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가만 들여다보면 그 고갱이가 비슷비슷한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과거 역사를 볼 때도 현재 우리 모습과 비슷한 그런 것을 쉬이 발견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역사는 사건 중심의 거대한 역사다 보니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 과거에 있었던 시시콜콜한일을 살핀다면 어떨까? 정말 우리네 모습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은 분명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필자가 볼 때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쉬이 공감되어 읽는 재미가 쏠쏠한 조선의 편지들. 둘째, 픽션인 듯 그러나 허황하지는 않은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실제로 쓰인 다양한 편지들로 그 중심이 이루어져 있다. 굳이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키득거리면 읽을 수 있는 재미난 내용의 편지글이 많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치 않으면서도 그 사람의 일기장이 재미있는 것처럼, 조선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지 않더라도 그 내밀한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때론 미소가 때론 씁쓸함이 번져있을 것이다. 물론 당대의 생활상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지적인 호기심도 담뿍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지 한 통 두 통만으로는 그 정황을 쉽사리 알 수는 없다.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 재미도 반감될 터인데, 저자는 이 부분에 자신의 장기를 잘 버무려 산뜻하게 적어 놓았다. 사료를 보고 전후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간단명료하게 잘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옛것이다 보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라, 저자는 을 넘지 않는 한에서 역사적 상상력으로 재치 있게 채워 넣고 있다. 나아가 편지글에 가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더라도 글에서 느껴지는 편지 작성자의 감정과 생각도 추측하여 적어 놓으니, 그 내용이 아주 허황하지 않고 적잖이 받아들일 수 있음에 또 하나 재미(혹은 공감) 포인트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가장 처음에 이야기했듯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선 시대는 가까운 역사 같으면서도 성리학을 중심으로 발달한 ()’ 중심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네 모습을 잘 살피면 여전히 조선의 모습이 잔류하고 있고, 조선의 모습을 잘 살피면 인생살이의 낯익음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오가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고갱이에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