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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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화하면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과 같은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자연법칙들은 유전자라는 길 위에 성립된다.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 및 공학기구가 나타나기 전까지 실제 유전자와 염색체를 분석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어서 진화에 있어 유전학(과 발생학)은 생략되거나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되곤 했었다.

고대 어류와 육상 척추동물의 중간다리인 틱탁알릭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닐 슈빈은 유전학 연구 초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전자와 염색체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들을, 실제 창시자들과 나누었던 썰과 함께 연구에 광한 계보와 설명을 써내려간다.

다소 의아했던 점은 틱탁알릭으로 유명한 '내 안의 물고기'라는 책을 쓴 닐 슈빈은, 고생물학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유전학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이다. 유전학과 고생물학은 전혀 관련 없는 분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연관이 있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염색체도 생물이 만들어낸 유기물이니 생물이 죽으면 염색체도 썩어 사라진다. 그러니 화석을 다루는 고생물학자로써 닐 슈빈은 유전학과 연관이 없어보였다. 사실 책을 읽는 중에 고민이 많이 됐다. 유전학에 관한 책을 읽을 것이면 유전학을 전공한 생물학자 책을 읽지 왜 고생물학자가 쓴 유전학 책을 읽는가?

그러나, 7챕터에서는 닐 슈빈의 자기 전공 이야기에 대해서 나온다. 그는 고대 어류와 육상 척추동물의 연관관계를 찾기 위해, 도롱뇽을 통해 도롱뇽 배아의 발의 발달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닐 슈빈은 도롱뇽 발의 발생 순서에 대한 많은 지식을 알게 됐으며 현생 도롱뇽의 수많은 개체를 노가다 뛰며 연구한 결과, 도롱뇽의 다리의 퇴화하는 순서가 도롱뇽 배아 발생 순서의 역순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해당 챕터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단속평형설로 유명한 스티븐 굴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생물의 진화는 우연에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과거 지구로 돌아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생물이 진화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닐 슈빈에 따르면, 생물이 진화(또는 퇴화)하는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생 도롱뇽들은 놀랍게도 공통조상으로부터 분기한지 오래 지나 유전적 격차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총처럼 혀를 발사할 수 있는 턱의 구조와 다리 골격 같은 신체구조가 서로 서로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박쥐와 새의 날개와 같은 수렴진화보다는 가정을 하자면 새의 공통조상이 날수가 없는데 각각의 종들이 개별적으로 날개를 진화시킨 경우에 더 가까울 것이다.
즉 진화는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보면 어떠한 규칙이나 일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지구적으로 생태계에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미래 도롱뇽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미래 도롱뇽의 모습은 지금처럼 혀를 발사할 수 있는 턱구조는 유지하되 팔은 특정 규칙으로 퇴화하여 짧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 다른 동물의 진화 양상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학과 고생물학, 발생학과 진화. 전혀 상관이 없아보였던 두 분야가 끈질긴 연구 끝에 모종의 연관관계를 드러냈다. 7챕터 이전, 유전과 염색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유전학 관련 책에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7챕터만큼은 오직 이 책에서, 틱탁알릭을 위해 발생학을 연구한 고생물학자라는 특이한 타이틀을 가진 닐 슈빈만이 찾아낼 수 있었던 주제이고 다른 유전학을 다루는 책들과 차별할 수 있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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