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부이치치 부부의 한계를 껴안는 결혼
닉 부이치치.카나에 부이지치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는 처녀들의 질문 공세를 많이 받는다. 나 또한 그 시기에 고민이 많았고, 생각도 많았으며, 공부도(?) 많이 했었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두시간이 금새 지나가곤 한다. 시간에 쫒겨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지 이야기를 마무리되어 그만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로맨스란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그 마음 그대로 새로운 누군가의 연애스토리를 읽게 된다는 설레임도 있었지만, 외로웠던 시절 대리만족을 느끼며 읽었던 다른 연애관련 책과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최근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면을 느끼며 고민이 많던 시기라 그런지,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게 되었고, 반성도 하며 읽게 되었다. 신앙적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나와는 비교할수 없이 성숙한 부부의 고백 속에 나와 비슷한 경험과 실수의 고백은 나를 안도시켰고, 아직 우리 부부는 멀었구나라고 느끼기도, 이 부분은 우리 남편이 읽으면 좋겠다라고 특별히 체크도 하며 즐겁게 읽어 내려갔다.

우리 부부는 굉장히 잘맞는 부부였고, 해가 더해 갈수록 더욱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더해진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 모든 생각에 대한 전환점이 바로 육아였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아이였음에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육아의 고통은 별개라고 정리하며 인정할 정도로 육아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힘듦은 남편에 대한 불만과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우리 남편은 요즘 만나는 커플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꼭 낳아 길러야 한다고 광고를 하고 다닌다. 그 이유가 혼자만 이런 일을 겪을 순 없단다나 저쨌다나..

닉 부부는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서로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매료된 두 사람의 모습은 읽는 동안 경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내 카나에의 남편과의 결혼에 육체적 한계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고백에 놀랬다. 세상에 뚱뚱하고 날씬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의 장애도 그런 신체적인 특징일 뿐이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선물 하나를 주어도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주었다. 선물을 스스로 풀 수 없는 남편을 위해 그가 직접 풀수 있도록 상자를 개조해서 포장한 아이디어는 같은 여자가 보아도 참 사랑스러웠다. 닉 또한 자신의 한계에 굴하지 않았는데 손으로 반지를 껴줄 수 없으니 아내에게 반지를 미리 넣어둔 크림빵을 먹여달라고 하면서 입으로 반지를 찾아 손가락에 껴주며 프로포즈한 일화를 설명할 때, 반지를 못찾아 당황하다가 겨우 입안에서 찾아 다이아를 위로 올려 겨우 손에 끼던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환호를 지르며 깜짝 프로포즈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또한 함께 스카이 다이빙도 했다면서 아이가 생긴 뒤로 당분간 위험한 스포츠는 자제하기로 했다는.. 정말 못하는 일이 없는 부부이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한계를 껴안고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부창부수. 참 멋진 부부이다.

그런 그들도 신혼 초, 임신, 육아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는 갈등과 한계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대화로 풀어가며, 배려하고 감사하며 해결해 가는 모습들 또한 잘 설명해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을 성자, 성녀로 구분하고 절대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그런 갈등들이 나는 참 고마웠다.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그렇다면 다시 잘해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연애 할 때는 죽어라 '나'에서 '우리'로 되기를 바라다가, 결혼을 한 후에는 '우리'에서 '나'로 돌아가려하는 것. 이것이 부부관계를 가장 소원하게 만드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항상 이야기하던 말이었는데 어느덧 고마움을 잊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마음들이  내안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포도원을 작은 여우가 이것이었구나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아내와 아들을 볼 때마다 더 나은 사람이요 더 나은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138


책의 말미에 적혀있는 고백이다. 나 또한 그 마음에 백프로 공감한다. 남편을 볼때마다 옆에서 더욱 힘이 되어주고 기도로 돕는 아내가 되고 싶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웃음이 부끄럽지 않은 멋지고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게 살기 위하여 나는 더 나은 사람, 뿌리가 견고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렇게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기적이다. 성실한 남편과 예쁜 아이와 함께 하는 평범한 나날들... 실없는 대화와 속깊은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평화롭게 직조되고, 고성과 웃음 소리가 교차되어 터지는 그렇게 꿈꾸던 평범한 가정의 모습. 너무나 평범해 지는 우리의 모습이 낯설고 싫기도 했지만, 이 평범함 조차 누리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앞에 나의 투정은 참 미성숙한 고백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신앙안에 서로를 독려하고, 쓸 것에 부족이 없으며, 서로를 위한 믿음과 사랑안에 아이를 양육하며 비전을 향해 나가는 부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까?

언젠가 고백했었다. 남편의 단점이 기도제목이 되는 순간부터 부부의 제2막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그렇게 남편을 위하여, 남편 또한 나를 위하여 서로의 단점을 껴안고 더욱 깊은 기도를 하는 그런 부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결혼 전에 보았다면 더 좋았겠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결혼 전 데이트하는 커플들 혹은 육아를 막 앞둔(시작한) 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웃으며 안도하며 통쾌해하며 재밌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저자는 참 유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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