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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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히 만난, 운명처럼 만난 <동네책방 북바이북>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사가 있습니다. 평균 독서율에 대한 기사이지요. 언제나 최저치를 갱신해나가는 독서량을 바라보면서, 한 번도 호황인적이 없었던 것 같은 출판업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와는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게는 그런 일이 바로 ‘작은 책방’을 여는 것입니다.

 

맘속에 품은 작은 꿈은 작년부터 동네책방과 서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 번씩 찾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술 먹는 책방’이 서울에 생겼다는 기사를 접했고,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렸다가 <동네책방 북바이북> 책이 입고된 것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2. 소소한 책방 창업이야기를 담다.
이 책은 저자이자 ‘북바이북’의 책방지기인 김진양씨가 쓴 책입니다. 그녀가 왜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준비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문을 열고 난 후 책방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 등을 담았습니다. 2013년 3월 책방 시작 결의를 다진 후부터 약 2년 여간 있었던 작은 서점의 분투기 이자, 누군가에겐 창업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나중에 이런 일 들을 겪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흥미롭게 몰입해서 단번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내딛는 모습 속에서 작은 희열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아마존과 테슬라 같은 거대한 창업의 세계가 아닌,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항상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생활 속 공간의 이야기인 만큼, 독자에게도 일상 속 작은 도전의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3. 가장 강력한 성장의 힘은 ‘연대 - 콜라보레이션’
작은 서점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선 주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고 방문해주는 이들의 향기가 없이는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북바이북’이 지금처럼 많은 화젯거리가 되고, 손님들의 방문이 이어질 수 있는 이유에는 핵심 콘텐츠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이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입니다.

 

실내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마누파쿰’, 인기디저트는 ‘배러댄초코렛’, ‘우연’, ‘더브래드팬트리’ 등 많은 곳과 제휴하면서 메뉴개발과 관리에 대한 노고는 최소화 시키며, 자신들은 좀 더 책 큐레이션과 도서관리 등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가지는 환상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직접 할 거야.’입니다. 분명 자신의 정성을 한 곳도 빼먹지 않고 모두 들인다면 가장 자기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들과 상의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바이북’은 이런 콜라보를 통해서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오신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4. 「북바이북」‘책’이 아닌 ‘콘텐츠’를 파는 공간
많은 동네서점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좀 더 편안한 공간이다.’, ‘상암동이라는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등 ‘북바이북’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주인이 가지고 있는 책방에 대한 관점이 생존의 열쇠였다.’

많은 이들이 책방이라 하면 ‘책’이 핵심이고, 자연스레 책방주인은 자연스레 ‘독서광’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고루해 보이는 인상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하지만 저자의 관점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녀는 책에서 이렇게 말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니 그냥 생각해 봐도 난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 않는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독서광’이라고 불릴 만큼 늘 책을 옆구리에 끼고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책과 관련된 페이스북 커뮤니티만 살펴보아도 소위 말하는 책벌레들은 확실히 독서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책 자체보다는 글쓰기의 연장선에서 콘텐츠를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책은 트렌드의 가장 최전방에서 트렌드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최소 단위의 콘텐츠이다. 독서광이 아닌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난 책방 주인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이라는 대표 미디어콘텐츠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일까요? 책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 신선합니다. 이런 생각이 상암동이라는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동네에서 작은 책방에 끊임없이 숨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5. 책장을 덮으며
제가 꿈꾸는 공간과 비슷한 곳을 자신의 방식으로 먼저 이뤄낸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작은 질투와 무한한 동경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저의 생각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했을 땐 묘한 동류의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전자책 시장이 커진다 하여도, 종이책의 생명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겨가며,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하나의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책이 좀 더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서 자체가 아니라 다른 하나의 문화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독서모임 / 글쓰기 / 문화여행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어우러지는 책의 시대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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