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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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호텔지배인, 40세, 우울증 약을 먹는, 모아놓은 돈은 커녕 빚만 잔뜩 있는, 아버지도 없고 자식도 없는 남자.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는 남자.
손에 피는 잔뜩 묻히지만 결국 많은 것을 잃는 남자.
<뜨거운 피>의 주인공 희수에 대해 정리하자면 이건데, 영화 <친구>의 흥행성공 이후로 건달을 다룬 영화 속에서 이런 남자 너무 많이 봐왔다.
<우아한 세계> <초록물고기> 등등.
무기력한 나이든 깡패의 주변이 어떤지, 그 끝이 어떨지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캐비닛>과 <설계자들>에서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간 김언수 작가의 작품이라 줄거리도 살펴보지 않고 샀는데
남들이 하고 또 한 이야기를 김언수 작가마저 반복할 줄이야.
내용을 반으로 줄였어도 별 무리가 없을, 죽고 죽이고 배신하고 배반당하는 이야기가 587페이지 내내 반복된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라는 문구조차 식상하다.
작가의 말을 보니 이번 작품을 쓰려고 따로 취재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곳을 상상 속에서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가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누구를 증오하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간절히 사랑하는지 모두들 알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세계에 속한 당사자가 아닌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그들의 삶을 엿보는 제3자이기에 그걸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인공 희수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전보다 나쁘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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