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 더 나은 세상 1
안선모 지음, 박현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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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더 나은 세상' 시리즈 첫번째 작품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꼬마 난민 도야》 《굿바이, 미쓰비시》로 만나본 적이 있는 안선모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_안선모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좋아해요. 사라져 가는 것들,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해 오랫동안 관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 음식 만들기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요.

그동안 《꼬마 난민 도야》 《엄마는 게임 중독》 《굿바이, 미쓰비시》 등 많은 동화를 썼어요.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부엉이도서관'과 안선모문학관 '책천지(冊泉池)'를 운영하며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림_박현주

끄적거리던 습관이 그림 그리는 일로 이어졌어요. 차곡차곡 쌓은 습관으로, 다양한 일상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와비 날다》가 있고, 그린 책으로는 《엄마, 고마워요!》 《비밀》 《다른 건 안 먹어》 《인싸가 되고 싶어》 《무지막지 막무가내 폭탄 고양이》 《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 《조이버스에 탑승하시겠습니까?》 등이 있어요.






4학년 혜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등교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 주의 등교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자 열한번째 생일이랍니다. 그런데 엄마는 생일 미역국을 깜빡했고, 얄미운 동생 현수는 생일인데 우유에 시리얼을 먹는다며 누나를 놀렸어요. 13일의 금요일이라 운이 좋지 않은 걸까요? 그것보다는 생일 파티나 생일 축하 노래마저 사라지게 한 코로나 19 때문인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혜수는 답답한 원격수업보다 등교수업이 늘어난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며 학교에 갔어요. 저희 아이도 원격수업을 너무 싫어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컴퓨터 책상 앞에 앉게 하고, 배움공책을 쓰게 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났어요.

원격수업이 답답하고 싫은 이유를 모르지 않는데, 그날그날 학교에 못 나가는 대신 학습 진도를 집에서 맞춰야 하니까 옆에 붙어앉아 원격 수업 시간표에 맞춰 해당 과목 교과서를 펴는지, 배움공책에 과제를 수행하는지,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는 평가는 잘 체크하고 완료하는지 하나하나 짚어줘야 했지요.

아이가 원격수업을 하는 동안 집안일을 하거나 TV를 보며 혼자 놀기는 미안하니 방에서 필요할 때 공부를 봐주며 책을 읽으면 되겠다, 싶었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아이는 틈만 나면 짜증을 냈고, 감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방에서 기어나가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하기 싫으면 저러나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게 흐트러져 있을 거면 다 때려치우라고 수학책을 확 덮어버린 적도 있고요. 우리 모녀의 흑역사입니다.



생각해보니 저희 아이도 2학년 말부터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3학년 개학은 6월이 되고나서야 가능했고, 4학년 때 강당이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줄을 서서 PCR 검사를 받은 것만 대여섯 차례는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학교 다른 학년에 확진자가 나와도 전교생이 선제 검사를 했고, 이후에는 확진자와 같은 학년 전체, 그리고 확진자의 형제, 자매와 같은 학년 전체가 검사 대상이었어요. 그러니 한 주에 두세번씩 불시에 학교에 갇히다시피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PCR 검사를 받기도 하고, 하교 직후에 전체문자를 받고 검사를 받으러 다시 학교 강당으로 모이거나 개별적으로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뛰어갔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쯤에서 드디어 4학년도 학년말 방학을 맞이했고, 모든 상황이 안정되었습니다, 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희 아이가 5학년이 되고 매일 등교, 정상수업으로 학교 생활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반에서 하루에 한두 명씩 개학날부터 4월 초까지 꼬박꼬박 확진자가 발생할 때는 담임선생님의 빠른 조치와 정확한 정보(당일 확진자 인원 알림) 공유에도 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습니다.

결국 아이 앞, 뒤, 옆자리 친구들 모두 확진이 되었고, 저희 아이는 무사히 지나왔지만 4월 중순에 아이 아빠가 확진이 됐습니다. 아빠와 격리기간까지 꾹 참고 보내고나서야 4월 말 처음으로 아이 반 학생들은 전원 출석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힘겹게 지나왔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이 갔고,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지난 3년간 바이러스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도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우리 어른들과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아이들 마음 속에 억울함과 서글픔이 더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생활이 전반적으로 불안하게 흔들리며 학습 공백도 커졌고, 친구관계도 얕아질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등교를 매일 하게 된 것도 불과 한 학기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마음 편히 다닌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안쓰럽습니다.

5학년인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생활 동안 이번 학기처럼 마음고생이 심했던 적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몸도 자주 아팠고요.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버린 것은 물론이고 친구관계를 풀어가는 법을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지 못한 채 고학년이 된 일부 아이들의 이기심과 시기심은 아이들 개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반면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친구로 손을 잡아주는 따뜻하고 고마운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2학기가 되면 내년이면 나아질까요? 안타깝지만 코로나 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을 강요받고, 거리두기를 당연시하며 자라온 아이들의 공허함이 단시간에 채워질 거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보다 더 힘센 것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혜수의 올곧은 마음이 주는 위로는 작지 않았어요.

학교측에서 필수 정보 외에는 철저히 확진자 학생 신상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곳이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인지, 그렇다면 그 학교 학생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나 다니는 학원은 어디인지, 부모가 어디서 일하는 누군지, 확진자 아이의 엄마의 친정가족의 떡볶이집이 어디라는 식의 소문이 빠른 작은 동네에 살다보니 이러다 우리 가족이 확진되면 신상과 동선을 남김없이 털리고(?) 더이상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혜수의 친구였던 은비에게 비슷한 일이 생겼죠. 중국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일 정도는 저희 아이 학교에서도 있었고, 아마 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맘카페나 단톡방에서 확진자의 신상정보와 동선을 빠짐없이 알고싶어 안달복달하는 어른들의 민낯도 수없이 봤고, 저 또한 중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초등학생 동생이 있다는 소문에 왜 다른 초등학교와 다르게 아이 학교에서는 즉각 전수 검사를 하지 않는 건지 불같이 화가 난 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호자도 없이 갑작스럽게 강당에 띄엄뛰엄 줄을 서서 PCR 검사를 받아야 했던 아이들이 얼마나 외롭고 두려윘을지 새삼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타적인 성격인 혜수의 엄마도 확진자에 대한 주변 엄마들의 지나친 관심이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컸어요. 혜수 엄마는 수줍음 많은 혜수에게 먼저 다가와 재미있게 놀아준 소중한 친구, 은비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접촉하지 않게 단호히 막았어요.

2020년 초를 기준으로 아마 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누구도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 했고, 일상의 모든 요소가 위험하다고 여겨졌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혜수의 아빠는 베트남 출장에서 오랫동안 귀국을 하지 못 하고 있어요. 혜수는 학교에서도 생일 축하를 온전하게 받지 못해 섭섭한데, 집에 아빠도 아빠의 선물도 도착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족 모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혜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일까지 생긴 건 생일 다음날이었습니다. 같은 반 단짝친구 윤아와 혜수의 생일을 기념하며 약속을 잡았는데 만날 수 없게 됐거든요. 이유라도 알면 혜수도 기분이 그렇게 묘하지는 않았을텐데 윤아에게 보낸 톡이 늘어가는데도 숫자1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반별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는 전체문자가 왔어요. 혜수도 눈을 질끈 감고 난생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았어요. 음성 판정에도 반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혜수 반에서도 마침내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지요. 역시나 온갖 추측과 소문들이 뒤를 이었고요. 엄마들은 사설탐정 뺨치게 추리를 내놓았어요.

이제 혜수의 자가격리가 시작됐습니다. 긍정적인 혜수는 자가격리의 좋은 점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첫째, 엄마가 방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지 않아 좋다.

둘째, 동생 얼굴을 안 보게 되어 좋다.

셋째,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좋다.

넷째...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음은 생각나지 않았다.

(본문 87쪽)






혜수는 전에도 "어느 반일까? 도대체 누구일까? 설마 우리 반은 아니겠지? 우리 반이면 도대체 누구지?"라며 안절부절 못 하는 엄마에게 "엄마,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해. 누가 확진자인지는 알아서 뭐하게?"라고 되물었어요. 뭐든지 알아두면 좋고, 누군지 알아야 대처를 할 것 아니냐는 엄마의 반문은 어디서 많이 듣던(하던)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확진자가 누군지 미리 알아두면 조심하고 대처할 수 있는 걸까?' 저도 자문해 봅니다. 바이러스가 그렇게 차단되는 정도였다면 우리 아이들까지 지금까지 고생하며 지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밀접접촉자에게는 개별 연락이 갈 것이고,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면 해당 반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거쳐 끝까지 음성이 나오기를 바라고, 확진자인 친구는 완쾌되길 기원해주면 되는 일이었는데 불안과 공포에 압도된 채 정작 코로나 19보다 힘센 무언가를 잊었던 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코로나 19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아픔이고, 개인 방역에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험이 쌓이다보니 코로나 시국에서 고학년이 된 어린이들만 봐도 대개 결석하는 친구의 사유를 자세히 묻지 않고, 간혹 친구들이 무례하게 꼬치꼬치 캐물어도 담임선생님께서 '개인사정이야.' 말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덕분에 좀더 성숙한 태도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과 동시대를 살면서 겪은 저의 실제 경험과 책 이야기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동질감을 깊게 느끼다보니 긴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혜수도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를 좀더 단단하게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엄마들의 걱정과 호들갑보다 늘 씩씩하게 잘해나가는 우리 아이들을 믿어요. 혜수의 선택이 어떻게 힘을 실어나가는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



※ 청어람주니어 출간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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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8337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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