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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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상실과 부재를 경험한, 혹은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장희원 작가님의 <우리의 환대>는 우리가 정말 서로 같은 우리였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그 상실과 부재가 어떤 맥락에서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을 겪고 남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작중 많은 인물들은 그 대상을 그리워하기도, 미워하기도, 절망하기도, 희망을 바라기도 합니다. 오히려 기쁘기만 하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단순히 인물들의 감정만이 아닌, 한 인물이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부딪치게 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경계란 비밀이 될 수도 있지만, 역린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넘어야만 할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경계입니다. 그 경계의 정체가 무엇이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관계가 지속되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반드시 서로의 경계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환대>는 경계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후회, 그리고 이를 이겨내고자 했던 구슬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저는 쓸쓸하고도 고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이 지금의 겨울 날씨와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집니다. 겨울에 눈이 쏟아져 주변이 고요해질 때나 여름에 비가 내려 주위가 먹먹해진 날씨에 굉장히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먹먹하고 추운 계절과 같이 이 책의 인물들은 결국 관계를 맺는 데에도 실패하고 헤어짐의 상처에도 큰 고통을 겪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는 이 책의 인물들처럼 모두 각자 자신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여전히 버겁고 어렵지만 어떻게 보자면 상처와 헤어짐이란 삶에서 접해야 할 당연한 수순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 <우리의 환대>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위치에 함께 서서 손을 내밀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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