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의 삶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간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말시험도 치루고, 하계입영훈련(ROTC) 준비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진로탐색에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요. 끝내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작가에서 기자를 거쳐, 변호사로요. 말하자면 길지만 어쨌든 결론이 그렇게 났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났죠. 삶이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덕분에 끊임없이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단비는 내리게 마련이고, 저는 그 한 모금의 단비를 갈구합니다.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제게 단비 같았던 책입니다.

 

 국제법학자 백충현. 그다지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은 아닙니다. 모험 같은 일상을 꿈꾸는 제게 그의 일생은 지루함 그 자체였죠. 실로 그렇지 않습니까? 허구한 날 논문이나 뒤지고 칼럼이나 쓰면서 오로지 국가를 위해헌신한 사람의 말로는 게다가 참으로 허무했습니다. 지병이 도져 사망.

평탄한 이야기 전개는 꽤나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작가의 역량 같은 걸 비판하고 싶지는 않군요. 눈에 띄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이야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저는 그의 삶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 이충렬 씨와 그것을 세상에 소개한 출판사 김영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땅히 세상에 나왔어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문체나 편집이 어쨌건 간에 참 좋은 소재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기(傳記)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소탈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착한 사람이란, 타인의 불행에 아파할 줄 알고 타인의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마도 백충현 씨는 착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저는 그를 닮고 싶습니다. 롤 모델이라고 할 만한 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기쁩니다.

 저는 일전에 독도 골든벨에 나가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상금에 눈이 멀어 악착 같이 공부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 이후 독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편 백충현 씨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일본의 고서점까지 찾으셨던 분이죠. 저는 동아시아와 환동해라는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위안소 운영의 실태를 사람들에게 전하며 분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편 백충현 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따졌던 분이죠. 저는 한때 UN에서의 근무를 꿈꾼 적 또한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에 치를 떨며 그곳에서의 봉사를 소명으로 여겼었죠. 한편 백충현 씨는 국내최초의 UN 고위직 근무자로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셨던 분입니다. 마음에 든 이의 족적을 따라가 봅니다. 어딘가 닮아있는 듯해 뿌듯합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길(법조계)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삶의 원칙이라고나 할까요. 그것만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아파할 줄 알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저는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백충현 씨로부터 저를 찾습니다. 저는 그를 본보기 삼아 살아갈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