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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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사람끼리의 관계이며

시간에 얽힌 기억들의 촉매이다


사실 음식맛만큼 개별적이고 은밀한 것은 드물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공통적인 것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먹던 음식에

향수를 느끼고 그리워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결국 음식과 엄마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 황석영은 다양한 나라에서 먹은 다양한 음식과 추억을

우리에게 들려주는데요.

그러면서도 그 근간에는 어린시절 먹었던 담백하고 토속적인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깔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자라서 전혀 알 수 없는 군대시절의 먹거리들에 대한 회고에서는

가난했던 그 시절의 애환과 배고픈 군인들의 절절함을 느낄 수 있었구요.

흘러간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애플파이와 칵테일은 옛날 흑백 영화를

보는듯한 아련함을 선물해 주더군요.

만주에서 태어나 북쪽에서 생활하다 내려온 이력이 있는 황석영 선생의

어머님이 그리워하시던 음식 노티와 김주석이 좋아하는 감자국수에 얽힌

일화를 보면서는 황석영 선생이 방북했다고 난리가 났던 그 시절이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꼈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먹었던 음식과 그 당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선생의 한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었구요.

낯설고 물선 땅에서 그래도 선생을 위로해준 다양한 음식이 있어 다행이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각 지방마다의 특색있는 음식들도 잘 소개 받았습니다.


나에게 가장 그리운 음식은 경상도에서 흔히 찜나물이라고 하는 들깨탕 비슷한

음식인데요. 겨울철 다양한 나물을 데치고 미더덕이나 조개 혹은 소고기를 넣어

만든 이 음식을 한솥 가득 만들어놓고 추운 바깥에 두고 한 대접씩 떠와

밥 없이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떠나신지 15년이 되었으니 그 추억의 맛을 못본지도 15년.

가슴속에 그리움이 커지는만큼 그 음식에 대한 아릿함도 깊어갑니다,


지금은 우리 네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데 과연

우리아이들이 나중에 그리워할 엄마의 손맛은 무엇이 될까 슬쩍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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