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소금 붉은 도깨비 세트 - 전3권 - 김우경 판타지 동화 살아 있는 글읽기
김우경 지음, 장순일 그림 / 고인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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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소금 붉은 도깨비 - 1. 소금이와 달팽이산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었다. 예전에 성인용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김우경의 판타지 동화라고 쓰인 책표지를 읽고 그저 그런 저학년용 동화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내 예상을 깨고 자연친화적인(?) 문장과 글감으로 무슨 내용일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갈수록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 이름이는 동물친구들이 지어준 새돌소금으로 개명(?)하고 달팽이 산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땅 밑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동식물들을 모두 개성 있는 인물로 묘사하여 이름이의 친구로 등장시키는데,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우리가 평소 그냥 지나치는 달팽이나 지렁이가 말을 하는 장면은 동식물이 정말로 말을 하는데 내가 듣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동화 속에서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이 걸어 다니고 소식을 전하는데, 실제로 밤에 나가서 확인을 하고 싶어졌다. 또한 잘 모르는 동식물이 등장하면 도감처럼 물고기며 나무며 그 그림을 글 옆에 그려놓아 지식을 제공하고 이해를 도와 읽기 편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온갖 동식물들이 개개의 생명으로 다가오면서 그들을 업신여기며 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서는 누구든지 자기가 한가운데야. 으뜸이지. 그래서 모두 자기 눈에 알맞게 보여. 누구나 동무가 되고 이웃이 될 수 있어.”라는 글처럼 나와 인간과 가족 중심으로 살고 있는 내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재미와 함께 자연 사랑의 감동까지 전하는 이 책의 2권이 궁금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

 

검정소금 붉은 도깨비 - 2. 붉은 도깨비와 산신령

달팽이산에 뚫린 구멍으로 물이 모두 빨려 들어가자 물꼬대왕을 찾아 그 구멍을 막으려고 소금이와 왼돌이, 팔떡이 땅 밑으로 여행을 간다. 이제는 등장인물의 의인화가 신선해서 놀라는 재미보다는 소금이가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갈지 궁금해서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소금이가 땅 밑으로 여행을 가서 만나는 존재들마다 마치 어린 왕자가 각 행성에서 만나는 어른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소금이가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하고 안타깝고 내 잘못을 들추어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나쁜 마음을 먹고 자라는 마음버섯에 샘물을 뿌려 덜 자라게 하려는 벌거벗은 아이들, 인간의 개발과 환경파괴에 상처입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안개 늪에 사는 생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반면, 산신령 할아버지나 물꼬대왕은 전래동화 속 주인공과 오버랩 되어 친근한 우리의 정서를 전하고 재미와 웃음을 주고 있다. 무서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달팽이 산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준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도 이처럼 뚝딱 해결되는 방법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들은 바랄 때가 많이 있겠지? 근데 물꼬대왕이 준 도깨비 방망이는 무엇이고 갑자기 왜 등장한 걸까?

 

 

검정소금 붉은 도깨비 - 3. 잔별늪과 물꼬대왕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소금이는 엄마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팽이산의 모든 친구들이 소금이의 친구가 되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도시를 좋아했던 엄마와 달팽이산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빠와 소금이를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그런데도 소금이가 어떤 결핍이나 외로움을 못 느낀 건 아마도 모든 생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친구처럼 지내기 때문일 게다. 특히 무서운 구석이 전혀 없는 김서방 아저씨 도깨비들이 소금이와 숨바꼭질하고 여러 장난을 걸고 노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엄마를 만나고, 결국 달팽이산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것은 막개발이나 환경파괴 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힘이 현실에서는 여전히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금이와 생물친구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도 어려운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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