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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정문
동인서원 출판부 엮음 / 동인서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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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독해공부를 위해 구입했습니다. 다른 논어 해설서를 통해 학습후 원문만 기재된 사서정문으로 복습을 하는 용도로 사용중입니다. 주자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원문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입니다. 가죽장정에 굉장히 고급스러운 양질의 종이에 인쇄하여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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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해석 사전 - 허사 1000자로 익히는 한문 해석의 모든 것
김원중 엮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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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나 시, 에세이 등과 같은 문학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위 고전이라 불리우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작품의 경우 하나의 작품일지라도 판본에 따라 혹은 새로운 시대적 배경 및 분위기에 따라 여러 역자들의 번역 또는 편저 등으로 출판이 되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비교해가며 골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원래 우리말로 된 작품이 아닌 이상, 원저자 이외에 유명 교수, 학자, 연구원, 전문 번역가를 비롯하여 00 대기업 임원 역임 등의 직함을 가진 분들 등 여러 부류의 역자들을 함께 만나게 된다. 하나의 원문을 놓고 시대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또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기에, 어느 누구의 견해를 좇을 지 역시 독자의 몫이며 한편으로는 독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요즘은 워낙 훌륭한 역자들의 덕분에 해석본만 읽어도 일반인으로서 원전의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졌다. 그러나 동양의 고전에 속하는 책들을 탐독하다보면 '원문을 통해 직접 원저자와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해당 언어를 구사한다거나 한문을 다소 익힌 세대의 경우라면 더더욱 이러한 충동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취미로 즐기는 독서이고 학습이다 보니 항상 아쉬운 것은 명쾌하게 의미나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 문장이나 구절을 만났을때 어디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다만 여러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고는 결국 머릿속에 모호한 의미와 형태로 그냥 그렇게 묻고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본인은 중국어 및 한문관련 국내외의 여러가지 공구서들을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개정판이 나온 김원중 선생의 한문해석 사전에 또 다른 기대를 걸어 보고 싶은 마음에 새로이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고 구매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의 선택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약 보름간 옆에 두고 사용해 본 본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몇 자 적어본다.

 

   후기에 앞서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여러 출판사들을 거치며 몇 차례 개정이 되어 나오고 있다. 그 동안의 평가중에는 편저자가 중국에서 출판된 모 허사사전을 아주 통째로 베꼈다, 학부생이 그냥 저냥 하다 만 것 같은 오류를 담고 있는 해석이 군데 군데 적지 않다, 개정판이 나올때마다 짜깁기 식의 예문 추가로 인해 일관성이 떨어진다 등등 인터넷상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책이다. 특히 연세대학교에서 편찬한 허사대사전과 많은 비교가 되기도 한다. 본인은 그동안 연세대학교 허사대사전을 사용해왔기에 두개 사전을 비교한 리뷰도 가능하나, 해석상의 오류라든지, 어느 책이 어떤 면에서 더 낫다는 등의 평가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을 알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가급적 새로 구입한 한문해석사전의 편의성과 아쉬운 점 등을 위주로 다루고자 한다. 

 

   여러가지 특장점 중에서 본인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첫째로 일반 사전과는 상당히 다른,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편집과 구성이다. 특히 책 앞머리의 일러두기 4번 항목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실사의 의미를 겸하는 허사는 [참고]란을 두어 해당 허사의 용법과 비교 대조함으로써 해석상의 혼동을 막고자 했다."라는 부분이 매우 편리하다.

   일례를 들어 庶(무리 서) 자를 찾아 보면, 부사로 ①'바라건대'와 ②'아마도' 두가지 의미의 다양한 예문과 함께 주된 용례가 설명되고 그 다음에 [참고]란에 해당 글자의 실사용법을 같이 설명하고 있다.

 

< 庶(무리 서)자 설명>

 

 <참고란의 실례>

 

   위의 사진과 같이 참고란에 실사로서의 의미 및 용례를 같이 둠으로써 문장해석을 위한 기능적 의미를 확인하고자 특정 글자를 찾을 때, 소위 옥편이라고도 불리우는 일반 자전과 허사사전 두개중 어느 것을 먼저 찾아봐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물론 경우에 따라 자전과 허사사전을 둘 다 봐야 하는 때도 많지만...) 즉, 일정부분 자전의 기능을 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연세대학교에서 나온 허사대사전과의 차별성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둘째,  김원중 선생의 우리말 해석 문장은 대체로 직역에 가깝다. 그리고 최대한 원문의 글자순서를 지켜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해석 스타일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본인은 그의 책을 여러권 읽어 보았기에 그의 문장 스타일에 어느 정도 익숙하기 때문일 수 도 있으나, 본인과 같이 아직 한문 해독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 전체 맥락을 따지기 전에 우선적으로 축자적 해석을 위주로 하다보니 이런 해석 스타일이 한문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셋째, 예문 내에서도 설명하고 있는 허사 글자와 그 글자의 우리말 해석부분만 다른 색과 굵은 글씨체를 사용하여 매우 눈에 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예문속에서 해당 허사의 용법을 빠르게 훑어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책의 모양새를 들 수 있다. 성경책이나 일반 사전에 사용되는 얇디 얇은 종이가 아닌 양질의 고급 종이를 사용하여 아주 매끄럽고 형광펜이나 볼펜등으로 표시를 하거나 필기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사전류들이 한 페이지를 좌우 이분할 하고 작은 크기의 폰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각각의 페이지가 통으로 되어 있으며, 일반 책자의 글자크기 정도로 폰트가 크게 인쇄되어 있어, 편집이 답답하지 않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어, 노안으로 인해 사전을 보기 힘든 분들에게는 특히나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위와 같이 여러가지 장점들이 많지만 불만족스러운 부분 또한 적지 않다. 높은 가격과 책의 장정이 특히 그렇다. 정가 69,000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번 구매하면 아주 오랜 기간 사용하게 될 공구서가 이 정도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죽장정을 사용한 것도 아니며, 또한 케이스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얇은 종이 커버 한장 씌운 일반 양장본 도서와 같은 수준이다. 결국 맨위의 사진처럼 별도의 포장 비닐을 구매하여 씌워서 사용중이다. 이 점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휴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필요시 가끔 꺼내어 보는 사용자라면 몰라도, 학생들의 경우 1,400여 페이지에 해당하는 두꺼운 양장본 서적을 케이스도 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사용하기에는 대단히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일반 사전류와 달리 인문서적처럼 다가가고자 하는 컨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개정판 이전글항아리 때부터 장정에 대한 이와 같은 구매자들의 반응이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개정판에서도 역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공구서의 경우 어느 책을 선택하느냐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국은 구매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이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본인의 경우 그 내용이 만족스럽고, 눈에 보기 편한 관계로 곁에 두고 오래도록 함께 하게 될 공구서라 생각한다. 또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다음번 개정때는 내용면에서도 형식면에서도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래 본다. 

 

※ 본 리뷰는 편저자와 일면식도 없으며, 협찬같은 거 전혀 없는, 순수하게 개인의 소중한 용돈으로 책을 구매하여 사용중에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후기로, 구매를 고려중인 분들이라면 본 리뷰의 내용을 참고하여 가급적 오프라인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후 자신의 구매용도에 맞는지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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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2021-11-2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 판 허사사전은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그것을 검토도 없이 그대로 출판한 것 같아서 책을 구매한 것을 후회했고, 그래서 개정판이 나와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매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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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고는 이번엔 현대의 중국인 학자 입장에서 쓴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 노자강의를 골랐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거슬리는 단어, 표현들이 너무 많아 집중하기 어렵더군요. 예를 들어 현대중국어에서 '启发'라고 하면 우리말에서 많이 쓰이는 자기계발 등의 계발과는 많이 다르게 주로 ''깨우침', '깨달음' 또는 '영감' 등을 의미하는데 이걸 그냥 '계발' 이라고 옮겨 놓으셨더라구요. 그래서 누구 누구에게서 계발이 있었다 혹은 계발을 받았다 등의 문장은 너무 어색하고 문맥을 흐트려 놓아 독서를 심하게 방해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文化程度'는 '학력수준'을 뜻하는 데도 불구하고 글자 그대로 '문화정도'라고 번역을 하다니...현대중국어를 조금만 배워도 절대 이렇게 번역하지 않습니다.

 

   노자철학이 원래 그 내용 자체가 심오하여,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백가강단의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책으로 펴냈는데, 이번 경우와 같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 어떤 독자는 이를 번역에 기인한 것으로 알지 못하고 원문 내용이 어렵다거나 본인과 맞지 않는 책 또는 철학사상으로 치부해버릴 가능성도 발생합니다.

 

   손성하 이분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철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으셨다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이분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한 철학저서를 쓴다면 모를까 번역가로서는 글쎄요... 김영사에서 번역가 섭외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출간된 시점이 이미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요. 백가강단의 훌륭한 강의들을 다양한 책으로 만들어주신 김영사에서 시리즈로 내주신 책들중 최악입니다. '00강의'라는 이름으로 그동안의 이중톈, 왕리췬 등 명사분들의 명강의를 우리말로 옮긴 좋은 책 시리즈라는 이미지가 이 책 하나로 끊긴 느낌입니다.

  

   참고로 노자관련하여 많이 공부하신 다른 분이 개인 블로그에 올리신 글중에 이 책의 중국어 원본인 老子與百姓生活과 번역본인 이책 노자강의를 비교한 내용이 있습니다. 도덕경 원문번역 및 현대 백화문번역 양쪽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며, 그 논거들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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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자(루페) - 라인_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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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직접 보고 하일라이트는 눈이 좀 피로해 보일 것 같아 레드 라인으로 구매했는데 아주 깔끔하게 잘 보입니다. 작은 글씨로 된 각주를 볼 때(특히 작은 폰트의 획수 많은 한자의 경우) 확대되어 보여서 읽기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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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팔봉 초한지 세트 - 전3권
견위 지음, 김팔봉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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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가장 인기 있는 외국소설은 아마도 삼국지(삼국연의)가 아닐까 싶다. 후한 말 약 100여년간의 기간에 출현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영웅들의 부침 등이 세상 덧없음을 보여주어 시간차를 두고 읽을 때 마다 본인의 연령, 상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인물들이 눈에 띄고 이로 인해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해주니 여유가 생길 때 거듭 읽어볼 만 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견으로볼때, 중국의 외교부 공식 발표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 대부분 전고가 있는 이야기에서 가져오고 있는 것을 자주 접하면서 중국에서는 삼국연의보다 그 프리퀄 성격이 강한 서한연의가 더욱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동주시대(춘추전국시대)가 저물고 진시황의 통일로 혼란에서 안정으로 바뀐 듯 하나 진시황 사후 급격히 몰락해 버린 통일제국 진나라그 멸망을 위해 앞다투어 달려온 두 영웅의 이야기가 바로 서한연의 이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지의 영향 때문인지 초한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시절부터 사마천의 사기를 탐독해왔고 그래서 초한지 또한 정비석, 이문열 등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여러 차례 읽고 또 읽곤 했다. 그러던 지난 2019년 교유서가에서 나온 김영문의 원본 초한지(3)가 출간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초한지의 개념이나 위상 또한 크게 바뀌었고 이문열의 초한지가 출판사와의 문제로 현재 절판된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 김팔봉 초한지가 재출간 되었다. 6·25전쟁이 막 끝나고 휴전상태에 있던 1954 3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통일천하라는 이름으로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1984년에 초한지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단행본으로 펴냈던 것을 다시 현대적 감각으로 일부 교정한 후 무려 36년만에 재 출간되었다고 한다. 최초 연재 시점부터 계산해보면 66년만이다.

  

  김팔봉 초한지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조선시대에도 언문본이 있었으나 현대에 번역된 초한지의 효시에 해당하면서도 그 저본을 밝히지 않아 창작소설인지 번역소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초한지가 원래 10권의 분량이 나올 소재는 아니고 예전에 읽었던 김팔봉 초한지 딱 이 정도가 적당한 분량이다라는 이야기 등등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내겐 이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던 80년대 후반에 이미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고려원에서 나온 정비석 초한지 뿐이었다. 고증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사실 읽는 재미도 있었고 아마 무엇보다도 3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소설 손자병법의 성공과 더불어 고려원에서 당시 TV광고도 많이 하고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간 궁금해 하던 책의 재출간 소식을 듣고 지난 연휴기간을 이용해 인근에 새로 문을 연 구립도서관에서 빌려와 세권을 완독했다. 책을 읽기 전, 요즘처럼 번역본도 다양하고 해외의 원본을 직접 구하기도 쉽고 인터넷에도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닌, 66년전 그 옛날, 아마도 일본어로 된 책을 한국어로 옮긴 중역(重譯)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새롭게 나온 책의 서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변형된, 어떤 번역보다도 역자의 노고가 깊게 서려있는 팔봉 선생의 초한지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 의혹은 더욱 커졌다. 완전 옛 고어체로 일관하거나 중국역사소설답지 않게 일본식 한자 표현 등이 나오거나 혹은 이름만 초한지 일뿐 완전히 새로운, 즉 전혀 초한지 답지 않은 조선후기 홍길동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등등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사마천의 사기 완역본을 구입하여 원문과 함께 독파하고 중국CCTV의 백가강단에서 왕리췬, 이중톈등 스타강사들의 사기 및 초한지강의까지 섭렵하고 난 후인지라 나에겐 아마도 약간의 거만한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일독한 결과는 우려했던 바와 많이 달랐다. 일본식 번역문투는 커녕 오히려 중국고문체의 느낌도 일부 살아있다. 역시 책은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는 게 맞나 보다.

 

 

  예상과 달리 스토리 전개는 비교적 원본 서한연의에 충실한 편이며 각주나 삽화, 한시, 옮긴 이의 개인적 평가 등이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이 부분은 독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다보니 쉬운 문체로 스토리에만 집중하여 속도감 있게 서사를 즐기기에 적합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4장의 컬러 지도가 들어 있어 시기별 세력의 변화가 한 눈에 들어와 읽기에도 매우 편했고 표지 디자인도 매우 깔끔할 뿐 아니라 매 권 말미에는 주요인물 해설이 있어서 초한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출판사측에서 많은 배려를 한 듯 하다.

또 한 편으로 재미있는 점은 호칭과 관련해서이다. 예를 들어 사또나 이방과 같은 관리의 호칭이 나오는데 역사적 고증을 떠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꽤 독특했다.

굳이 아쉬운 점을 들자면 지명중에서 형양성을 영양성으로, 오창을 고창으로 표기한 것은 다소 혼란스럽다.

 

  김팔봉 초한지는 특히 일부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묘사,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밀한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또는 정사와의 비교나 역사평, 후세의 평가를 나타내는 한시 및 시가 등이 없어 부담없이 재미있게 초한지를 즐기고 싶어하는 분들의 입문용으로 적합하다고 보며, 학생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어린이용을 제외하고, 정비석 초한지, 이문열 초한지, 김영문 원본 초한지 이렇게 거의 셋으로 나뉘어진 초한지 시장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선택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 하다. 책날개를 보니 김팔봉 수호지 10권짜리가 곧 출간 예정이라 하는 바, 팔봉 선생의 술술 잘 읽혀지는 글 맛을 본 이상, 언제인지 모르지만 출간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래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의미있는 판본을, 재출간을 통하여 오늘에 다시 되살려놓아 새로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해준 문예춘추사측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신은 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잘 쓰옵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경이 짐에게 사로잡혀왔는가?"
"폐하께서는 군사는 잘 쓰시지 못하오나 대장들을 잘 쓰시는 까닭이옵니다. 이때문에 신이 사로잡힌 것이옵니다. 그리고 폐하는 인력으로 항거하지 못할 만큼 하늘의 도우심이 있는 폐하이시옵니다."
황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겉으로 유쾌한 듯이 크게 웃기는 했으나 황제의 마음속에서는, 한신이 자신을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더욱 의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날, 한신은 황제 앞에서 물러나와 집에 돌아가서도 마음이 유쾌하지 못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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