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언어의 온도>에 이은 이기주 작가의 신간 산문집. 작가님의 글은 오랜만에 읽어도 여전히 차분하고 반듯하다. 책 표지가 M사 노트의 '아이 소프트 존'(눈이 편안해진다고 홍보하던)같다. 표지 색만큼이나 글도 순해서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진다. 따뜻한 녹차 한 잔과 함께 읽으면 번잡한 마음이 개운하게 녹아내릴 법하다. 명상하는 기분으로 가만히 멈춰서 숨을 고르는 여유. 마음에 쉼표를 찍는 기분이 들었다.작가는, 지속적인 혁신을 종용하는 시대에 보편적 가치에 주목한다. 익숙한 것이 소중하다. 삶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친숙한 것이기에.(90p) 일상의 고귀함을 돌아보고, 보편적 개념의 이면을 통찰하며,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품격을 지켜내는 이야기. 글에서 단단한 내면이 느껴진다. 작가처럼 말과 글을 바로 세워 정신의 뿌리를 튼튼하게 다지고 싶다. 좋았던 문장))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17p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선 흔히 말하는 추억이 생겨난다. 추억에는 그것이 생겨날 당시의 온기가 묻어 있다. 그래서 세상 풍파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89p어떤 면에서 사랑은 서로의 삶을 포개는 일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옆에 있는 책에 기댄 채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121p이율배반적인 극단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않고서는 목표를 이루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어갈 수 없다. 균형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다. 129p결핍을 숨기려는 과시 앞에서, 결핍으로 물든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다. 애처로운 일이다. 185p유행하는 건 쉽게 변하지만, 유행하지 않는 건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항구적인 가치와 의미는 대개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 잠잠히 숨어 있다. 189p*출판사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보편의단어 #이기주 #리뷰솜씨대회#황소북스 #서평단 #신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