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란 무엇인가 - 극단의 시대 1945~1991
베른트 슈퇴버 지음, 최승완 옮김 / 역사비평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독일의 역사학자 '베른트 슈퇴브'가 2003년에 쓴 책이 번역되었다.
읽어보니 좌파와 우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세계사 교과서에서 배울 때 냉전의 책임은 소련을 포함한 공산주의 세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들어가서는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력이 책임이 있다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한국전쟁 및 분단과 관련된 것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사실 책임은 공동분담이 된다.
특히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지나칠 정도로 우파의 잘못만 보았던 시각(고등학교 때와는 거꾸로다)을 교정할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양국의 스파이 전쟁에 대한 것이다.
1948년 11월에 영국 외무부가 제안하여 영국과 미국이 알바니아의 정부 전복을 꾀했는데, 결국 이것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미국이 소련, 동독 등 동유럽에 보낸 '라디오 해방' 등의 방송 및 역시 동독 내에서 반공주의 세력의 부활(여기에는 '독일 청소년연맹'과 같은 극우단체 부활도 포함)을 꾀했던 이야기.
서독 내 테러리스트들이 사실은 소련의 지휘를 받았다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동독 국가안전부 스파이 '기욤'이 1970년대 초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개인 보좌관이자 정부 실세로 활동했던 이야기.

한편 서독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반공적이라는 것도 확인된다.
'서독연방 헌법수호청'에서의 공직 지원자들에 대한 신상 조회 및 1970년대의 취업 금지 조치 모두 좌파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1978년에 '제3차 러셀 국제법정'이 열려 서독 정부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1979년에 사민당이 이끄는 주에서 겨우 시정될 수 있었다나?
1956년에 '서독 공산당'이 위헌정당이라 하여 해산된 사건은 꽤 유명한 것이다. 물론 이 정당은 동독의 비밀 훈련을 받았고, 실제로 동독 정부의 간첩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해산이라고 해야겠다.
또한 서독에서 1950년대 이래 동독과의 화해 정책을 추진했던 주요 인사들은 정치적 억압을 당했다고 한다. '헌법수호청'의 초대 청장인 '욘'과 니더작센 주 초대 내무장관 '게레테'가 그렇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이후에 동독으로 망명해서 '대 서독 공작'에 참여....

그러고보면 냉전은 정말 음모로 점철된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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