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쓰비시 사거리의 거북이 15
안선모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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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사거리의 거북이' 열다섯 번째 책 《굿바이, 미쓰비시》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읽었던 《꼬마 난민 도야》를 쓴 안선모 작가의 신작입니다.

얼마 전 10월 25일이 '독도의 날(대한제국칙령 제41호를 기념하고, 독도 수호 의지 표명 및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천명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었기 때문에 '미쓰비시'라는 일본 전범기업 이름이 적힌 제목을 눈여겨 봤답니다.

아이도 학교에서 10월 내내 독도 플래시몹 연습을 하고 이제 막 촬영을 마쳤을 때라 일제강점기, 세상에 눈 떠 가는 열세 살 소년 인수의 성장기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글_안선모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좋아해요. 사라져 가는 것들,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해 오랫동안 관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 사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며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 《꼬마 난민 도야》 《엄마는 게임 중독》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등 많은 창작 동화와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책을 펴냈으며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어요.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부엉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선생에게 일본어를 배워야 했지만 인수는 학교를 좋아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일본인 선생 눈밖에 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지요. 너무 거리가 멀어서 한참 걸어다녀야 했어도 좋아했던 학교였는데요.

부모님이 안 계신 인수는 길용 아재 집에 얹혀 사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도 없었어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길용 아저씨 댁에는 일이 많기도 했어요. 새벽부터 물을 길어 오고 땔감도 주워 오고, 잔심부름도 도맡아 해야 했으니까요.

길용 아재 집에는 김화댁 아주머니와 인수 또래 영팔이, 영순 누나, 영삼 형까지 식구들이 많았어요. 김화댁 아주머니는 기차역 부근 정미소에서 일을 했어요. 영팔이는 인수와 다르게 학교를 싫어하지만 마지못해 다니고 있었어요. 영순 누나는 똑똑하지만 정신대에 가지 않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이제 막 조병창 의무과에 취직을 했고요. 집에 있거나 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정신대에 가야 된다고 해서 서둘러 구한 일자리였어요. 영삼 형은 미쓰비시 군수 공장에 다녔어요. 영삼 형처럼 작업복을 입고 조병창에서 일하는 게 인수의 꿈이었지요.

일제강점기에 부모를 잃고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는 인수같은 아이도 있었지만 토막집에서 썩은 나무뿌리와 진달래 뿌리를 캐다가 피(볏과의 한해살이 풀)와 섞어서 죽을 끓여먹고 사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토막집은 산기슭에 기둥을 얼기설기 세우고 짚을 얹어서 만든 움집이라고 해요.

인수가 사는 길용 아재 집은 미쓰비시 줄사택이었어요. 아이들은 집이 줄줄이 붙어 있다고 줄집이라고 불렀어요.

날이 더워서 그런지 줄집 밖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얼마 전까지 히로나까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히로나까 줄사택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미쓰비시 줄사택으로 바뀌었다. 공장이 미쓰비시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집이 줄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줄집이라고 불렀다. 줄집에 사는 노동자들은 이곳 너른들이 고향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고장에서 강제 동원되어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전쟁터로 끌려갈까 봐 그것을 피해서 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영삼 형이 재작년부터 미쓰비시 군수 공장에 다니면서 그 덕에 온 식구가 줄집에 살게 되었다. (본문 33쪽)


인수도 김화댁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땔감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먹여 주고 재워 주는 조건으로 월급은 못 준다고 했지만 인수는 낮에는 배달과 잔심부름 일을 하고, 밤에는 가게에 붙어 있는 단칸방을 혼자 쓰며 더이상 발칫잠을 잘 필요가 없어져서 만족스러웠어요. 저녁에는 자유 시간을 이용해 예전에 다녔던 서당에서 여는 야학 수업에 나갈 계획도 세웠어요.

인수는 머리가 좋고, 일본말도 꽤 잘했는데, 어떤 환경에서 지내게 되어도 한결같이 공부에 관심이 많아 보였어요. 그런 인수의 영민함은 정작 학교 다닐 땐 걸림돌이 되었어요. 일본 아이들은 일본 말을 잘하는 인수를 아니꼽게 생각했고, 조선 아이들은 고깝게 봤어요. 일본인 선생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수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서 체벌을 가하곤 했고요. 서당의 훈장님만은 인수가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싹수가 있다고 했어요.

가게에서도 똑똑한 인수의 말과 행동이 일본인 손님들의 비위를 거스르거나 주인 부부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주인 부부는 일본인을 상대로 가게를 하려면 일본인들이 말도 안 되는 횡포를 부리거나 아무리 생트집을 잡아도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가 되는 것뿐 아니라 간, 쓸개도 모두 내놓아야 한다."고 한숨을 쉬며 나무라곤 했어요. 배달꾼으로 일하면서 인수는 고된 세상살이를 조금씩 알아 갔어요. 그러면서 남의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처들어와 주인 행세를 해도 왜 꼼짝없이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조선은 왜 식민지가 되었는지 처음으로 궁금해졌어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수는 자기가 일하는 화력신탄상회를 좋아했어요. 주인 부부의 아들 깍두기 형이 좋았거든요. 인수가 '갑득이'라는 형 이름을 잘못 들어서 '깍두기'냐고 물었는데, 형은 예명으로 써야겠다고 재미있어 했어요. 서울에서 공부하면서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하고,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깍두기 형은 인수가 동경하는 '모던뽀이'이기도 했어요.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인수에게 깍두기 형을 '도련님'으로 모시며 수발 들어주길 바랐지만 형은 인수를 동생처럼 대해줬어요.


"꼬맹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은 가져야 돼."

깍두기 형이 어쩐 일인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조선이 다시 일어나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은 꿈이 있어야 생기는 거고."

무슨 말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었다. 인수가 노래진 얼굴로 말했다.

"형, 나도 꿈은 있어."

"무슨 꿈?"

"조병창에 취직하는 꿈."

그 말을 듣자, 형의 얼굴이 먹구름보다 더 어둡게 변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본문 59~60쪽)


어느 날, 인수는 한 일본인 집에 배달을 갔다가 아야코라는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아야코는 인수가 지금까지 봤던 일본 아이들과 다르게 친절하고 착한 친구였어요. 아야코는 인수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데, 오히려 같은 조선인인 아야코의 유모는 인수를 거지같은 조선 아이라며 구박했어요.

인수는 야학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깍두기 형과 어울리며 한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식민지 조선에 대해 조금씩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어요. 인수는 철도와 기차, 공장, 수도 등 일본에게 받은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깍두기 형은 가장 중요한 것들을 빼앗겼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고보니 한문과 예절을 가르치던 서당에도 지금은 일본 말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어요.

인수는 오랜만에 줄집에 가서 영팔이의 공부를 도와주고, 한밤중에 우연히 서당 사랑채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걸음을 멈췄어요. 인수가 살펴보니 훈장님, 깍두기형, 영삼 형이 모여 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모임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한 사람은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진 훈장님, 훈장님은 군수 공장을 엄청 싫어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영삼 형은 군수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다. 마지막 한 사람은 경성을 오르내리며 멋 내고 돈 쓰는 걸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세 사람에게서는 공통점을 찾기보다 다른 점을 찾는 게 훨씬 쉬웠다. 공통점이라야 영삼 형과 깍두기 형의 나이가 같다는 것 한 가지뿐. (본문 89쪽)


인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날도 덥고 일이 바빠 깊게 고민할 여력은 없었어요.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지만 수영 한번 하러 갈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그날도 인수는 일본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숯을 배달하러 갔다가 아야코를 다시 만났어요. 그날 두 아이는 인상깊은 대화를 나누고 혜어지던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너른들에 물이 불어나며 아야코가 휩쓸려서 빠지고 말았어요. 인수는 목숨을 걸고 아야코를 구해냈지요.

아야코를 살려준 답례로 인수는 아야코 아버지의 초대를 받아 그 집에 갔어요. 아야코의 집에서 인수는 맛있는 간식도 대접받고, 아야코의 아버지는 조병창을 구경하고 싶다는 청도 들어주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아야코의 아버지는 인수에게 일거리를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인수가 조병창에 가보기 전에 영순 누나와 영삼 형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군수 공장에 다니면 다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조병창 안에는 철저히 계급이 나뉘어져 있어.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으로. 조선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것만 만들고, 세세하고 중요한 일은 모두 일본 사람이 해. 일본 사람은 무기 만드는 방법을 조선 사람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아." (본문 125쪽)


실제로 둘러보게 된 조병창에서 인수도 생각과 다른 광경에 놀랐어요.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은 일본 군복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열악한 환경에서 잘려져 나온 철판을 재단하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완성된 무기 역시 볼 수 없었어요. 공장을 안내하는 일본인은 아야코에게는 쩔쩔매고, 조선인 인수에게는 빈정대듯 얕보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자유롭게 공장 안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구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의무실에서 일하는 영순 누나를 만나러 갔을 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져서 아이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었어요.

인수는 그 뒤에도 아야코 아버지의 심부름을 다니는 길에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조선 노동자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까이에서는 영삼 형의 얼굴에서도 알 수 있었지요.

한편 깍두기 형에게도 무슨 큰일이 생긴 건지 신탄상회에 난리가 났습니다. 인수 앞에도 선택해야 할 일이 몇 가지 놓이게 되었어요. 그것은 조병창에 취직하고 싶었던 인수의 꿈과는 다른 길을 가야만 하는 일들이었지요.

서당 사랑채에서 목격했던 훈장님과 형들의 알 수 없는 모임과 아야코 아버지의 심부름 사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인수는 답을 찾아야 했어요. 또 과거 아버지가 했던 일과 지금 인수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역시 인수 스스로 알아가야만 해요.

작가는 어린 시절 실제로 '미쓰비시 줄사택'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고 해요.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일본이 대륙 병참 기지화의 발판을 삼기 위해 부평에 조병창을 만들어 무기를 만들었고, 조병창 건너편(지금의 부평 공원)에 자리한 미쓰비시 군수 공장은 조병창을 돕기 위해 철판을 만들어 냈어요."

다양한 역사 자료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작가가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조병창과 미쓰비시 줄사택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일본은 일제 강점기의 강제 노역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에 불복하고 있는데도 우리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8년의 세월을 거쳐 이 책을 구상하고 집필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저 또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조병창과 미쓰비시 군수 공장의 참담했던 실태와 미쓰비시 줄사택과 그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지금도 부평에 가면 미쓰비시 줄사택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상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졌어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앞에서 읽었던 작가의 말이 다시 떠올랐어요. 열세 살 인수가 꿋꿋하게 성장해서 일본의 만행에 끝까지 맞섰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나 인수가 원하던 '나중에 올 좋은 세상'을 우리가 이어 가고 있는지 확신을 못 하겠어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를 방관하고 있는 건 아닌지...인수가 넘었을 산과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몫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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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굿바이, 미쓰비시》를 구매하는 분들께

금속 북마크 세트(2개입, 컬러 랜덤)와

독후 활동지를 드립니다.



2. 독후활동지 다운로드

독후 활동지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재미있게 읽은 책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기록하고, 기억에 남기는 적극적인 독후활동을 돕는 좋은 자료들이니 꼭 한번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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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내용은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아래 링크는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출간 이벤트 페이지입니다. ^^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550200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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