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힘
김현경 지음 / 엠앤키즈(M&Kids) / 2020년 4월
평점 :
미술관을 전시 관람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몇 년 전에 사둔 명화 해설 책이 저희 집에 있는 미술 분야 서적의 전부인 듯하여 어린이를 위한 그림 서적을 읽게 해주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이 책은 들어가는 말이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뭘 잘하지? 난 커서 뭘 하지?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보니 만화가가 어릴 적 꿈이었다는 것, 자라면서 보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라 그림에 재능이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미술전시 관람을 취미로 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고 미술에 대한 글쓰기를 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잘 조율하여 장래에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떤 직업을 가질지 좋은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이었거든요.
저희 아이들은 독서와 미술전시를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전시실에서 도슨트 듣는 것도 좋아해서 그림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듣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미술 관련 서적도 잘 읽을 준비는 되어 있는 아이들이지요.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힘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차례를 보니 총 9장으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아는 작가도 있고, 알고 있는 작품도 있지만 모르는 작품도 많네요.

제1장에서 시공간적으로 너무 먼 옛날 서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르네상스 등을 설명해주고 보통 우리가 명화라고 부르는 작품은 르네상스 이후에 그려진 것들이 많다는 점도 알려줬어요.

르네상스를 통해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예술가들이 자기 내면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중인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스 카를로스 왕자의 초상>이 눈에 띕니다. 당시에 왜소증은 신기한 구경거리로 취급되어 광대노릇을 했다고 해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스페인의 왕 펠리페 4세의 18개월 된 아들 발타사스 카를로스 왕자이고, 다른 사람은 여자 난쟁이지만 난쟁이의 슬퍼보이는 표정과 묘한 존재감에 화가가 그리려고 하던 주인공은 난쟁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어떤 조건을 타고났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엄성과 슬픔을 담담한 시선으로 드러낸 화가의 매력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에는 나폴레옹을 그린 그림이 몇 있어요.
어느 작가가 그렸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네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중인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을 보면 화가가 나폴레옹의 열렬한 지지자였기에 잘 생긴 말 위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과장된 포즈를 취하는 그림은 신격화 수준입니다. 프랑스 파리 군사 박물관에 소장 중인 폴 들라로슈의 그림은 피곤한 표정으로 노새 등에 앉아있는 모습이 알프스를 오르기엔 노새가 더 적합했으니 더 현실적인 그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재미있어요. 두 그림을 비교하는 맛이 있어 좋았습니다.

영국날씨에 익숙한 터너의 그림은 뿌연 장면을 많이 그리다 보니 더무 대충 그린 거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그림 속에서 촉촉한 공기나 속도감을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어 터너의 화풍은 이후 인상주의가 태어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 중이라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봄이라는 작품이 저는 실제로 보고 싶어졌습니다. 실은 오르세 미술관에 가본 적 있는데 왜 그땐 이 그림이 눈에 안 띄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방문했을땐 이 그림이 없었던 것일까요? 이삭줍기 그림은 직접 본 기억이 나는데.... 그림을 잘 모르고 봐서 눈에 안 띄었나봅니다. 다시 보게 된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사람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사람의 느낌을 상상해보고 싶어요.

이 책은 이렇게 그림에 대해 어린이들이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은 설명을 해 주는 책입니다. 알고 보는 전시와, 모르고 보는 전시는 차이가 크다는 걸 저희 아이들은 잘 알고 있지요.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그림은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그 그림이 소장된 미술관에 직접 가서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언젠가 이 그림들을 마주할 날이 올때 이 책을 또 한번 펼쳐보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