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몇 개 연달아 오면서 한 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늦은 여름 더위를 식히려고 골랐던 책인데 생각보다 오래 붙들고 있었다. 태풍에 큰 비가 내리던 날 가방째 젖어서 물에 불은 책을 며칠 더 붙잡고 있었다.비밀이란 소재도 흥미로웠고, 사람들의 이중성이 씁쓸하면서도 여운이 길었다. 가족이란 게 얼마나 위태로운 사회 환경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밀이 던진 돌에 인 파문에 연쇄적으로 반응한 사람들 모두 평범한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불쌍하진 않았다. 그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개자식이어서 왠지 더 형편없게 느껴졌을 뿐이다.
진화가 아니라 퇴보 아닌가?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덴 일가견이 있는 작가란 생각을 했다. 책속엔 완전히 실패했거나 속물이 되 버린 인간군상들이 나오는데 작가로부터 어떤 연민도 받지 못한채 허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인생이 아름답다고 믿는 이조차도 작가의 독설을 피해가진 못한다. 다시 읽기엔 불쾌한 책이다. 현실로부터 도피해서 또 다른 현실과 맞닥뜨리는건 이제 사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