명이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사정을 잘 모르는 (우리 같은)외국인들을 배려했어야 했다. 그 점만 보완해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그러나 이 같은 총체적 난국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아주 못 읽을 책은 아니다. 특히 논문형식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학부생들이라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만약 당신이 미국이란 나라의 형성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오늘의 미국사회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도서 정도의 수준에서 활용하라. 일의 단위까지 적혀 있는 친절한 수치들 따위는 건너뛰어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