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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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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써야합니다>

 

리베카 솔닛분명 제가 들어본 이름이었습니다. 낯설지 않은 이름을 검색을 해보았고, 1월에 읽었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맨스플레인)의 저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접했던 작가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레 선입견을 가져옵니다. ‘이 책 역시 페미니즘 성향의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겠지.’라는 예상과 함께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제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그녀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으며,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진 않았지만 전작을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엔 그녀의 어머니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아를 깊이 파고들어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중략)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그녀가 긴 페이지에 풀어놓은 이야기의 흐름은 위 문장과 동일합니다. 어머니의 병으로 인해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바라보고 어머니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체 게바라의 혁명 이야기, 아이슬란드 늑대 이야기, 에스키모 여인 이야기, 프랑켄슈타인과 눈의 여왕 이야기를 넘나들며 밖으로, 경계 너머로 헤엄쳐나갑니다. 어머니의 병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런 이야기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로부터 그녀를 끄집어냈던 광활함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과도 화해하게 됩니다. 글을 썼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 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글과 함께 그녀는 온전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그녀의 생각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며 깊숙한 고독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이를 극복하고 다시 그녀 자신을 되찾는 모습에선 진한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읽은 전경린 작가의 단편소설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을 보면 이쁘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않은 학교 앞 문방구나 운영하며 밤엔 동전계산하다 잠이 드는 엄마처럼 살기 싫어하는 11살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몇 가지 사건을 통해서 주인공은 조금씩 성장을 합니다. 엄마에게 왜 자꾸만 아이를 낳느냐고 묻습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아기를 좋아하니까, 그래도 아기가 걸을 때까지는 집에 좀 붙어 있어주니까 낳는다고 말합니다. 그때 주인공은 엄마에 대한 가시가 휑하니 빠져나간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엄마는 또 딸을 낳게 되자 울면서 집안에 모셔둔 삼신상을 두드려 부수고, 주인공은 엄마와 자신이 고통이나 슬픔이나 두려움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한 몸이라고 느낍니다.

 

작품의 모티브와 결말이 맞닿아 있어서 그럴까요? 멀고도 가까운은 분명 에세이지만 제겐 잘 쓰여진 성장소설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장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질문하는 삶이라고 정의합니다.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 삶은 성장을 멈춘 삶이며, 늙어버린 삶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린 그녀의 멋진 성장드라마 한 편을 함께 읽고 있는 것이며, 내 삶 속에서 멈춰버린 성장을 다시 일깨울 수 있게 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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