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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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그림에서 많이 끌려서 읽은 책입니다. 우주, 소년, 새. 이 소설을 통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내용이 궁금했거든요. 작가 소개에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 성장소설이라고 하여 어떤 감동이 올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시작부분부터 좀 세다 싶었어요. 이게 12살 세계라구? 자전소설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이라는 걸까? 혼란스러웠어요. 슬림할아버지는 누명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살인이라는 죄목에다 악명높은 전설의 탈옥수인데 어떻게 베이비시터가 가능했지? 엄마는 마약상이고 형은 함구증. 이런 집에서 아이가 살았다고? 좀 놀라면서 읽었어요.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암호인가? 예언인가? 이 소설은 범죄소설인가?  그렇게 혼돈으로 시작하며 읽은 소설은 곧 스토리에 탄력을 받아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애어른 같은 주인공이 하는 생각에 저도 어른의 입장에서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다들 내 인생의 남자 어른들을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로 평가하려고 한다. 나는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횟수로.'

그렇게 보면 슬림할아버지도 이상하지 않아요. 마약상 엄마와 새아빠도 이상하지 않지요. 환경이 좀 특이할 뿐 다들 사랑이 넘치고 나이만큼 인격도 있는 분들이지요. 


슬림할아버지는 소년에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시간을 조종하라.

시간에 당하기 전에 시간을 해치워버려라.






형은 허공에 글씨를 쓰고, 주인공은 그 글자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언과도 같은 글자들.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내가 뭐랬어. 점점 더 좋아질 거야. 정말 좋아질거야'

 


슬림할아버지는 인생의 답을 알려줍니다.

"난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슬림할아버지는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많이 따르는 사람입니다. 존경받을 만한 분이죠. 

편지를 받을 곳이 없는 교도소 죄수와 펜팔을 해보라고 합니다. 편지는 어떻게 적어야하는지도 알려주면서요.

또 슬림할아버지는 타이밍, 계획, 운, 믿음 네 가지를 잊지 말라고 해요.
그런 가르침들이 뒤로 갈수록 주인공에게 용기와 희망과 운을 가져오며 주인공을 격하게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 궁금해서 범죄부 기자가 꿈인 엘리.

평범하지 않은 삶에서 책 속에 드문드문 나오는 힌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꿈에 한발짝씩 다가갑니다. 처음엔 환경이 안 좋고 새아빠를 잃고 손가락을 잃는 등 나쁜 일만 죄다 생기는 이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했는데 그 삶을 헤쳐나가는 그 용기에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다보니 엘리는 결국 잘 될 것 같다, 좋은 어른이 될 것 같다는 마음마저 생기더군요. 




세상의 좌절을 더 많이 겪고 있을 엘리에게 형과 슬림할아버지는 물론 아들들이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엄마의 힘까지 엘리는 잘 자랄 수 밖에 없는 소년이었어요. 슬림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감옥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갔다가 탈출 실패, 그리고 별탈 없이 돌아오는 장면의 묘사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 그려지면서 장면장면 진땀나게 읽었어요. 
 

 

 

엘리도 이제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고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순전히 타이밍의 문제죠.'

 




새아빠를 데려가고 엘리의 손가락을 잘랐던 그 나쁜 사람이 그 지역에서 아주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깰 수 있도록 잘 성장하여 증거를 잡으러 가는 그 장면에서는 점점 클라이막스로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 같은 예감. 그 예감이 맞을 거라고 하는 형.

복도 끝 마지막 잠긴 문을 열면서 하는 말을 읽고 있으니 눈물이 났어요. 너무 멋진 엘리.

"나는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에요.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 





마지막에 '살아라. 영화같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살아라.' 그렇게 응원하며 읽었어요. 갈수록 실망하지 않는 스토리입니다. 아빠까지도 받아들이며 온가족 완전체가 되는 가족애도 좋았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책입니다. 엘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그 사소함까지 놓치지 않고 잘 자라준 엘리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엘리를 알아서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하는 옳은 일! 저도 배우려고 합니다. 

 

 

-  책을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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