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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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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 없고, 김광석도 없다.


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갈 때 대부분의 플레쉬맨들은 서점을 들려 "서양철학"이라는 개론 서적을 구입했다. 아니면 여느 집마다 대학생이 있다면 그집 책장엔 여지없이 그 책이 꽂혀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책을 보는 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기에 헌책방에서 많이 보였던 책 또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당시에는 대학이라하면 상아탑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거기에 걸맞게 철학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보았다. 아니 몰라도 좋으니 관련된 책은 가방이나 옆구리에 끼어줘야 소위 큰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졌더랬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대학은 더이상 시세를 떠난 상아탑이 무너진지 오래다. 어느 학교는 철학과가 폐과되었고, 이젠 극장이나 쇼핑몰, 도서관보다 커피숍이 학생들의 책 보는 장소가 되었다. 이젠 철학은 학생들에게 별소용이 아니, 의미가 없다. 말그대로 "철학이 밥 먹여주냐?"라던 옛 농이 씨가 되어 현실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은 경쟁하듯이 사람들이 움집하는 장소에다 취업률을 내세우며 입학광고에 혈안이다. 대학은 이제 취업사관학교가 되어버렸다. 거기엔 더이상 철학은 없다.


대학을 들어갈 때 즈음, 예전의 입시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이라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잔디밭, 이성과의 만남 그리고 통기타의 자유로운 노래. 그러다 당시(여전히 90년대 초반) 호텔 지하에서나 있던 카라오케가 한국화되어 노래방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학가로 들어왔다. 더이상 학생들은 기타를 치지 않았으며 이내 후배들 중에는 기타를 칠 줄 아는 이가 드물어졌다. 그리고 그 즈음에 김광석도 우리를 떠났다. 이젠 우리에겐 더이상 김광석은 없다.



없는 것 + 없는 것 = 있는 것


『김광석과 철학하기』,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없는 것을 엮어 다시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선 보인다. 책은 12명의 철학자(고대에서 현대까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앞서 언급한 "서양철학"과 같은 개론 서적에 가깝다. 하지만 과거, 대학생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철학의 무게를 더하여 지식인이라는 차별성을 보이려는 과시욕도 없다. 곧 책은 오늘날 철학을 멀리하는 이들의 현실에 맞추어 친절하고 쉬운 철학의 다양한 견해들을 보이고 있다. 책은 각기 철학의 사조(12명의 철학자들의)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다만 우리네 삶이 물질로 이루어져 그것에 메여 있는 것 같지만 철학적 사상도 큰 영향을 받음을 알리고 있다. 독특한 점은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광석이라는 요절 가수의 노랫말을 통해 죽어가는 철학을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철학을 죽은자의 노랫말에서 드러내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다. 





김광석과 점 하나 다른 저자 김광식은 김광석의 노랫말에서 김광식의 철학 명제를 뽑아낸다. 그리고 그 명제와 부합하는 철학자를 찾아 독자에게 알린다. 예를들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서 김광식은 '창의 철학'을 내세워 '코기토 에르고 숨'의 데카르트의 방법적 의심론을 펼친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또한 각 철학별로 김광석의 노랫말을 실어, 노래로만 흥얼거렸던 노랫말을 눈으로 다시금 읽어 살피게 하여 해당부분을 다 읽고 나면 처음과 달라진 노랫말을 보게 한다. 달라진 노랫말은 김광석이 아닌 김광식의 노랫말이 된다. 그리고 책을 통해 독자의 생각이 더해지면 그 노랫말은 독자들의 노랫말이 될 것이다. 

딱딱한 철학이 김광석의 음율을 따라 부드러워진다. 쉽게 귀로, 아니 눈으로 들어온다. 여유가 있으면 책을 읽다 도중에 덮고 해당하는 김광석의 노래를 실제 들어본다. 그러면 과거의 노래에서 과거의 소산인 철학들이 현재에 생존함을 알게된다. 

저자는 또한 매우 친절한 설명으로 독자를 이끈다. 각 부분마다 철학자의 저서 본문을 인용하여 부연한다. 이는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철학의 개론에서 한층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안내가 될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김광식의 노래로 책이 되었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다시 독자의 노래로 남을 수 있는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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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 술의 과학 사소한 이야기
아담 로저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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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주당(酒黨)의 탄생


술을 처음 입에 댄 것은 중학교를 다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직접 담은 술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왜 우리네 어머니들은 술을 그리도 경쟁적으로 담으셨는지) 호기심으로 먹었던 술은 혹독한 뒷 끝을 남겼다. 처음 먹었던 술은 온전한 간기능 때문인지 술통 반 정도를 먹어치운 다음에야 반응이 왔다. 방안의 천정이 춤을 추었고 벽이 일렁거렸다. 기분이 좋았다기보다는 내 의지에 반하는 몸뚱이가 되려 어색해서 당시에는 이걸 왜 먹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댄 술은 과거 단 한 번의 기억을 불러 일으켰고, 먹고나서 후회하고, 또 먹고나면 다신 안 먹으리라 다짐하는 것이 다반사인 경험 위에 또 경험을 더하여 오늘날 술 없는 세상은 상상치 못하는 주당이 되어 버렸다. 이제 주당은 술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막연히 알면서도 의지를 불 태우지 않으면 다시금 쉽게 술에 입을 대는 자신을 본다. 그러다 적당한 술은 되려 몸에 좋다는 신문이나 잡지 지면 귀퉁이의 글을 우연히 보고 어느 것보다 크게 확대 해석하여 술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현실의 자신을 애써 위로한다. 그리고 또 찾아오는 숙취를 증오하면서 숙취를 해소하려는 온갖 민간요법을 시도하기도한다. 그러다 이열치열이라고 술로 술을 해장하기도하며 주당 중에 주당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줄로 그으면 어느새 책에 모든 페이지가 오선지처럼 줄투성이가 된다.



2. 진정한 주당의 탄생 


술을 좋아하는 이들 대부분은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고지곧대로 받아드린다. 사실 술을 어느 정도 먹느냐를 두고 자랑 삼지만 술을 잘 모른다. 술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선 무엇이 필요한지. 혹여 효모의 발효나 증류 정도를 알고 있더라도 효모가 어떻게 곡물이나 과일 등을 발효하는지 곡물엔 또 왜 맥아가 필요한지 자세히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어떤 상표의 맥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최고의 맛이 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주당들에게는 한낱 주조회사의 카피라이터에 부과하다. 

그래, 술은 이미 술집에 있고 만들어지는 과정은 내 돈내고 먹으니 사버렸다고 치자.(사실 술의 탄생은 자연의 것이니까라고 핑계를 대자) 그런데 어디 그것 뿐인가. 이 근본도 모르는 술을 자기 몸에 넣어 몸이 의지에서 멀어지는 현상에 속수무책인 주당들은 그 원인을 더욱 모른다. 사실 이를 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거라는 것을 주당들은 직감할 것이다. 전문적인 용어와 수많은 화학식들이 난무할 것 같다. 자, 이제 주당 중에 주당에서 주당의 정체성을 찾아 주당의 신(디오니소스의 동기동창급이라고나 할까)의 반열에 오를 기회가 왔다. 술을 과학이라는 깍대기에 끼워 파헤쳐낸 책이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바로『프루프 술의 과학』이 그 책이다. 어제의 내 주사(酒邪)의 민낯을 알고 싶다면 이책, 『프루프 술의 과학』을 권한다. 


책은 술의 생성 과정을 비교적 쉽고(사람에 따라선 분자식과 전문화학용어 등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효모의 발효과정과 맥아와 코지의 역할, 발효된 것의 증류(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된다!), 증류의 기원(증류의 기원은 술의 자연사를 인류사로 바꾼 과학이다), 숙성으로 인한 맛과 향의 변화, 맛과 향의 기준과 도식화, 몸과 뇌에 미치는 술의 영향, 누구나 극복하고픈 다음날의 숙취의 원인과 숙취 없는 술, 곧 미래의 대체 알코올의 전망과 도전을 다루고 있다. 


와인을 맛나게 먹고 싶으면 와인을 알면 된다하여 실제 와인에 관한 책자를 두 권 읽고 와인의 맛을 달리 느꼈던 경험이 있다. 술의 정체성과 작용, 곧 술의 본모습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술의 맛과 그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주당이라면 말이다.

“술은 두 가지로 나뉘지. 『프루프 술의 과학』를 읽기 전의 술과 『프루프 술의 과학』를 읽은 후의 술로 말이지.”라고 말하면서 술잔을 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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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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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를, 의심한다』를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읽어 완독을 하였다. 책을 펼칠 때마다 시끄럽고 부쩍대는 지하철이 완행열차가 되고, 마을버스가 하루 두 번만 운행하는 외딴 시골의 조그마한 버스가 되어 비포장 위를 달린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나만의, 나에게로 초점을 맞추는 여행이 된다. 

짧은 얘깃거리들로 엮어진 책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 삶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직업과 동료, 과거의 인연들 그리고 상상의 나래들. 작가의 고민과 삶의 태도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래서 오롯이 독자의 그것으로 환치되어 다가온다. 일기와도 같지만 허구임이 의심되는 독특한 얘기에서는 더 깊은 내막을 듣고 싶은 아쉬움이 책을 덮고 나름의 소설을 머리 속에 써보게 한다. 동료나 타인들을 바라보고 써내려간 글에서는 되려 작가의 마음이 비춰져 작가를 그리다 이내 자기 일인양 동화가 되어버리기가 일쑤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 『나를, 의심한다』를 대중교통수단에서만 보기로 나도 모르는 새 정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만의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인가 봐요. 어쩌면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자꾸만 다른 꿈을 꾸는 걸까요?”

한 선배에게 물었다.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선배였다. 나름 진지하게 물어본 거고, 뭔가 어른스러운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선배의 답은,

“나도 그런 걸, 뭐.”


대부분의 인간들이 가지는 불안은 덜 성숙한 자아가 아니라 안주하여 편협해지지 않는 자기변화의 순간순간이라는 걸, 그래서 우린, 아니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일지라도 꼰대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느날 독자로부터 날아온 메일에서, 목소리는 기억하지만 얼굴을 기억치 못하는 남자의 얘기는 한 편의 영상으로 다가왔으며, 우연히 발견한 알 수 없는 기호에서 은행나무 침대에서처럼 한 쌍의 연인을 창조해내는 작가의 기지, 작가이기에 새로움이라는 창조 강박에서 시작되었을 법한 저절로 그려지는 그림 꿈 얘기, 그리고 홀로 남겨져 책 속에 파묻힌 여자의 얘기는 지독한 사랑과 그로인한 이별과 고독을 축약한 소설과도 같았다. 








한 권의 책 안에 시간의 흐름이 있는 소설과는 달리 언제든지 펼쳐보아도 앞뒤 흐름에 큰 간섭을 받지 않는 에세이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무심이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부담없이 펼쳐졌고 이내 쉽게 책 속으로 빠져 한바탕 여행을 마치고 고개를 들면 어느새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방송을 듣곤 했던 것일까? 승강장을 내리는 것을 십여번.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책. 그리고는 아쉽게 내 가방을 떠나 방 안 책꽂이에 자리를 차지한 책, 『나를, 의심한다』. 파란 책등이 눈에 띄면 방 안이 기차가 되고 책장은 차창이 된다. 그리고 난 다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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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화성 오디세이 - 국내 전문가 22인이 알려주는 화성 탐사의 모든 것
최기혁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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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디서 왔을까? 어디서 왔다니? 인류는 분명 우주가 생기고 그 뒤 탄생되었을 것인데.' 

그래서 이러한 질문은 다시금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로 초점이동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숱한 가설들은 가설 이상의 근거를 가질 수 없다. 그래도 하나의 별이 생겨나는 데는 다수의 물체가 중력에 의해 하나로 뭉쳐졌거나 충돌하여 떨어져나갔을 거라는 추측에 당위성을 가진다. 어쨌든 우주는 생겨났고 그 중에 지구는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진 운 좋은 별이었을 것이다. 그 중에 과학자들은 물과 최소한의 단백질로 나아갈 수 있는 화학적 요소들을 생명탄생의 기초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상상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크기 가운데 생명을 가진 별은 지구뿐일까? 인류는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아나선다. 생명체가 있을 법한 환경이라면 지구의 인류도 이주 가능성이 있다는 뜻도 된다. 바야흐로 세계화를 넘어 우주화의 페러다임이 형성되는 것이다.

현인류가 또 다른 생명의 근거지를 찾아나서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현재의 기술로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많은 과학자들은 태양계 넘어의 별에서 그 가능성의 우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게 주목 받는 별이 태양계에 있다. 바로 '화성'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약 두 배 가량 작다. 태양과의 거리는 지구보다 8,000만 킬로미터 정도 멀다. 행성간 접근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6개월이면 도달할 수 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극지방 근처에는 얼음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생명체를 가질 수 있다면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이 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이 바로 화성이다. 

이책 『2030 화성 오디세이』는 그러한 화성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어 과학자 22명이 한 명의 한국인 우주인을 주인공으로 1인칭 시점으로 써내려간 정보 전달형식의 소설이다. 제목이 2030으로 시작하는 건 2030년을 화성유인탐사의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경은 2035년 화성유인탐사선. 12명의 우주인을 실은 탐사선은 6개월의 긴 여정을 떠난다. 책은 그 여정을 좇아가며 우주선 내 우주인의 생활과 건강, 우주선의 구조, 우주인들의 임무, 화성의 거주를 위한 계획 등을 서술하고 있다. 그 서술의 형식은 아주 쉽다. 책은 잡지 '과학동아'에 연재된 것을 재편집한 것이다. 올컬러의 상상도와 사진들, 짧지만 흥미를 끌만한 소재들이 눈에 띈다.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를 과학적인 정확한 이론들의 서술과 부연으로 적절하게 안배한 책은 어린 청소년부터 과학의 문외한 이들에게도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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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
스티븐 코비.브렉 잉글랜드 지음, 안기순 옮김, 김경섭 감수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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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계발서에 숨은 저자의 과정과 능력치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저자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다. 아마도 쉽지 않은 과정에 더해진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가 스승을 두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도 오랜 스승의 노력산물을 쉽게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여 자기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변화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참으로 고맙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 스승이 책으로 대체된다면 바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는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제시된 방법 이면에 숨은, 앞서 언급한, 저자의 노력과 그 방법까지 도달했을 때의 저자의 능력치이다. 곧 그 방법이 누구에게나 통용되거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계발서는 방법론과 결과론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되려 시간낭비와 해당 방법에 의한 아집이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부작용에 자기계발서를 멀리만 하는 것도 또다른 아집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고집을 가진 독자이다. 자기계발서를 멀리한 내게도 스티븐 코비는 유명인사이다. 자기계발서의 대부 정도로 항간에 오르내리게 한 일련의 습관 시리즈는 읽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 책표지는 봤었기 때문이다. '제3의 대안'이라는 원제목이 '마지막 습관'으로 출판된 것만 봐도 저자의 유명세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내게 돌고돌아 마침내 습관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손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책 『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은 기대치가 큰 책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는 것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단순한 것 같은 제3의 대안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비해 그 내용은 단순하다. 두 번째 장 '제3의 대안: 원칙, 페러다임, 시너지 효과'에 내용이 저자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다. 나머지는 여러 상황에 따른 사례와 보다 자세한 시너지 효과를 향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그 내용은 글과 도표 그리고 도형으로 반복하여 제시된다. 내용을 줄여 설명하면 이렇다.


대부분의 사회나 인간관계에서 구성원들은 참과 거짓, 선과 악 그리고 나와 남이라는 편가르기나 어느 편에 소속되는 것에 중점을 둔 소위 제2의 대안적 입장을 쉽게 취한다. 이는 공통분모가 형성되지 않으면 공통점을 찾거나 갈등의 상대가 된다. 갈등이 일어나면 서로의 주장을 관철 시키는 데 주력하여 자기 주장을 더욱 곤고히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한 쪽의 주장이 관철된다고 해도 다른 편은 진정한 동력자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제2의 대안에서는 '타협'이 최선인양 보인다. 하지만 타협은 궁극적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절충으로 패-패 결과이다. 저자는 제2의 대안을 벗어나야 진정으로 구성원들이 원하는 목표를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위 '제3의 대안'이 그것이다. 제3의 대안에서는 나와 상대가 원하는 목표를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 주장과 상대의 주장의 관철보다 그것 이상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이기성과 비일관성 그리고 일시적인 아이디어가 오고가며 자기의 주장보다 우리의 주장으로 전이를 모색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간단히 기술하면 이렇다. 

1. 자신을 본다. 2. 상대방을 본다. 3. 상대방을 탐구한다. 4. 상대방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다.








글로 써내려가면 너무나도 단순하지 않는가. 단순함 뒤에 숨어있을 법한 묘책을 바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겨보아도 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위의 네가지 단계를 가능케하는 사례를 통해 우선 자신의 독단, 독선 그리고 교만을 내려 놓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기자신을 관찰하고 상대의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바탕에 전재되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와 내가 바라는 목표의 성공을 서로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관계하여야하며 여기는 어떤 형식이나 일관성도 방해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적이 아닌 동반자로 여길 때 시너지효과가 일어나며 그것은 애초 생각치도 못한 결과로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현시대의 많은 문제들 가운데 제2의 대안적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이에 이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 제3의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해보이는 이 대안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수많은 책과 스승들을 통해 배우는 지식은 지식으로 멈추지 않고 보다 나은 삶, 모두를 위한 공의의 삶으로 향하는 지혜를 가지기 위함이고 이 지혜는 우리를 함께 아우르는 것과 이상향을 향한 한걸음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한 권의 자기계발서로 가능하겠는가. 결국 이책 『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은 방향만을 가르치는 것 같다. 제3의 대안적 자세를 소개함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곧, 제3의 대안은 방법을 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3의 대안적 페러다임을 가질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데 되려 방점이 찍힌다.



3. 마지막 습관은 없다. 우리의 태도가 있을 뿐


마무리 하자면, 책의 내용은 제3의 대안이라는 방법과 그 대안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되려 제3의 대안적 페러다임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새기게 한다. 저자의 목적은 이것을 실행하여 이루어지는 보다 나은 성공적 삶에 있겠지만, 사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제3의 대안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돌아보게하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마지막 습관은 없다. 마지막 대안도 없다. 우리에겐 우리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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