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박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내 여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수 있게 해주고, 앞으로 나가올 나의 여행에 나침반을 제공해준 책.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늘어난건 '눈치' 뿐이었다.

사회에서 강요하고 주변에서 원하는 내가 맞는지, 상대방이 만족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응을 살피는 '눈치'만 늘어왔다. 그래서였을까, 지난번 '배낭여행'이라는 이름하에 떠났던 내 여행은 일상속에 녹아내린 '눈치'가 계속 이어졌고 결국 나는 그 여행을 평가하길 '실패'라고 여겨왔다. 그곳에서조차 사람들이 원하는 여행객의 모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닉하고 생각하며 돌아다녔던 내모습이 실망스럽지 않을수가 없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이들로 가득한 낯선 장소에서조차 나만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 여행은 무슨의미가 있었을까? 여행하는 내내 뭔가 여행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 '자유'의 결핍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중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몰랐고 자연스레 그 자유를 누릴수도 없었다. 바보처럼. 이번 여행엔, 진정 그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이런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닌건 책의 첫 시작부터였다.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내 여행속의 자유의 결핍을 꼬집어주는 것 같았고 그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다.

"뚱뚱한 여자도 쫄티를 입을 수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잡고 연애를 할수있는 것, 바로 자유"

여행을 1주일여 앞두고 '히피의 여행바이러스'를 읽게 된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난번 여행에 대해도 생각하고 반성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며 더불어 앞으로 내가 여행에 임하는데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하겠다는 생각들이 마구 솟아나고 있다.

그래도 지난번 여행이 그나마 100% 실패는 아니라고 말할수 있는건 바로 '골목탐험' 이었다. 여행의 목표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들여다보기'였던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정도였고 지도를 보며 직접 도보로 골목골목 걸어다녔었다. 이 도시의 모든 길을 걸어보겠다는 일념을 정말 죽어라고 걸어다녔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골목탐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만의 여행을 만드는 가장 쉬운방법, 그것은 바로 골목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다. 일상이 지루할수록 골목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라.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보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저자의 여행비법중 하나가  바로 '도보' 였음에 괜한 동질감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나에겐 자세하게 들여다볼 적극성과 누릴줄 아는 자유가 결핍되어 있던지라 만날수 있었던 소소함들은 풍부하지 못했지만, 뜻밖에 나타나는 보석같은 풍경들과 사람들의 모습은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 내가 박물관 등에 큰 관심이 없어서이긴 하겠지만 그때 사용했던 입장료들을 차라리 여행기간 연장에 사용해서 더 많이 걸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본다.

여행 후 기억을 더듬어보면 결국 남아있는건 유명한 관광지의 모습, 화려한 도시의 모습들이 아닌 다름아닌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느낌이다. 대략 '실패'라는 평가를 내렸던 여행이었기에 많은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나를 스쳐간 인연들은 많았다.

여행 시작부터 길을잃고 헤매 울기직전인 나를 숙소까지 직접 바래다준 이름도 모를 빨간머리 아주머니.
나의 위층 침대에서 삐걱거리며 신나게 코를 골며 자던 덩치좋던 백인남자.
나의 위축된 마인드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대만 여성.
맥도널드에서 꾸역꾸역 식사를 하던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꼬마아이.
숙소에가는 버스에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시던 할머니.
같은방 숙소를 썼던 한국인 언니.
한달전 사하라 사막에서 젊은 남자와 결혼을하고 넘어온 노르웨이 아주머니.
혼자 노르웨이로 여행을 오신 80대 오스트레일리아 할머니.
..등등.

책 속의 다양한 만남들을 보면서 느낀건, 여행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매력은 정말 강렬하다는 것.
이 책을 좀더 일찍 봤더라면 유럽이 아닌 사람냄새 물씬나는 터키나 동남아쪽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냄새 나는곳이 좋다. 사람냄새 나는곳을 원하기 때문에 난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서로 눈치볼 필요도 없고 위축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나갈수 있으니까.

"앞만보고 달렸던 내 인생이 너무 안타까운거야.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어."

저자가 여행중 만나셨던 어느 중년의 남성분처럼 나중에 억울해하지 마시고 용기내어 자기인생을 찾아 떠나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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