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초반부터 진이 빠지는 책을 만난다. 이 책이 그렇다. 이해하기 힘든 농담과 늘어지는 줄거리에 활자 중독만 아니라면 도망치고 싶은, 비호감 첫인상.
일기 같은 답답함이 있다. 하지만 아직 본 줄기도 채 못 본 터라 좀더 버텨본다. 책이니까. 만약에 사람이었다면 잠깐도 못 참았을 듯하다. 난 편협한 취향을 갖고 있고, 다만 활자 중독 선의 너그러움을 가진 독서 애호가일 뿐, 온 맘을 다 열고 타인의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일 정도로 개방적이진 않다.
난 소설에서만큼은 마초 스타일을 좋아한다. 사춘기 애마냥 알랑거리며, 시덥잖게 감상적이면 불편하다. 하지만.. 활자로 쓰여진 재미없는 농담과 자기 연민에 걸려들 때마다 책을 포기하기엔 추리 소설이란 장르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어줍잖은 성장 소설 흉내는 부디 초반부에서 끝내길 바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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