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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의 도시 ㅣ 사계절 1318 문고 90
장징훙 지음, 허유영 옮김 / 사계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대만 작가가 쓴 책은 거의 처음 읽어봅니다.
모텔의 도시-제목에서 묻어나는 음습함과는 달리
책의 내용이 참 공감가고 작가의 글솜씨와 번역자의 매끄러운
번역에 감탄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타이중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 장징훙은
교사여서인지 17살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만 사회의 추악함과
위선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아주 잘 표현합니다.
어린 소년이 느끼는 내면의 세계에 대한 표현도 좋았지만 소년의
마음속 말들을 할때의 유머러스함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7살 소년 우지룬은 우리나라의 또래 청소년과 생각이 많이 닮아있습니다
아홉살에 아버지를 잃고 큰아버지 집에서 살면서 학교를 다니지만
학교에서는 늘 공부만 최고로 치는 꼰대같은 선생님들과 게임에 집중하거나
잠으로 시간을 때우는 머저리들만 득시글 거리는 거 같아 마음을 두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친구로 느꼈던 수위실 영감조차 속물이란걸 알게되고, 자그마한
사건이 터지면서 학교를 그만두기로 합니다.
유일하게 교류했던 아카오의 도움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모텔에서
일하게 되면서 학교가 아닌 현실세계 역시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최소한 매일 아침 일찍 머리가 이 세계로 돌아오기도 전에 허둥지둥 이
빌어먹을
학교가 정한 옷을 입고 앞으로 꼬박 열 시간을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버스를 타기 위해 뜀박질을 하고, 또 버스에서는 내가 제시간에 이 학교의
교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똥줄을 태우며 시계를 노려보지 않아도 된다.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보다는 내
앞날에
길이 생겼다는 느낌이 더 길고 강렬하게 지속되었다. 내 하루 일과를 오롯이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많은 일들이 그렇다. 이것과 저것을 다 겪어 봐야만 왜 이것은 가까이 가고
싶고
저것은 멀리 도망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학창시절 공부만 하면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고,
매일을 이렇게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시간이 걱정되었습니다.
대만의 현재 모습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알게되면서 자본주의의 사회에서의
교육이란게 이런 모습일 수 밖에 없나 커다란 의문도 품게 되었구요.
열혈청년 우지룬이 바라듯 자신의 고민과 허무함을 내려 놓을 수 있는 대화학교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지기 전에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