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1
윤흥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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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페이지

귀용은 어쩔 줄 모르고 연방 쩔쩔매는 시늉이었다. 벌겋게 사기된 낯꽃으로 애타게 답을 기다리는 동생을 멀거니 건너다보는 사이에 부용의 마음은 의외로 빨리 진정되었다. 귀용이 당황하면 할수록 그는 외려 더 침착성을 되찾고 있었다. 자신도 이해할수 없는, 참으로 기이한 심리 상태였다. 그것은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커다란 공포감이 잠시 머물다 떠난 자리를 이번에는 온몸 을 녹작지근히 가라앉히는 황홀감이 대신 차지하기 시작했다. 변죄부라도 손에 넣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칠 수 있는 구실이 드디어 수중에 확보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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