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 재생불능 진단을 받고 추락하던 JAL은 어떻게 V자 회복을 했나
오니시 야스유키 지음, 송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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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쥐기 전까지 내가 읽고 있던 책은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였다. 책은 경제학에도 인간의 정신과 영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기존 경제학이 ‘너무도 우발적이고 교란적인 요소’여서 논의에서 배제한 변칙적인 힘,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인 ‘애정’이야말로 경제학 최대의 변수라고 역설한다. ‘생명’을 가치의 유일한 척도로 놓는 그의 경제론에서는 정직, 도덕, 정의 등 인간의 정신적 가치들이 더 중시된다. 이를 통해 노동, 자본, 고용, 수요와 공급 등의 경제용어들이 전혀 새로운 철학적 의미를 얻는다. 그렇게 러스킨에게 경제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온다. 그런 책을 읽고 있던 도중 내 손에 이 책을 쥐게 된 것이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계획된 우연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이 책을 통해서 러스킨의 경제학이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영학원론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라고 배운다. 처음 배우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여러 책을 접하고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이익 창출’ 일까? 지금의 패러다임을 쥐고 있는 시장 중심의 논리에서는 자본가의 이익을 말하게 된다. 하지만 러스킨도,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 논리를 거부한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기업경영의 목적은 “사원의 행복추구”였다. 그렇게 되면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과, 사원이 바라보는 목표가 같을 수밖에 없다. 노사합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정말 이런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걸어오면서 펼쳐낸 수많은 책과, 교세라, KDDI,그리고 이번의 JAL이 보여준 모습을 본다면 그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한 내용이 아니라고 본다.

“과연 나라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통해서 존재하게 된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자신의 과거가 부정된다면, 자신의 현재가 부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과거는 소중하다. 80세를 앞둔 나이에 자신의 과거를 통해 쌓아온 명성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한다. 성공을 했을 때 얻게 되는 득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이 감내해야 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예전과 같이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그러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3가지 대의(大義)>. 그처럼 모두가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실력도 겸비해야 한다. 시대적 운과 상황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 삼박자를 이나모리 가즈오는 극복해 낸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개인의 자아와 품은 뜻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다. 말 그대로 ‘혼연일체(渾然一體)’ 이렇게까지 생각을 끌고 와보니, 지금의 나로서는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 역시 리더의 자리에 있었고, 리더를 꿈꾸는 동생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었다. 그럴때 항상 했던 말이 ‘내 개인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대의, Big Picture가 있다면 어느 순간 그 대의가 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게 딱 하수, 중수의 수준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정도의 진장한 고수, 고수를 넘어선 구루의 영역에 있는 이들에겐 대의가 곧 개인의 뜻이고, 개인의 뜻이 곧 대의였다. 이런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해서 키워질까?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 뿐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JAL을 3년이라는 기간만에 흑자전환과 역대 최고 이익을 내게 만든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이슈인 철도노조 파업문제에 대해서 다른 관점으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공사와 독점기업, 그리고 관료조직은 내버려두면 점점 더 비대해지고 효율이 떨어져 세금을 잡아먹는 ‘택스 이터(Tax Eater)'가 된다. 국민의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분명히 수술대에 올려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민영화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업은 노동권에 보장되어 있으니 당연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이 문제를 논할때도 큰 쟁점이 이 2가지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영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자본의 논리에 의한 승자독식으로 넘어가선 안된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생각 ’독점은 악이다‘로 넘어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나모리 가즈오와 같이 국가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장치가 필요하다. 수서발 KTX를 법인화 시켜서 공기업 방만경영을 해결하기 위한 시범 운영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또 다른 독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버릴 수 없다. 지금 이 사회엔 ’리더의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수많은 기업들의 민영화가 진행될 것이다. 정말 국민을 위한 민영화를 바라는 것이 꿈이 아니길 바란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내가 운영해나가야 할 사업에 대한 부분.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작은규모의 사업체다. 아메바 경영을 적용시켜보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말 그대로 맨손으로 일궈내신 개인사업 1.0의 상황이다. 이 사업장을 철학이 있는 곳으로 변모시켜보겠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부를 어떻게 하면 이 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큰 그림 그리기도 시작해야겠다. 이나모리 가즈오 정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내가 되지 마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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