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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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서야, 작가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녀는 나의 예상처럼 밝고 환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모르는 부분은 채워 가며, 내가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지식과 연결해가며 이해하려 애를 쓰고 읽었지만, 나는 자주 읽다가 멈춰서야 했다. 단어를 검색해보고, 인물에 대해 찾아보며 더듬더듬 책을 읽어내려갔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수업도 여러 번 했고, 인권에 대한 수업도 많이 했지만, 사실 동물과 인간을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 이렇게 치열한 것인줄은 몰랐다.

공장식 사육때문에 동물들이 살고있는 공간의 협소함, 더러운 환경 등만 생각했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먹기 좋은 종으로 '만들어'지는 것까지는 몰랐다. 아니, 더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이 세계에서는 인공수정과 유전자조작으로 각 '계급'에 맞는 사람들로 태어나고 길러진다. 일하는 다수의 하위계층에게는 뇌의 산소포화도를 줄여 지능을 낮춘다. 또한 일을 할 때 필요없는 꽃(자연)이나 책을 가져다 놓은 뒤,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전기충격을 줘서 관심을 차단한다. 우리는 이 세계가 끔찍하다고 말하면서, 이미 동물들에게는 이런 세계를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처음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된 '닭을 실은 트럭'에서 시작해 글의 말미에는 보조견 '베일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들은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이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 역시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내가 동물을 먹고 있기때문에 동물보다 낫고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동물과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인간은 모두 부족한 존재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동물과 인간이 의존적으로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일상을 살았듯이, 내일도 나의 일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육되는 동물들은 오늘도 수없이 알을 낳고, 사료를 먹고, 도축당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하지만 내가 그 동물들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는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고기가 아니라, 숨 쉬던 하나의 생명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며 잘 포장된 고기 코너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우리의 삶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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