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날마다좋은날 > 구본형 소장님의 강연회를 다녀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 그러니까 2002년 4월에 제가 쓴 글을 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를 위한 하루 두 시간.
구본형의 책 여러 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구본형의『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이 말은 수 차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적은 사회이지만 반대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기회와 富가 주어지는"(200쪽) 시대를 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또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하루 두 시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

제가 이 말을 처음 접한 건 아마도 구본형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책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하게도 저는 이 말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현실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 - 불안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듯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나를 위한 하루 2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작은 변화가 삶의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본형 소장님은 저에게 '나를 위한 두 시간'의 개념을 알려주고 실천하도록 만든 분입니다. 변화경영전문가라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스스로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사람을 돕는다"라고 대답하는 구본형 소장. 소장님의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변화'라는 지극히 도발적이고 난해한 문제를 감성적이고 소프트하게 풀어낼 줄 아는 그분의 구수한 변화경영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신용산역에 있는 국제센터 2층 강당으로 찾아갔습니다.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강연회가 시작되기로 한 7시에 빈 자리가 많이 보였습니다. 7시 좀 넘어서 강의는 시작되었고, 뒤늦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60~70명 정도.

〈글로벌 시대의 변화와 도전, 목적지는 어디인가?〉 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였는데, 그래서 시작은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잠깐, 아주 잠깐 언급하고서는 바로 '변화 경영' 일반에 대한 얘기로 옮겨갔습니다. (이러한 강의를 몇 번 다녀본 결과 대개 강연 주제에 온전하게 부합되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잘 없었습니다.) '변화 경영'은 구소장님의 여러 책을 통해 이미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던 것으로, 내용 그 자체만으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익히 들어보았던 이야기라 하더라도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늘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대와 같은 '노마드의 시대' 즉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평균 11번의 직장을 옮겨가는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하는 시대에 '유망한 직종'이란 없다. 다만 유행하는 직종은 있을 수 있다. 그 유행을 잘 타는 데 소질이 있는, 그러니까 몇 년마다 한 번씩 유행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개념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직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스탠다드는 없다. 그럼 어떻게 차별화된, 나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바로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라는 퍼즐을 풀듯이, 나의 기질과 재능,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여 기존 직업의 변종된 형태인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내가 만든 직업'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기존의 '강점과 약점' 같은 식의 접근은 의미 없다. 강점도 약점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의 특성이 있을 뿐. 예를 들어 나(구소장님)는 나를 이렇게 분석했다.
나는 '내향적'이다. 그리고 지극히 '수동적'이다. '감성적'인 면이 강하고 직장 생활 20년이라는 '경험'이 있다. 다행히 '글'을 좀 쓸 줄 안다. 그렇다고 문학 작가가 되진 못한다. 이것이 '나'다. 나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나의 직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수동적이고 내향적인 속성을 충분히 활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결론. 나는 나의 이 수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가 남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만드는 그런 것을 고민했다. 이는 마치 '식물'의 속성과도 같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잘 번성하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유혹'이다. 유혹은 꽃과 향으로 대변된다. 남을 유혹할 수 있는 그 무엇, 나는 그것을 위해 글을 썼다. 그러나 나의 20년 직장 경험 - 그 중에서 10여년 간 행했던 변화 관리 경험 - 을 충분히 활용하여 글을 썼다.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했고, 곧이어 나의 직업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명함에 나의 직업 '변화관리전문가'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

이것이 강연 초반부의 내용입니다. 그 다음은 질문과 답변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자칫 준비가 덜 된 강연회처럼 비쳐지기 쉬웠습니다. 저 역시 그런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강연장은 이 강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만큼, 질문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결국 예정된 두 시간을 훨씬 넘겨서 끝이 났습니다. 질문도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소장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문에 현답같은.
질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1. 나를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 변화라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3. 5년차 직장인인데 곧 휴직할 생각이다. 휴직 기간 중에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나?
4.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으로부터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5. 소장님이 다시 20,30대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시간 관리 비법,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알고 싶다.
6. 진심으로 변화하고 싶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7. 노마드의 시대, 프로페셔널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8. 리더십, 코칭, 멘토링의 차이와 제대로 된 정의를 알고 싶다.
9. 나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좀 쉬운 방법이 없는가?

질문이 길어지니 9시가 넘어 한 사람 두 사람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진지하게 구소장님의 경험을 듣고 새기고 있었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소장님의 답변 내용을 모두 옮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제가 스스로 배당한 시간이 초과될 것 같아 마치겠습니다.

거의 모든 내용은 이미 구소장님의 책 속에 한 번쯤은 언급되었던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내자니 좀 아쉬워, 한 가지만 옮겨보겠습니다.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시간관리 비법을 알려주십시오". 소장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시간관리라는 말은 잘못됐다. 시간은 통제할 수 없다. 관리 대상이 아니다. 아마 자기관리를 표현하기 위한 말인 것 같다. 자기관리를 위한 방법에 관해 무수히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다. 정도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다. 나는 그것을 '산삼 법칙'이라고 부른다. 산삼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상관 없다. 세상에 처음 봐도 알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으니, 그것은 호랑이와 산삼이다^^)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라고 소리지르지 말고, 조용히 캐서 그 자리에서 먹어라. 그것이 가장 남는 것이다. 산삼을 오로지 나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것 저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무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나를 위해 먼저 써라. 나를 위해 두 시간을 확보하고 먼저 써라. 그런 다음 다른 일을 해라. 나의 하루는 22시간이다. 2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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