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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 (외전 포함) (총5권/완결)
우주토깽 / W-Beast / 2020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축구에 대한 뛰어난 실력과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천재 플레이어로 창창한 미래를 보장 받았으나 인생에 불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고가 찾아들었던 날 재우는 다리와 축구 그리고 실력이라는 가장 큰 담보로 누릴 수 있었던 수많은 미래들을 한순간에 전부 잃어버리고 말아요 고아로 자라 처음 축구공을 선물 받고 축구를 시작한 이후 세상이 온통 축구로 가득했던 재우에게 있어 더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흔히 추락엔 끝이 없다고 하는데 재우 역시 예외가 아니었듯 누구 하나 제대로 붙잡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더 아래로 아래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다시 또 무너져내려요 그런 날의 반복 속에서 마침내 한계에 달했을 떄 재우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희망이 없음을 인정하며 진짜 추락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요.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죽음을 택했고 그렇게 자신이 죽었다 여겼던 재우는 말은 조금도 통하지 않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눈을 떠요 다리를 다쳤던 이후 스스로에게조차 존중 받지 못했던 삶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대하는 이들만 있는 곳에서요 그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라미아'라는 말이 이세계의 신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한 재우는 신으로서 이 생활을 누려보겠다며 마음대로 움직이지만 그런 일탈도 잠시 성의 진짜 주인인 신이 나타나면서 재우의 착각 역시 막을 내리고 말아요
네 명의 신이 각각의 구역을 맡아 다스리는 세계 그 중 한 신에게 주워진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지만 작품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우는 짓눌릴지언정 누구에게도 수그러들고자 하질 않아요 다리는 여전히 절뚝이고 돌아갈 곳이 없는 비참한 신세지만 눌러왔던 본래의 성격과 떨쳐내지 못했던 감정들 또 이제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낯선 것들을 경계하기보단 자리에서 벗어나 아주 작은 희망이라고 해도 붙들고자 애쓰죠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네 명의 신에게 있어 재우에게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신으로서 능력이 있고 자신을 받들어주는 이들이 존재하며 순종하는 '라미아'역시 그저 아주 잠깐의 흥미에 지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던 넷에게 있어 말도 통하지 않는 주제에 어디로 튈지 모르고 위협을 가해도 다시 또 부딪쳐오고 처지를 알면서도 자신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역동적으로 증명하는 재우의 존재는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떤 변화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재우를 주워왔던 유스타스와 재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야텐바움과 달리 미묘하게 선이 존재했던 콕스와 재우의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자 했던 말리크마저 결국은 재우라는 존재를 원했고 어디까지나 흥미였던 감정에 진심이 섞여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이요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곳처럼 보여도 네 명의 신이 모여야 할 어떤 균열이 재우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제법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작품은 절대 무겁게 진행되지 않아요 그가 따르는 늑대 '진수형'의 정체는 물론 한번씩 모습을 보이는 동물들의 정체도 모르고 푸념을 털어내며 잘도 사고를 치는 재우와 그런 재우에게 휩쓸려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같이 소리내어 싸우고 울컥한 감정을 가지면서도 능력으로 짓누르지 않는 신들로 인해 사건은 사건대로 진행되면서 관계 만큼은 별개의 일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분위기만 보면 오히려 유쾌하기까지 해요 그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사건이 절정에 달했을 때조차 위기에 심각해지기보단 그래 이렇게 부딪히는게 당연한 분위기지 하는 감상이 먼저 들기도 했구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네 명의 신의 일상을 크게 휘젓고 다녔으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재우와 전지전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재우에게 만큼은 족족 휩쓸리는 유스타스 야텐바움 콥스 말리크 네 명의 신이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였어요 관계의 갈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작품이고 그래서 예정된 관계 역시 있다는게 아쉬울 정도로요 하지만 아쉬움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지 앞으로도 별 일이 없다면 유스타스와 재우는 물론 세 명의 신 역시 찾아와 아주 오래오래 즐거운 일상을 보낼 것 같아 충분히 만족스럽게 작품을 덮을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조금 있었는데 그런 부분마저 외전에서 깔끔하게 해결해주셔서 더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구요
언제나 느꼈었지만 이번 작품 역시 인물 특유의 소란스러움마저 유쾌하고 즐거운 일상처럼 웃으며 즐길 수 작품이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