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히코리와 친구들 - 1947년 뉴베리 상 수상작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0
캐롤린 셔윈 베일리 지음, 원지인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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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둘째는 매일 밤 나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가지고 와 읽어달라고 한다. 아직은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매일 읽어 달라는 책이 같다보니, 내가 문장을 시작하면, 어느 새 그 문장을 외워서 먼저 이야기 하는 둘째. 그런 통에 나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외울 지경이 됐다. 아이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는 명작들을 보면, 그 나름의 스토리의 특색과 더불어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고, 또 읽고, 또 읽는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 읽었던 책, <미스 히코리와 친구들>은 제목부터가 참 생소한 책이었다. 1947년 ' 뉴베리 상'을 수상한 책으로 60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난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책이었기에 그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미스히코리는 어린 시절 베일리의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준 인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책 속의 미스히코리를 묘사한 부분은 상상속의 인물이 아닌 직접 보고 써내려간 느낌이 물씬 풍긴다. 뉴헴프셔 사과농장의 가족들이 모두 보스턴으로 가게 되자 갑작스레 혼자가 된 미스히코리는 다람쥐 칩멍크에게 집도 빼앗기고 갈 곳이 없어진다. 늘 앤의 보호 속에 공주처럼 살아가던 히코리에게 하루아침에 생긴 변화는 받아들기 힘들지만, 극복해나가야 할 현실이다. 히코리에게 가족들이 떠난다는 사실을 전해줬던 크로우에게 막말을 뱉었지만 결국 크로우의 도움으로 새둥지를 찾게 된 히코리. 늘 깔끔하던 그녀는 바뀐 환경에 적응해가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즐거움을 찾아가고, 예전처럼 단정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데... 늘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법. 그녀의 새 둥지 아래 청설모 스쿼럴을 만나게 되면서 머리에 모자를 쓴 채 불안에 떨며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스쿼럴은 그녀의 머리를 먹지 않았고, 차츰 안정을 찾게 된 히코리는 매일 찾아오는 봄의 기운을 느끼며 점차 안정을 찾게 되는데...그렇게 길기만 했던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올 무렵, 그 둥지의 원래 주인이었던 울새 로빈이 돌아오자 또 다시 집을 잃고 만다. 행복의 끝에서 불행을 맛보았던 히코리.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나섰다가 스쿼럴이 바쁘게 봄을 준비하고 있던 것을 떠올렸던 히코리는 스쿼럴이 굴을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쿼럴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가 그만 스쿼럴에게 머리를 먹히고 마는데...  하지만 머리를 먹히고 난 뒤 더 없이 자유로워진 히코리는 이내 진짜 자연에 동화되어 결국 사과나무의 접가지로 자연으로 돌아가 진정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이야기.
 
 매일 아침 신랑을 출근시키고, 선선한 가을 아침 바람을 맞으며 읽어 내려갔던 <미스히코리와 친구들>. 히코리는 인형이었지만 이야기 속의 히코리를 만나다 보면, 인형이 아닌 우리 인간이었고, 자연 속의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만한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작가의 다양한 인물, 뉴헴프셔, 사과농장 등의 다채로운 묘사의 글들을 보면서, 한동안 다른 책 속에서 볼 수 없었던 눈 앞에 살아 움직이는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알지 못하고 어리석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자연의 힘과 경이로움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 <미스히코리와 친구들>. 이 책을 읽으며, 명작의 힘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뉴헴프셔는 아니더라도, 사과농장은 아니더라도,  집 근처의 산길을 걷다보면, 나무가 울창한 공원길을 걷다보면, 종종 미스히코리가 떠올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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