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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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서 읽어서인지

헤세의 마음이 잘 들여다 보이는 시집이었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머리는 좋았지만 신학도의 길을 버리고

서점 점원과 시계공장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헤세.

이 책에는 헤세가 그린 3천여점의 수채화 중에서 고른 작품들도

같이 올라와 있어 헤세의 삶을 엿보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왠지 헤세가

늘 외롭고 현실에 힘겨웠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이 시집을 읽었다.

헤르만 헤세 시집은 젊은 날의 시집,고독한 사람의 음악, 밤의 위안,

새 시집 이렇게 네 챕터로 나눠져 있다.

혼자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도달점은 모두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혼자서 해야만 하는 마지막 걸음...

헤세의 어두움이 묻어있는 문장이다.

첫눈

너도 이제 늙었구나, 초록의 한 해여.

눈에는 이제 생기가 없고, 머리에는 벌써 눈이 쌓였다.

지친 걸음걸이로 죽음을 끌고 다닌다-

나는 너를 따라 함께 죽겠다.

주저하면서 마음은 불안한 오솔길을 걷는다.

눈 속에는 겨울 보리가 불안에 떨며 잠자고 있다.

바람은 벌써 참으로 많은 나뭇가지를 꺾었다.

그 상처 자국이 지금은 나의 갑옷이다.

나는 벌써 참으로 많은 혹독한 죽음을 죽었다.

새 삶이 그 죽음 하나하나의 보상이었다.

어서오라, 죽음이여, 어두운 문이여.

저쪽에서 삶의 합창이 밝게 울려 퍼지고 있다.

죽음 너머의 삶에서 밝음을 찾는 헤세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진다.

하긴 시인은 예민하고 삶의 구석구석에 눈을 돌리지 않고는

시를 쓸 수 없겠지만 헤세는 유난히 힘겨운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은 시집이었다.

게다가 "번역시를 읽는 것은 베일을 쓴 여자와 키스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한 폴 발레리의 말처럼 원서가 아니었기에

헤세의 적확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엔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의 그림은 어둡지 않고 밝아서 힘겨운 그의 삶에서

위안이 되는 시간은 그림 그리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짐작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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