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만주 모던

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1960년대 개발 체제 한국을 1930년대 만주를 연결한 역작이다. 만주에 관한 책이면서 현대 한국사의 한 부분을 날카롭게 해석한 책이다.

만주 모던을 읽고

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만주 모던’은 달고 있는 “만주”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은 사라져 버린 만주국에 관한 책만 아니다. 더더구나 만주 벌판에서 고구려의 뿌리를 찾아 함성을 지르고 싶은 현대 한국인의 로망을 자극하는 책도 아니다. ‘만주 모던’은 한국 현대사에 뭔가 해석이 되지 않는 개발 체제의 뿌리를 “만주”에서 모색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개발 체제는 그 전후의 시대와 물과 기름처럼 맥락이 잘 맞지 않는다. ‘만주 모던’은 1960-1970년대 개발 체제 한국을 뚝 떨어진 시간과 공간 1930-1940년대 국가건설에 질주하던 만주에서 그 출발을 찾아본 역작이다.그래서 ‘만주 모던’은 만주에 관한 책이면서 역설적으로 현대 한국사의 한 부분을 날카롭게 해석한 책이다. 현대 한국사의 고민-식민지 시대의 정의, 친일의 청산, 개발 체제의 분류,군사 정부의 뿌리, 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식민지적 성분, 현대 한국 사회의 마초적 남성성의 원류 등등의 주제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책은 친일 대 민족적 지향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 모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일 것 같지 않은 학자이다. 운동권 같은 비운동권 재야인사이다. 정치판으로 나설 것 같지만 공부만 한 비정치인이다.시니어 권투 시합에도 참가하는 문무겸비의 학자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 못지않게 빼어난 글솜씨를 갖추었다. 이 책은 저자의 시카고대학 박사 논문을 기본으로 한 ‘만주 건국의 재해석’에서 만주에서 출발, 현대 한국까지 도달한40대 초반부터60대 중반까지 한석정 학문의 여정이다.

근자에 출판된 사회과학 분야의 책 중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만주 모던’이 꼽힌다. ‘만주 모던’은 원전 읽기와 비판적 접근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게 있는 학술서적이다. 그러나 같이 앉아 있으면 지겹지 않게 촌철살인의 멘트를 잘 날리는 저자의 언변이 글로 잘 나타나 무거운 학술서적을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최장집과 한석정 둘 다 시카고대학 출신이다.최장집은 정치학과에서 한석정은 사회학과에서 공부하였다. ‘만주 모던’에서 자주 인용되는 브루스 컴밍스(Bruce Cumings)와 두아라 프래신짓트(Duara Prasenjit)는 한석정이 시카고대학 재학시 사사한 교수들이다. 또 다른 학자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은 한석정과 함께 공부한 동학이다. 알렉시스 더든은2015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사과 선언을 이끌어낸 약 이백 명 외국학자들의 서명을 주도한 공로로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적 접근”은 그 패러다임의 독창적 발상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패러다임의 독창성은 미국 국무성 비밀 해제 자료를 파헤치고 젊음을 바쳐 분석한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에서 온다.후일 많은 사람이 패러다임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평생을 바쳐 자료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석정의‘만주 모던’ 연구의 출발점은 만주국 관보 ‘성경시보 盛京時報‘이다.저자는 후일 한국어로 출판된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1932-1936’의 근간이 된 박사논문을 작성할 당시 방대한 양의 ‘성경시보’원문을 파고 들었다. 30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구한 “만주”라는 식민지 제국 경험의 화두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로 접붙여온 한석정의 학문적 집요함을 또한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를 놓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의 양대 흑백론이 판을 치는 곳에서 “만주” 라는 식민지 제국 건국 경험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를 연결시킨 ‘만주 모던’은 무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의 일생을 바쳐 “만주”에 파고 드는 집요함으로 주류 현대 한국역사 담론에 비판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단서를 제공한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는 이 책을 접 함으로서 독자로서 저자가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들은‘만주 모던’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하던1930년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피식민자를 만날 것이다. “의식주, 생산, 재생산,로맨스, 문화 생활”까지도 해야 했던 피식민자와 함께, 박정희, 최규하, 백인엽,유석창, 이선근, 황석영, 김중업, 최승희, 김동진, 현제명 등등의 군인, 행정가, 음악가, 소설가, 건축가, 무용가, 작곡가 등등의 만주 경험이 어떻게 현대 한국에 영향을 미쳤는가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강남 개발” “국민교육헌장” “반상회” “재건체조” “국토건설계획” “울산공업단지” “새마을운동” “동백아가씨”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만주 모던’의 저자 한석정은 “만주 출신들-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고 외친다.

‘만주 모던’을 읽고

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만주 모던’은 달고 있는 “만주”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은 사라져 버린 만주국에 관한 책만 아니다. 더더구나 만주 벌판에서 고구려의 뿌리를 찾아 함성을 지르고 싶은 현대 한국인의 로망을 자극하는 책도 아니다. ‘만주 모던’은 한국 현대사에 뭔가 해석이 되지 않는 개발 체제의 뿌리를 “만주”에서 모색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개발 체제는 그 전후의 시대와 물과 기름처럼 맥락이 잘 맞지 않는다. ‘만주 모던’은 1960-1970년대 개발 체제 한국을 뚝 떨어진 시간과 공간 1930-1940년대 국가건설에 질주하던 만주에서 그 출발을 찾아본 역작이다.그래서 ‘만주 모던’은 만주에 관한 책이면서 역설적으로 현대 한국사의 한 부분을 날카롭게 해석한 책이다. 현대 한국사의 고민-식민지 시대의 정의, 친일의 청산, 개발 체제의 분류,군사 정부의 뿌리, 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식민지적 성분, 현대 한국 사회의 마초적 남성성의 원류 등등의 주제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책은 친일 대 민족적 지향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 모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일 것 같지 않은 학자이다. 운동권 같은 비운동권 재야인사이다. 정치판으로 나설 것 같지만 공부만 한 비정치인이다.시니어 권투 시합에도 참가하는 문무겸비의 학자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 못지않게 빼어난 글솜씨를 갖추었다. 이 책은 저자의 시카고대학 박사 논문을 기본으로 한 ‘만주 건국의 재해석’에서 만주에서 출발, 현대 한국까지 도달한40대 초반부터60대 중반까지 한석정 학문의 여정이다.

근자에 출판된 사회과학 분야의 책 중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만주 모던’이 꼽힌다. ‘만주 모던’은 원전 읽기와 비판적 접근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게 있는 학술서적이다. 그러나 같이 앉아 있으면 지겹지 않게 촌철살인의 멘트를 잘 날리는 저자의 언변이 글로 잘 나타나 무거운 학술서적을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최장집과 한석정 둘 다 시카고대학 출신이다.최장집은 정치학과에서 한석정은 사회학과에서 공부하였다. ‘만주 모던’에서 자주 인용되는 브루스 컴밍스(Bruce Cumings)와 두아라 프래신짓트(Duara Prasenjit)는 한석정이 시카고대학 재학시 사사한 교수들이다. 또 다른 학자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은 한석정과 함께 공부한 동학이다. 알렉시스 더든은2015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사과 선언을 이끌어낸 약 이백 명 외국학자들의 서명을 주도한 공로로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적 접근”은 그 패러다임의 독창적 발상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패러다임의 독창성은 미국 국무성 비밀 해제 자료를 파헤치고 젊음을 바쳐 분석한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에서 온다.후일 많은 사람이 패러다임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평생을 바쳐 자료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석정의‘만주 모던’ 연구의 출발점은 만주국 관보 ‘성경시보 盛京時報‘이다.저자는 후일 한국어로 출판된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1932-1936’의 근간이 된 박사논문을 작성할 당시 방대한 양의 ‘성경시보’원문을 파고 들었다. 30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구한 “만주”라는 식민지 제국 경험의 화두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로 접붙여온 한석정의 학문적 집요함을 또한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를 놓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의 양대 흑백론이 판을 치는 곳에서 “만주” 라는 식민지 제국 건국 경험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를 연결시킨 ‘만주 모던’은 무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의 일생을 바쳐 “만주”에 파고 드는 집요함으로 주류 현대 한국역사 담론에 비판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단서를 제공한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는 이 책을 접 함으로서 독자로서 저자가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들은‘만주 모던’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하던1930년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피식민자를 만날 것이다. “의식주, 생산, 재생산,로맨스, 문화 생활”까지도 해야 했던 피식민자와 함께, 박정희, 최규하, 백인엽,유석창, 이선근, 황석영, 김중업, 최승희, 김동진, 현제명 등등의 군인, 행정가, 음악가, 소설가, 건축가, 무용가, 작곡가 등등의 만주 경험이 어떻게 현대 한국에 영향을 미쳤는가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강남 개발” “국민교육헌장” “반상회” “재건체조” “국토건설계획” “울산공업단지” “새마을운동” “동백아가씨”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만주 모던’의 저자 한석정은 “만주 출신들-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고 외친다.

‘만주 모던’을 읽고

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만주 모던’은 달고 있는 “만주”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은 사라져 버린 만주국에 관한 책만 아니다. 더더구나 만주 벌판에서 고구려의 뿌리를 찾아 함성을 지르고 싶은 현대 한국인의 로망을 자극하는 책도 아니다. ‘만주 모던’은 한국 현대사에 뭔가 해석이 되지 않는 개발 체제의 뿌리를 “만주”에서 모색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개발 체제는 그 전후의 시대와 물과 기름처럼 맥락이 잘 맞지 않는다. ‘만주 모던’은 1960-1970년대 개발 체제 한국을 뚝 떨어진 시간과 공간 1930-1940년대 국가건설에 질주하던 만주에서 그 출발을 찾아본 역작이다.그래서 ‘만주 모던’은 만주에 관한 책이면서 역설적으로 현대 한국사의 한 부분을 날카롭게 해석한 책이다. 현대 한국사의 고민-식민지 시대의 정의, 친일의 청산, 개발 체제의 분류,군사 정부의 뿌리, 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식민지적 성분, 현대 한국 사회의 마초적 남성성의 원류 등등의 주제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책은 친일 대 민족적 지향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 모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일 것 같지 않은 학자이다. 운동권 같은 비운동권 재야인사이다. 정치판으로 나설 것 같지만 공부만 한 비정치인이다.시니어 권투 시합에도 참가하는 문무겸비의 학자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 못지않게 빼어난 글솜씨를 갖추었다. 이 책은 저자의 시카고대학 박사 논문을 기본으로 한 ‘만주 건국의 재해석’에서 만주에서 출발, 현대 한국까지 도달한40대 초반부터60대 중반까지 한석정 학문의 여정이다.

근자에 출판된 사회과학 분야의 책 중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만주 모던’이 꼽힌다. ‘만주 모던’은 원전 읽기와 비판적 접근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게 있는 학술서적이다. 그러나 같이 앉아 있으면 지겹지 않게 촌철살인의 멘트를 잘 날리는 저자의 언변이 글로 잘 나타나 무거운 학술서적을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최장집과 한석정 둘 다 시카고대학 출신이다.최장집은 정치학과에서 한석정은 사회학과에서 공부하였다. ‘만주 모던’에서 자주 인용되는 브루스 컴밍스(Bruce Cumings)와 두아라 프래신짓트(Duara Prasenjit)는 한석정이 시카고대학 재학시 사사한 교수들이다. 또 다른 학자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은 한석정과 함께 공부한 동학이다. 알렉시스 더든은2015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사과 선언을 이끌어낸 약 이백 명 외국학자들의 서명을 주도한 공로로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적 접근”은 그 패러다임의 독창적 발상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패러다임의 독창성은 미국 국무성 비밀 해제 자료를 파헤치고 젊음을 바쳐 분석한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에서 온다.후일 많은 사람이 패러다임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평생을 바쳐 자료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석정의‘만주 모던’ 연구의 출발점은 만주국 관보 ‘성경시보 盛京時報‘이다.저자는 후일 한국어로 출판된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1932-1936’의 근간이 된 박사논문을 작성할 당시 방대한 양의 ‘성경시보’원문을 파고 들었다. 30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구한 “만주”라는 식민지 제국 경험의 화두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로 접붙여온 한석정의 학문적 집요함을 또한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를 놓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의 양대 흑백론이 판을 치는 곳에서 “만주” 라는 식민지 제국 건국 경험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를 연결시킨 ‘만주 모던’은 무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의 일생을 바쳐 “만주”에 파고 드는 집요함으로 주류 현대 한국역사 담론에 비판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단서를 제공한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는 이 책을 접 함으로서 독자로서 저자가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들은‘만주 모던’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하던1930년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피식민자를 만날 것이다. “의식주, 생산, 재생산,로맨스, 문화 생활”까지도 해야 했던 피식민자와 함께, 박정희, 최규하, 백인엽,유석창, 이선근, 황석영, 김중업, 최승희, 김동진, 현제명 등등의 군인, 행정가, 음악가, 소설가, 건축가, 무용가, 작곡가 등등의 만주 경험이 어떻게 현대 한국에 영향을 미쳤는가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강남 개발” “국민교육헌장” “반상회” “재건체조” “국토건설계획” “울산공업단지” “새마을운동” “동백아가씨”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만주 모던’의 저자 한석정은 “만주 출신들-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고 외친다.

‘만주 모던’을 읽고

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만주 모던’은 달고 있는 “만주”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은 사라져 버린 만주국에 관한 책만 아니다. 더더구나 만주 벌판에서 고구려의 뿌리를 찾아 함성을 지르고 싶은 현대 한국인의 로망을 자극하는 책도 아니다. ‘만주 모던’은 한국 현대사에 뭔가 해석이 되지 않는 개발 체제의 뿌리를 “만주”에서 모색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개발 체제는 그 전후의 시대와 물과 기름처럼 맥락이 잘 맞지 않는다. ‘만주 모던’은 1960-1970년대 개발 체제 한국을 뚝 떨어진 시간과 공간 1930-1940년대 국가건설에 질주하던 만주에서 그 출발을 찾아본 역작이다.그래서 ‘만주 모던’은 만주에 관한 책이면서 역설적으로 현대 한국사의 한 부분을 날카롭게 해석한 책이다. 현대 한국사의 고민-식민지 시대의 정의, 친일의 청산, 개발 체제의 분류,군사 정부의 뿌리, 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식민지적 성분, 현대 한국 사회의 마초적 남성성의 원류 등등의 주제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책은 친일 대 민족적 지향이라는 이분법이나 비극적 이산 등의 단순 화법을 넘어,한국 사회의 인화성 주제인 식민주의와 대면해 객관적 평가를 시도한다”

‘만주 모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일 것 같지 않은 학자이다. 운동권 같은 비운동권 재야인사이다. 정치판으로 나설 것 같지만 공부만 한 비정치인이다.시니어 권투 시합에도 참가하는 문무겸비의 학자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 못지않게 빼어난 글솜씨를 갖추었다. 이 책은 저자의 시카고대학 박사 논문을 기본으로 한 ‘만주 건국의 재해석’에서 만주에서 출발, 현대 한국까지 도달한40대 초반부터60대 중반까지 한석정 학문의 여정이다.

근자에 출판된 사회과학 분야의 책 중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만주 모던’이 꼽힌다. ‘만주 모던’은 원전 읽기와 비판적 접근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게 있는 학술서적이다. 그러나 같이 앉아 있으면 지겹지 않게 촌철살인의 멘트를 잘 날리는 저자의 언변이 글로 잘 나타나 무거운 학술서적을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최장집과 한석정 둘 다 시카고대학 출신이다.최장집은 정치학과에서 한석정은 사회학과에서 공부하였다. ‘만주 모던’에서 자주 인용되는 브루스 컴밍스(Bruce Cumings)와 두아라 프래신짓트(Duara Prasenjit)는 한석정이 시카고대학 재학시 사사한 교수들이다. 또 다른 학자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은 한석정과 함께 공부한 동학이다. 알렉시스 더든은2015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사과 선언을 이끌어낸 약 이백 명 외국학자들의 서명을 주도한 공로로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적 접근”은 그 패러다임의 독창적 발상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패러다임의 독창성은 미국 국무성 비밀 해제 자료를 파헤치고 젊음을 바쳐 분석한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에서 온다.후일 많은 사람이 패러다임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평생을 바쳐 자료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커밍스의 학문적 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석정의‘만주 모던’ 연구의 출발점은 만주국 관보 ‘성경시보 盛京時報‘이다.저자는 후일 한국어로 출판된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1932-1936’의 근간이 된 박사논문을 작성할 당시 방대한 양의 ‘성경시보’원문을 파고 들었다. 30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구한 “만주”라는 식민지 제국 경험의 화두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로 접붙여온 한석정의 학문적 집요함을 또한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를 놓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의 양대 흑백론이 판을 치는 곳에서 “만주” 라는 식민지 제국 건국 경험과 현대 한국의 “개발 체제”를 연결시킨 ‘만주 모던’은 무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 한석정은 학자의 일생을 바쳐 “만주”에 파고 드는 집요함으로 주류 현대 한국역사 담론에 비판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단서를 제공한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는 이 책을 접 함으로서 독자로서 저자가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들은‘만주 모던’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하던1930년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피식민자를 만날 것이다. “의식주, 생산, 재생산,로맨스, 문화 생활”까지도 해야 했던 피식민자와 함께, 박정희, 최규하, 백인엽,유석창, 이선근, 황석영, 김중업, 최승희, 김동진, 현제명 등등의 군인, 행정가, 음악가, 소설가, 건축가, 무용가, 작곡가 등등의 만주 경험이 어떻게 현대 한국에 영향을 미쳤는가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강남 개발” “국민교육헌장” “반상회” “재건체조” “국토건설계획” “울산공업단지” “새마을운동” “동백아가씨”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만주 모던’의 저자 한석정은 “만주 출신들-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