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제자 교육법 - 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넨 스승 다산의 맞춤형 가르침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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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일침 … 목숨 걸고 공부해도 될까 말까다

[리뷰] 『다산의 제자교육법』(휴머니스트, 2017.09.7)


다산 정약용(1762 ~ 1836)은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이다. 그런 그가 유배 생활 속에서 자연을 벗 삼으며 제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다산 증언첩』이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이를 좀 더 쉽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 정민 교수(한양대 국어국문학과)가 교양서 형식으로 『다산의 제자교육법』을 집필했다.


책은 총 5가지 장으로 구성돼 있다. ▲ 1장 사물에서 읽는 의미(주변의 사물을 통해 이치를 밝히고 있음) ▲ 2장 산거 생활과 이상 주거(산속에서 식물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 ▲ 3장 학문을 해야 하는 까닭(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투덜대는 제자들에게 일침을 가함) ▲ 4장 공부법(구체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줌) ▲ 5장 공직자의 마음가짐(관료가 되었을 때 새겨두어야 할 자세와 태도). 5개의 장은 구별되기 보다는 긴밀하게 엮여있다. 살아가는 게 결국은 모두 매한가지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자세를 갖느냐이다. 욕심과 조급함,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면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학문보다 이익에 눈이 멀면 진정한 학자로 거듭나기 어렵다. 재물과 이익이란 오래가지 못한다. 부귀영화는 한순간이지만 명예는 영원하다.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세상사는 법


정약용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쉬운 비유와 사례들로 깨닫게끔 한다. 물건의 소유욕 관련해선, 어찌 다른 사람들에겐 가볍게 깨지고, 나에겐 오래가기를 바라느냐고 일갈한다. 세상은 지극히 공평하다. 또한 재산이라는 것은 어느 사람들이나 원하지만 그들이 걸어놓은 그림이나 예술품들을 보면 언제나 수수한 풍경이다. 돌밭 옆의 초가집이나 나무다리 곁의 주막집을 보면서 감상하는 것이다.


이익과 재산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정약용은 “지혜를 감추고 부귀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 재앙에서 멀어진다”며 “잠시 묵는 나그네가 집을 치장하고 창고를 채우려 든다면 웃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세상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이다. 나그네가 욕심을 부리려 한다면 얼마나 웃긴 일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그는 “봄꽃의 영화는 열흘을 못 넘긴다”면서 “한때의 득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으스댈 것이 없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은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 돈을 쓸 때는 큰돈을 잘 써야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작은 돈은 철저히 아껴야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강한 자에겐 강하고, 약한 자에겐 한없이 약해야 한다는 게 떠오른다. 부족하더라도 삶의 여유를 가져야 인품이 깊어진다. 절대로 작은 이익에 목숨을 걸면 안 된다. 생활 속에 이치가 깃들어야 한다.


재산보다 지식과 학문이 우선해야


아무래도 유배 생활을 가 있는 정약용이다 보니 더더욱 학문하는 자세를 강조했던 것 같다. 그는 남이 자신을 몰라주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 세상이 나를 부르면 가서 도와주고, 나를 몰라주면 글로써 할 말을 남기라고 했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야 아무런 걸림과 군더더기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약용의 태도는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공자를 인용한 정약용은 상달의 사람은 의리에, 하달의 사람은 이익에 밝다고 지적했다. 나를 낮춰야 남은 나를 올려준다. 나를 높이는 자는 다른 사람이 그를 끌어내린다. 나와 다른 사람은 겸손과 이익과도 연결되고 비유될 수 있다.


정약용이 초월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하나로 간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약용은 “거센 여울과 잔잔한 물결이 섞일 때 물은 무늬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거센 여울이란 협곡을 흐르는 물결을 뜻한다. 거셈과 잔잔함이 섞여야 물은 비로소 무늬를 이룰 수 있다. 정약용은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라며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생겨나기에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이라고 보았다. 그토록 정약용이 사물의 이치를 꿰뚫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다산 정약용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바람과 새싹과 물무늬만 보아도 그는 즐거워했고, 그 안에 어떤 이치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하루를 언제나 벅차했던 다산 정약용이다. 그는 장수가 전쟁에 나아가, 호랑이가 물어뜯으려는 긴박함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공부에는 대충과 느긋함은 절대 없는 것이며, 남들 하는 만큼만 해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목숨 걸고 공부해도 될까 말까한 것이라고 다산은 적었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독서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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