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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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여러 가지 기구한 운명을 써서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꾸며가지고 심심한 사람들의 소일거리를 삼는 일이 있으나 그러한 이야기와 같이 곡절 많은 세상사를 그대로 몸에 지니어 한 개의 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p.165)



‘소설, 잇다’ 시리즈 세 번째 책. 근대 작가 이선희와 현대 작가 천희란의 작품에는 ‘불합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타개하고자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선희 작가는 현재를 먼저 보여주며 궁금하게 만든 후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이좋은 부부에게 일어난 비극(「계산서」), 아이를 데리고 추억의 장소로 찾아가는 과부(「여인 명령」) 등 기구한 삶을 담고 있다. 과거의 즐거운 기억은 현실의 고통과 막막함을 더욱 부각한다. 좋았던 시절을 자주 회상하는 주인공이 안타까웠다. 



장편 「여인 명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흥미롭다. 근대화된 식민지 조선이 배경인데 당당한 느낌의 주인공을 따라… 그 시대에 잠시 살다 온 기분이다. 




천희란 작가의 에세이와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이선희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계산서」와 비슷하다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도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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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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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p.177)

 

 

 

저자는 세계에 약 3명 정도 존재하는 한영 문학번역을 전업으로 하는 ‘한국문학 번역가’이다.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외부의 인정을 받기 쉽지 않지만, 문학번역가로 살기를 선택한다. 부커상 비하인드와 문학번역가들이 알아두면 좋을조언까지 담고 있다.

 

 

1부 나는 한국문학 번역가다

2부 이 순간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

3부 목소리에서 활자로

 

 

 

번역에 관한 내용은 예상 밖이었다. 관심 있던 분야고, 굉장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역가에 대한 대우도 좋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문학번역가에게 가혹하다.

 

되풀이 하지만 적극적으로 책을 발굴하고, 샘플을 만들고, 해외 출판사에 책을 어필해서 저작권을 판매하는 일은 번역가가(나아가 몇몇 에이전트들이) 한다. (p.23)

 

 

 

번역본은 번역가 역량에 따른 창작물로 볼 수 있다. 저자가 번역한 《저주 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에 부커상 후보에 오른 건 실력의 증거이다. 부커상은 영어 번역계의 노벨 문학상이라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놀란 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저자의 삶이 너무나 멋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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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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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모호한 상황에서 명확함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이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모호한 상실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가이다. 우리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p.282)




우리는 가까운 이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서서히 마음을 추스른다. 상실을 받아들이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 수 있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모호한 상실은 모호하지 않은 상실보다 어쩌면 더 가혹하다. 



알츠하이머 등 병이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같은 모호한 상실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게 하여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민, 이혼, 입양이나 심리적 부재도 모호한 상실로 볼 수 있다.




모호한 상실을 연구하는 저자는 상담받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 적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이끈다. 


만약에 우리가 불확실한 상실을 접하게 되고 이에 대처하려면 완전한 해결에 대한 욕망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이것이 역설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나 존재에 대한 모호함이 있을 때 그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완벽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 (p.221-222)




모호한 상실은 우리를 무능하게 만들고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게 한다. 동요하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영원히 상실된 것과 회복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여전히 남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저자는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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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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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와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p.258)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다. 근거 없이 비방하고 깎아내리지 말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제대로 알고 비판하기.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역사학자인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특징을 비교 분석하며 책을 시작한다. 우리 사회의 특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후기부터 살펴본다. 한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고,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을 가지기를 권한다.



화풀이만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물론 화가 나니 화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돋보기 들고 차근차근, 엉덩이 붙이고 끈덕지게 공부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인 모두가 일본을 존경해도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동시에 세계인 모두가일본을 무시해도 우리만은 무시해선 안 된다. (p.146-147)




‘위험한 일본책’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우리를 알고 상대를 알며 냉철하게 판단하고 제대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에 담은 내용이 위험한 게 아닌 ‘상식적 견해’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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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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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다가 등 떠밀려 점을 보고, 혼란스러워진다. 

 

어쩌다 보니 앞집에 사는 달드리 씨와 다시 그 점쟁이를 찾아가 더욱 믿기 어려운 말을 듣는다. 런던을 떠나 이스탄불에 가면 지금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알던 것과 다른 진실을 마주할 거라고.

 

점쟁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p.31)

 

 

 

화가인 달드리와 조향사인 앨리스는 동업자로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둘은 이스탄불에서 가이드 칸과 함께 앨리스의 과거를 더듬어간다. 세월이 꽤 흘렀기 때문에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난항을 겪는다.

 

 

 

중간중간 앨리스의 악몽과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앨리스와 달드리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점쟁이의 예언에서 시작된 ‘이상한 여행’은 흐뭇한 미소를 남기며 끝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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