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쏟아진 드럼통 더미에 깔려 다리 아래부터 하복부까지의 봄이 롤러에 말려 들어가듯이 으스러진 환자가 실려 왔다. 간 신히 살려냈는데 걷기 힘들어했다. 환자는 기타를 잘 친다고 했다.
 회진을 돌 때마다 눈에 기타가 들어왔다. 환자한테 다시 기타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해주었다. 훗날 외래 진료 때 만난 환자는 연 말 공연에서 연주를 잘해냈다며 즐거워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논문을 들여다보고 교정을 보았다. 논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래전 죽은 환자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책의 활자는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의 환영이 논문 더미 위에서 돌아다녔다. 산 자와 죽은자가 논문의 종잇장처럼 갈라져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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