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정여울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은 정여울 작가가 사랑한

그림 Top 50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폭풍우 속 안식처가 필요할 때,

오직 나만의 미술관에

숨어보세요."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정여울 작가 사인

책 표지 앞면의 작가 사인에도 있는 글이지만

작가는 에필로그에서도 왜 미술관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미술은 미술관에 가야지만 볼 수 있으며,

낯선 도시로 떠나 도착한 미술관에서

마음을 여는 그림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인생의 결핍을 채우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50여개의

작품들과 그 작품이 작가의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를 읽다보면 마치 내가 이탈리아와 런던, 로마 등

세계 각각의 유명 미술관에서 그림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 마저 들었다.


전시회의 도슨트는 작품과 작가, 사조, 소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고,

모델이 된 인물들의 마음까지

상상력을 발휘하며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부제가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인데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부제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스케이트의 묘미는 여기 있으면서도

여기에 없는 듯한 그 느낌,

땅에 발을 닿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중력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정여울, 웅진 지식하우스

그림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만의

글맛이 참 좋다. 덕분에 그림을 좀 더

주시하게 된다. 그렇게 그림을 바라 보면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벽에 걸린

액자 속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말을 하듯이

그림 속 주인공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향할 것 같고

그들의 이야기가 들릴 것 같다.


그림 속 인물을 보며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곳에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

그런 이유로 작가는 계속해서 낯선 곳으로 떠나

그림을 마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치유하고,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간다고 말한다.

결과와 관계 없이 가장 몰입하게 하는

나의 블리스는 무엇인가?

나의 모든 슬픔을 잊고 몰두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매 순간이 좋은 것.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이것이

나의 블리스라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화가는 붓으로, 물감으로, 때로는 조각으로

표현하지만 작가는 글로 그린다.

책 곳곳에 미술 작품에 대한 그녀의 묘사가

마치 글자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림이란 감상하는 사람을 통하여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파블로 피카소


책장을 넘기며 그녀가 꼽은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과연 나에게 있어

가장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그림은 무엇인지

가만히 떠올려봤다.

나 역시 반고흐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특별한 이유를 꼬집어 한 작품을 꼽을 수는

없다. 어쩌면 깊이 있게 오랜 시간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아직은 마음을 온전히 줄 만한 그림을

마주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이 책을 덮으며 작가가 큐레이션한

이 미술관 작품들 중 나만의 원픽

묻는다면 나는 피터르 얀센스 엘링가의

'책 읽는 여인'을 말하고 싶다.

신발도 벗어 던져 놓고

의자에 앉아 책 속에 집중한 여인을 보며

나 또한 그랬던 경험이 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아이 젖을 먹이며 책을 읽고,

빨래를 개면서 책을 읽던 나.

단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집안에 주부로서의 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의 존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책을 펼쳤던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림 속의 여인 역시

그 때의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런지.

책에 푹 파묻혀 있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오롯한 나로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오래 전에 내준

'미술관에 가서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하고

느낀 점을 글로써보기'란

과제를 오랫동안 미뤄왔던 나에게

작가가 함께 미술관에 가자고 내민 손처럼

느껴졌고,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함께 한참 동안

작품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 마저 들게 했다.


나 자신으로 가는 길에 대해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질 때,

세상에 나만 혼자인 듯

외롭고, 힘들어 기댈 곳 하나 없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어

직접 미술관으로 향해도 좋겠지만

오늘 만큼은 그저 조용히 쉼을

택하고 싶은 날이라면 앞으로는

나는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으로

향하겠다.

목차를 보고 마음이 가 닿는 제목의

페이지를 펼쳐서 작가의 이야기와

그림에 푹 빠지는 날도 있겠지.

또 어떤 날은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눈길이 머무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며

그렇게 위로 받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 날은 실제로

미술관의 한 작품 앞에서

오래오래 그림을 들여다보고

나를 발견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