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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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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매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의 오늘 하루 일과는 페이스북 확인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곤 크게 ‘의미 없는’ 행동을 하며 30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책을 들고 서재로 향하게 되었다.


 

영업 및 납품을 다니는 일을 하기에 운전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 교통신호에 맞춰 차를 정차시켰을 때 습관적으로 주변 차들을 살펴보곤 한다. 예전과는 달리 대부분의 운전수는 짧은 시간을 활용하며 스마트폰과 눈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2012년 1월 친구와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그 시절 중국은 페이스북이 통제되어 있었다. 그 말은 여행하는 7박 8일동안 페이스북 로그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멋진 여행 기록을 즉시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끔찍했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 우린 언제나 그랬듯이 기념사진을 남겨왔다. SNS가 등장하기 전에는 순간의 기억을 사진 한 장에 남겼다면, 지금은 페이스북에 기록을 남기는 것 같다. ‘사진’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물질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스스로를 경계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으며, 빠져 나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잘 못되어 가고 있어.’하는 경계는 ‘나만 그런 건 아니니까.’하는 안도로 바뀌고 있다. 개인의 행동변화에 대해서 이 책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의 삶 속으로 중심을 가져오기를 권하고 있다.


 

나 역시 한 동안 페이스북에 내 삶을 의존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친구들이 나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을 한다면 ‘페이스북 대로 살고 있어.’라고 답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 그 만큼 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했었고, 매 순간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은 큰 만족감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쫓고 있었던 ‘느낌’이 오감과 같은 직접적인 감각에 의한 것도 아니며, 친구들과 직접 교류하며 공유된 감정 또한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즉, 나의 상상 속에 나를 가둬버린 것이었다.

 


 


2.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 전개에 대한 아쉬움.


 

<페이스북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한다면 어떤 내용을 떠올리게 될까?

내가 떠올린 내용은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포스팅과 여러 단체들의 홍보 및 소셜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사이버공간 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표현과 사건들에 대한 심리적 분석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순간 이 책은 지극히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문사회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현재 이 시점에 가장 “핫”한 트렌드를 제목에 내세우면서 등장하는 책들이 있다. 전문적인 연구결과 데이터를 제시하기에는 정보의 전문성 및 시간의 역사성을 도출해내기가 어려울 때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 ‘다양한’이라는 말을 내세운 ‘사례제시’이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장의 얼개에 맞춰진 사례들로 내용은 채워지고, 그 사례들이 자연스레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어있다. 따라서 이 책들은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책 내용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전개되겠구나.’하는 예상이 된다.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은 그런 예상을 벗어나는 책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안타까지만 그런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소셜마케팅 및 프로모션의 사회적 영향을 사회심리영역으로 확장해서 풀어놓았다면 괜찮은 참고서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책을 읽은 말미에 진하게 남는 여운이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었다. 원제는 <Facehooked>. 즉, 페이스북 심리학이 아니라 ‘페이스북 중독’인 것이다. 한국으로 수입되어 번역, 출판하는 과정에서 출판사가 제목에 작은 손질을 가한 것이다. 작은 상술에 당한 것이다.



3.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손에 쥐었다면 <7. 적보다 못한 친구>는 꼭 한번 읽어보자.

- 나는 어떤 유형의 ‘감정 조종자’에 가까울까?

 


지금은 내가 진행하는 모임을 알리는 것과 정보 수집(지인 동향, 행사, 프로모션) 외에는 페이스북을 활용하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 지금의 나는 수용자인 셈이다. 하지만 적극적 생산자였던 과거가 있었다. 그 시절의 글들을 살펴보니 내게 발생한 여러 사건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느끼고 깨달은 점 등이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류의 글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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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우울하지만, 우리의 일상마저 우울해선 안되기에.

 

나이는 나보다 두세살 많을까? 우리 매장 납품을 담당하던 한 청년.

 

과거에는 농구선수 였다는 그.

언제나 웃으며, 빠릿빠릿하게 몸을 놀리며, 자기가 하나라도 더 내리려고 노력하던 그.

 

이쪽 업계에 있으면 젊은 친구들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었을까?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었을까?

무언가 눈빛으로 '우리 서로 힘냅시다.'라고 함께 주고 받았던 그.

 

하지만 오늘은 어쩐일인지 오전에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납품을 왔다.

의아했다.

 


오후가 되었다.

낯선 승용차가 한대 들어왔다.

언제나 쓰고 있던 야구모자는 없었다.

언제나 입고 있던 작업복, 작업화도 없었다.

언제나 끼고 있던 목장갑 역시 없었다.

 

말끔하게 차려입는 그가 사무실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

이제 납품업무는 인수인계하고 영업팀 과장으로 승진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아버지도 항상 요즘 애들같지 않게 싹싹하다며 칭찬을 마르지 않게 해왔던 그였기 때문인지,

1시간 정도 본인이 영업을 하시던 과거 에피소드 부터해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셨다.

 

나는 그를 응원한다.

남들이 꺼려하는 곳에 당당히 발을 내밀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 낸' 새로운 기회를 그는 잡은 것이다.

 

뱀의 머리가 나은지, 용의 꼬리가 나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분명한 것은 '삶의 만족도' 부분에서는 뱀의 머리가 높은것이 분명하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정을 받으며 애써 일 하는 그가 나는 너무 고맙다.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뜨거운 청춘과 열정은 곳곳에 숨어있었다.

 

다음에 오면 하루 날 잡고 농구 같이 하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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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글들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고,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 보다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느낌이 짙은 글들이었다. 여기서 제시 된 감정조종자들의 예시 중에는 ‘나르시시스트’에 가장 가까운 면이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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