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의 가장 저열하고, 아둔하며, 지루한 현상만 집요하게 관찰해서 적어둔 듯한 책. 누구나 익히 알지만 입 밖에 내지 않을 법한 인생의 골격만 내리훑는데, 마침 가장 더러운 부분이니 누군가 "입과 코를 막으시오!"라고 충고할 것 같다. 선악의 문제나 옳고, 그름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권태롭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인생 같아서 "역겹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그런데 가끔 가다이렇게 책에서 권태가 갑자기 튀어오르면......
더럽다고 말하는 내가 졸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거짓말하지 말라며 따지고 싶다. 환상 없는 섹스처럼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인간을 있는 그대로 그려놓으니 부끄럽지 않을리가 없다. 이런 작가는 늘상 좋은 평점을 뺏어가듯 가져가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2.
책을 중반 정도까지 읽고는 속단해서 리뷰를 남겼었다. 지금도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별 하나를 더한다.

"그래, 세상을 몰아가는 거대한 악이 있어. 그리고 그것은 작은 진수대 하나, 작은 개통식 하나만 있으면 시작되는 거야, 라고 그는 생각했다."
40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