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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 죽어가는 행성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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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미스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페미니즘>을 처음 읽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쯤 전이었다. 가부장제와 환경파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머릿속에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두께에 비해 술술 넘어가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남았던 질문은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던 것 같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라는 책 속에서 열다섯 명의 저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구를 사랑하는 법, 치열히 고민하고 싸워야 하는 것, 바꾸어야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근대문명과 개발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의 형태였다가, 흙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 시의 형태였다가, 자급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삶에 관한 이야기의 형태였다가, 반려 고양이와 함께하며 바뀌어 나간 일상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20여 년 전 <에코페미니즘>이 던진 화두에 대해 2023년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를 잠시나마 엿본 기분이었다.


에코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지 2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애석하게도 인류는 지구를 파괴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실천하기를 미룰 수 없다. 개인부터 집단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므로.

기후위기로 ‘불타는‘ 지구에서 누군가는 도피를 꿈꾸고, 누군가는 ‘바로, 여기‘에서 지구 돌봄을 선택한다 - P14

근대문명은 자아 과잉의 문명이다. - P42

월경혐오와 터부가 여전한 이 사회에서 환경보호라는 명분으로 여성에게만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느끼기도 했다. - P152

멸종의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가 아니고, 비인간 존재들도 아니며, 인간이 속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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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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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Y클럽 5기 활동으로 도서를 읽고 활동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창비의 영어덜트 소설을 언제나 즐겁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하며 집어들었어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흥미진진함으로 순식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크리처물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공포의 잔상이 꽤 깊게 남는 편이어서요. 공포영화를 잘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을 읽으면서도 여러 장면에서 흠칫흠칫 놀라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만큼이나 흠뻑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책 속의 묘사와 머릿속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이서와 수하가 겪게 되는 급박한 상황이 더욱 생동감있게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폭풍이 쫓아오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제가 책 속의 이서였다면, 수하였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서와 수하까지 가지 않더라도, 저는 과연 성광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시현만큼은 행동할 수 있는지를 저 자신에게 묻게 되었어요. 언급한 네 사람 이외에도 책 속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아주 다른 인물상이면서도, 또 모두가 일상 속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일반적인 인물상들이어서 더욱 공감하고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서와 수하는 서로 다른 각자의 트라우마와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겨낸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겨낸 척을 꿋꿋하게 해내고 있는 것에 가깝죠. 그 사이에서 그들을 쫓아오는 한밤중의 괴물은,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그들의 트라우마 그 자체인 것도 같습니다. 아이들이 무찌른 것 역시, 괴물뿐만 아니라 그들을 괴롭히던 기억이겠죠. 그 끔찍한 밤을 지나며, 이서와 수하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책을 마지막장까지 덮고 나니, 이서와 수하가 마치 제 친구인 것 처럼, 제 가족인 것 처럼 제가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폭풍이 쫓아오는 순간에, 저도 이 아이들을 생각하며 폭풍을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에 취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만 지키기 위해 이기적으로 구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의 앞에 서서 폭풍을 맞이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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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좋은 여성들 -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지음, 최인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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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부터 힘은 대개 남자와 연관되었고 남자에 의해 정의되었다. 하지만 여성들 역시 태초부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만들고, 발견하고, 발명하고, 사람들을 이끌어왔다. 여성들의 업적이 심지어는 수 세기에 걸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을 뿐이다. 우리는 이 관행들을 진작부터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믿는다(p7)"


이 책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언가가 되고자 했던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며, 또한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언가의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가 남기는 메시지다. 책에 담긴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두 저자의 묘사 또는 회고를 읽는다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 소녀, 어른이 된 여성까지 그 누구에게라도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 그 영웅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매일 우리에게 감명을 주는 여성들을 기리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 P11

"나는 내 자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까지 이 자리로 끌어올려줄 거니까요. 충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어요."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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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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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마주하는 절망과 공포, 아픔과 그 모든 순간들을 그리고 기록하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연필 한 자루와 노트를 들고 지하실로 뛰어들었다는 저자는 본래 화려한 색감의 그림을 그리는 그림책 작가였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그려낸 흑백의 세상 속 짤막하지만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전쟁의 조각들.



아이들은 폭격 소리를 들으며 ‘평화‘라고 적는 - P72

나는 이제 정확히 알고 있다. 전쟁이 있고, 사람들은 따로 존재한다는 걸. 전쟁은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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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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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낙담하게 되는 소식만을 듣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자꾸만 누군가의 존재가 지워지고, 누군가의 이야기는 없던 이야기가 되고,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어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때로는 지워지는 집단에 속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한 채로 타인의 지워짐을 바라보아야 하는 입장에 서기도 합니다. 해변에서 하는 모래놀이처럼 얼마나 더, 언제까지 더 곧 지워질 이야기를 써내야하는지 마냥 아득하게 느껴져 암담해질 때도 있죠.


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수많은 사례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기에 백래시가 올 것임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것이 어떤 형태일 것인지를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만, 마주하고 나니 더욱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날들입니다.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겨울바람에 몸을 움츠리듯, 빙판길을 걷듯 이전보다도 더욱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게 되고,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리베카 솔닛의 글을 많이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언제나 솔닛의 글이 위로의 글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확고하고, 명료하고, 때로는 신랄한 솔닛의 어조와 위로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네가 마주한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야'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야'라고 단언하는 리베카 솔닛의 글은 그 무엇보다도 힘이 되는 위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 역시 그랬습니다. "우리는 현재 굉장히 거대하고 근사한 건물을 함께 건설하는 중이다"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리베카 솔닛의 글이 지닌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형태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근사한 건물'이 이미 눈 앞에서 빛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책 속에서 리베카 솔닛은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지만 위트있게 묘사합니다. 성범죄와 가부장제, 도시의 이름 등 생활의 곳곳에 녹아있는 젠더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부터 낙태와 관련된 법안 등 미국 사회가 마주한 백래시, 그리고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의 백인 남성 중심적 정치 및 사회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드러나는 미국 사회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한국 사회와 꼭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마냥 답답하고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솔닛이 묘사한 바와 같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눈부시고 강렬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집단적 변화의 과정"이 책 안에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이러한 폭풍같은 혼란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힘으로 모두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임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리베카 솔닛의 확신에 찬 어조와 함께 읽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는 이 책은 결국 우리가 품어야 할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하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인종에 대한 이야기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나갑니다. 우리에게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우리의 목소리를 여전히 잘 들어주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한편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두고 포기할 수 없겠다는 감상이 들게도 하고, 또 이 모든 것이 계속해서 느리지만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리베카 솔닛의 글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회적 약자를 향한 헌정이자 위로라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굉장히 거대하고 근사한 건물을 함께 건설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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