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84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권력은 인간에 대한 것이라는 문장인데, 죽을 때까지 구속한다는 빅브라더의 세계는 정말 말 그대로 권력이 권력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실존을 타락시킨 책으로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에 버금갈 만하다. 지독하게 슬프고, 가여운 인간의 나약함으로부터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겨우 눈을 돌린다. 복제 인간의 태생적 운명과 오브라이언에 의해 행해진 정신 개조 고문은 쌍동이처럼 닮았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비극에 순응하고, 속마음까지 유린당해선 행복한 채로 죽음을 맞는다. 선택의 자유를 뺏는 것은 정말 부조리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펐다. 윈스턴은 나였는데... 고문실을 거쳐서 나온 후 사람이 아닌, 비극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