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행복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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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자기개발서의 제목에 ‘행복’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도 제목만 봐서는 무슨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네 명의 여자의 각기 다른 삶과 고민을 통해 우리에게 여자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나기코는 온순하고 선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그녀를 더없이 사랑하는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신체적 문제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점과 고등학교 때 처음 사귄 대학생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부부관계를 할 수 없어 남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나기코보다 더 가슴아픈 것은 나기코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 같다. 자식에게 정상적인 몸을 물려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위에 대한 미안함,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나기코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사위 앞에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키코는 속도위반으로 딸 아이를 가지고, 연하의 남편과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렸다. 무심한 남편과 하루 종일 자신을 괴롭히는 딸, 답답한 시골생활에서의 탈출을 위해 그녀는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 악플러가 등장하여 그녀의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뒤흔들어놓게되고 그녀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와 동시에 딸 아이 나쓰미가 발열과 반점을 동반한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게 되고, 병원을 찾아 헤매다 이웃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현실의 삶에 무관심했었는지 블로그에서 자신이 자랑한 삶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답답하고 무례하다고만 생각했던 이웃 사람들의 친절에 감동하면서 그녀는 블로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솔찍한 심경을 토로하고 앞으로의 활기차고 진솔한 삶을 다짐한다. 심심할 때마다 가끔 웹서핑을 하는 나는 여러 블로그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많은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런 블로그들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키코의 변화 과정은 그동안 내가 온라인상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보여주었던 모습들에 대해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독신녀 세이코는 늘 자신만만하고, 실패의 경험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으로써 비교적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해 나가지만, 자유롭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포기할 수 없어 연인을 떠나보내고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가끔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어머니 사키코의 가장 중요한 의논상대이지만, 자신이 어머니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해하기도 한다.

어머니 사키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심히 살아온 엄마의 전형이다. 한평생 세명의 딸과 남편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녀들이 모두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삶을 이룬 후에는 그동안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아쉬운 생각이 든다. 딸과 이모의 집으로 느닷없는 가출을 해서 무뚝뚝한 남편에게 귀여운 시위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걱정되어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들러 청소를 해주는 모습이 말과 행동보다 훨씬 따뜻한 그녀의 성품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네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나는 사실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를 정확히 깨닫지 못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행복은 정의내릴수도 없고,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지도 않지만, 그리 먼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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