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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평점 :
방송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읽다보면 몰입되는 책. 제목만 보고 '당신은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잘 살고 있다.'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읽었는데 공감을 느끼며 함께 슬퍼하고 아파하고 기뻐한 책이었습니다. 마치 제 일기를 훗날 읽고 있는 것 처럼 공감하며 읽었어요.

책표지도 그랬지만 한번씩 나오는 이미지는 엽서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을 잔잔하게 해주었거든요.

이 책은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차분한 감정을 자연스레 잡고 읽게 됩니다. 차분하게 뱉어낸 작가의 글을 따라 가다보면 지금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험과 감정을 느끼면서 그랬던 적이 있었지. 너도 그렇게 느꼈구나. 나도 그랬었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며 읽었어요. 차례를 보면 5장까지 한권을 채우고 있는데 1장의 글들만 읽어도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머지 4장도 이런 느낌으로 읽게 되는 것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내게 이 문제가 없었다면 다른 문제가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해.
인생은 그런 거에요. 다 그렇게 살고 다 그렇게 아파하며 지나가는 거죠. 나라면 저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져서 이보다 더한 것도 견딜 수 있을 힘을 갖게 돼죠. 다만 그런 경험을 겪는 게 좀 억울하다 할까요. 꼭 왜 그 시점에 그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 억울하지만 지나고보면 조금 일찍 겪은 것일 뿐. 그게 아니었더라도 다른 문제를 겪으며 단단해져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글을 읽다보니 나 사느라 바빠서 점점 챙기지 못한 아빠가 생각이 났어요. 제 추억속에는 퇴근하면 뭘 잘 사오시던 아빠가 있어요. 초코파이도 사오시고, 통닭도 사오시고, 자고 일어나면 아무 날도 아닌데 머리맡에 블럭한 통이 있던 날도 있고, 장난감이 있기도 했고, 자주 사오셨는데 그래서 저는 아빠가 더 좋았던 하나의 추억이었는데 작가를 통해 또 다른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게 되네요. 지금은 남편이 참 잘 사옵니다. 아이들 자고 있는 시각에 들어와 유명한 식당의 유명한 음식을 먹다보니 아내 생각이 났다며 음식을 포장해오는 남편은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들에 더 기대고 싶어지는 밤, 이것을 지키려고 오늘을 살아냈구나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일 수도 있겠네요.

난 이제 평화를 찾았으니 당신도 찾길 바라.
당신도 지키고 싶은 어떤 존재와 함께 무사히 그 시간을 견디고 살아내기를.

뜻밖의 위로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는 잊지 않고 이렇게 가만히 말해보고 싶다.
고맙다. 참 고맙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행동하지 않는 시민의 모습이고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만의 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저와 달리 반성이 된다고 변화된 모습을 예고하는 작가의 생각에서 나도 다시 생각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작가의 문장에 녹아들어 비록 책이지만 나와 비슷한 친구를 만난 느낌이 들어서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고 함께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만큼 이 책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책입니다.

"너 잘 살고 있어. 앞으로도 잘 살아." 라고 직접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난 이렇게 살고 있는데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니?" 말해주는 것 같은 책. 슬픔조차도 인생에 필요한 것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