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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의 비밀 1
아르망 지음 / 이야기동네 / 2023년 2월
평점 :
네이버 웹소설 부문 챌린저 리그1위, 베스트리그 최단기 상위권 진입이라하여 표면적으로는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문구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줄거리가 흘러가서 좋았습니다. 흔한 뱀파이어 스토리에 익숙한 독자로서는 그 자체가 반전인 셈이죠.
한국 사회를 비트는 내용이 깔려 있고, 타락과 구원을 떠올리게 하는 전개는 너무 심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잘 읽힙니다. 아마도 성장기 청소년의 관점이라서 더 그렇겠죠? 은희경 <태연한 인생>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독특하면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이 작품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 같기도 합니다. "타락한 기득권의 세계가 청춘의 순수함을 파괴하는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고요. 요즘 작가들은 위기라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말초적인 이야기만 다뤄요. 폼만 잡고, 아니면 괜히 시니컬하고. 인간 구원 같은 큰 주제와 감동적인 서사가 없잖아요. 이런 식이라면 문학은 끝장이에요."
죽음을 기다리도록 태어난 무력한 존재인 인간이기에 매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면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끝이지만, 작가는 능동적으로 다른 생을 창조해 내고, 독자는 수동적으로나마 작가가 만든 세상 속 다른 이들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겠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것들과 결코 마지막이 아니라고 믿는 것들이 한데 섞인 채로 사는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생각해 봤을, 하지만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 ’불사의 존재가 되는 꿈이’나 민주의 ‘초인적’인 능력도 책을 읽는 내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유쾌한 판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정독으로, 두 번째는 (본의 아니게) 속독으로 읽어내려가면서 '있을 법하지 않지만,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한 타인의 삶'을 두 번이나 살아 볼 수 있어서 모처럼 즐거웠습니다.
두서없는 후기~^^
많이 많이, 널리 널리 읽히면 좋겠습니다.
“팍스 밤피르(Pax vampire)!”
P9/ 다시 강조하건대, 나는 이책이 세상을 바꾸는데 정신적인 단초가 되길 바란다. 책의 내용이 충분히 혁명적인데도 내가 굳이 혁명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혁명’들이 보여준 배신과 변절때문이다. 진정한 변화는 폭력으로 붉은 피를 뿌리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감동을 주며 세상을 맑고 푸르게 물들이는 것이다.
정확이 말하자면, 우리가 영생불사의 뱀(vam)균을 자살직전의 인간들에게 주입해 불멸의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눈빛가 마주치지 않으려 목덜미를 주로 공격했습니다. -파스칼
내년 1월1일에 최초의 뱀파이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현재 인간들의 수가 68억명이니 한달에 한번 사람의 피를 빨아 마신다하더라도, 뱀파이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32개월이 지나면 ,뱀파이어수가 42억9496만7296명으로 남아 있는 사람의 수를 넘게 되고, 33개월이 되면 인간들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200여년전 토머스 맬서스가 인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인위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서구중심의 인종주의적 우생학이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 종족들이 그의 인구론을 새겨들어야할 때입니다.
우리 뱀파이어 동족은 인간과 평화공존을 위해 다음과 같이 5대 강령을 천명하고자 한다.첫째, 인간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할 친구이며, 우리는 절대로 인간의 피를 탐하지 않는다. 둘째….
사실 우리 뱀파이어의 증상과 프로피린 환자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가 인간의 피를 마심으로써, 또 약을 먹음으로써 우리의 결핍을 채우는 반해, 포르피린 환자들은 오로지 약에 의존하거나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는 거지요
아시다 시피 우리는 뱀파이어가 된 순간부터 성의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더이상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적소수자인 LGBT도 아니고, 그냥 성으로부터 완전 이탈했습니다.
우리가 인간과 더불어 피와 DNA를 서로 나눈 것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이뤄진 인류애적인 교감이었어.민주가 즐겨본 소설과 영화에서는 뱀파어는 가해자고, 인간은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건 전혀 사살이 아니야. 뱀파이어나 인간 모두 리비도적인 쾌감을 얻은거지. 인간은 늘 갈망해온 영원불변의 꿈을 실현하여 일종의 나르시시즘적 리비도를 충족할 수 있었지.
원래 시간은 생명체마다 다르게 흐르게 되어 있어. 인간의 수명과 강아지의 수명, 그리고 하루살이의 수명이 다르듯이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과 그 흐름의 속도는 서로 다른거지. (…) 그러니까 하루살이의 수명은 극히 짧지만, 그 하루동안에 탄생과 유아기, 청년기, 성년기, 노년기 그리고 늙음과 죽음이라는 압축된 삶의 과정을 겪게 되는거지.
"우와! 잡스가 뱀파이어들의 도움을 받았던거예요? 어쩐지…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상의의 하프 터틀넥을 즐겨입었던 그를 볼때마다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뱀파이어의 송곳니 흉터를 감추려고 했겠죠?"
아담이 이브가 한 입 먹고 건네준 금단의 사과를 먹고, 닭장같은 에덴의 동산에서 벗어나 인류의 시초가 되었으나 그후 인류는 전쟁과 증오, 기아와 살인으로 얼룩졌고, 그후 혼돈에 빠진 인류를 스티브 잡스가 한데 묶으려 사과의 지혜를 빌렸으나 정작 인간계는 고독과 소외로 고통받는 신세가 되었어….우리는 너와 더불어 인간계에 결핍된 공감력을 다시 재생시킬거야.
빨간 사과만 그리던 세잔이 오베르 쉬르 오와즈라는 작은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에게서 동방의 조용한 나라에서 토마스 신부의 순교소식을 들은 뒤에 애도의 기도를 하다가 신의 현몽을 받아 그린 그림이 저 푸른사과였던 거야.
껍질만으로 본질을 파악할 순 없어. 푸른색은 진정한 과일 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빨간색이 선명할수록 탐스럽고 맛있다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이 만든 허상이야. 고개를 들어 저 높은 푸른 하늘을 보면 느낄 수 있을거야. 오로지 푸른색만이 너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정직한 색이며, 붉은색이나 주황색은 너에게 거짓과 탐욕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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