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밥집 - 따뜻한 한 끼, 새로운 삶의 디딤돌
김현일 지음 / 죠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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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김현일, 바하밥집을 읽고

 

태초에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만드신 사람을 에덴에 두시고 마음껏 먹으라 하셨다. “동산 나무의 모든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그렇다. 하나님은 인간이 마음껏 먹도록 하셨다. 물론 하나님이 유일하게 금지한 것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으므로 인간은 실낙원했고, 그 결과는 고된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단의 열매를 원한 인간의 탐심은 곧 먹고 사는 것에 나타났는데, 먹을 만큼만 먹는 게 아니라 먹고 남을 잉여에 대한 탐심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더 먹기 위해, 더 쉽게 먹기 위해 타인의 것을 빼앗거나, 타인을 강제로 노동하게 하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나일 강 유역의 풍요로운 삼각지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더 저장하기 위해 국고성을 지으려 했고, 그 일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탐욕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불평등의 세상을 원치 않으셨다. 하나님은 약자의 편에 서시고, 배고픈 자의 편에 서신다. 하나님은 열 가지 재앙으로 이집트의 탐욕을 심판하시고 자기 백성을 광야로 인도하셨다. 그리고 광야에서 자기 백성을 먹이셨다. 광야 음식의 특징은 먹을 만큼 공평하게 로 드러난다. 탐욕을 버리고 절제와 만족을 훈련시키신다.

 

한참 후 세상에 오신 하나님이신 예수는 역시 자기 백성을 먹이셨다. 자기 백성이 먹지 못함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다. 예수는 한 어린 아이가 가진 적은 음식을 축사하시고 나누셨다. 그러자 말 그대로 놀라운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나눠주라 하셨다. 예수는 십자가 전 날 마지막 식사를 하셨다. 그리고 부활 후에도 먹을 것을 달라고 하셨다. 이 후 기독교 공동체의 특징은 공동식사로 드러난다. 초기 교회의 특징은 함께 먹고, 함께 기도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드러냈다.

 

근대를 지나 현대를 거치면서 먹고 먹이는 기독교 사역은 점점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빠르게 성장한 외식업과 호텔업의 영향도 한 몫 한다. 이제 누구를 집에서 대접하는 것은 귀찮고 번거롭게 되었다. 우리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핵심 전통을 잃어버렸다. 함께 하나님의 임재도 잃어버린다. 히브리서 기자의 말처럼 사람을 대접하는 것은 곧 하나님을 대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 김현일 대표의 바하밥집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단순하게 시작한 밥 사역, 김현일 대표의 눈에 노숙자가 보였고 라면 몇 개로 먹이기 시작했다. 점점 자리를 갖춰가며 이제 제법 많은 사람을 먹인다. 물론 그의 말처럼 김 대표는 밥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임재를 경험한다.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예수님의 손님으로 대한다. 예수님이 차려주시는 밥상으로 늘 생각한다. 그는 한국의 도로시 데이다. “저기 예수님이 누워계신다. 노숙자를 먹이고 입히는 것은 곧 예수님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다.”

 

김현일 대표의 [바하밥집]은 이 두 가지 기독교 전통을 이어가는 현장이다. 사람을 예수처럼 대하는 것, 그럼으로 밥의 현장을 예배의 현장으로 승화시키는 것. 오늘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오래된 미래다.

 

저는 예수님을 믿는 것을 넘어 예수님처럼 살고 싶거든요.”(108p) “저는 밥집에서 하는 일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잔에 사랑과 돈을 쏟아붇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몰라요. 그건 하나님만이 아실거에요.”(115p) “제가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는 justice가 아니라 fair에 가까워요.”(213p)

 

그의 고백을 듣고 있자니, 바하밥집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생생한 보고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일, 같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곳, 그 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가 아니고 무엇일까?

 

오늘 문득 바하밥집에 가고 싶어진다. 거기 하나님이 계신 곳, 예수님이 차려주신 식탁의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싶어진다. 그 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아마 평생 나도 갚아나가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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