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한 일상에 던지는 크리에이티브한 공상
박지우 지음, 정혜미 그림 / 알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감상의 꼰대를 경계하자 … 일상의 의미 『툭』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와 펼쳤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반드시 고기 앞으로 가라.’는 문구가 보였다. 문구 옆에는 불 길 위에 놓인 고기 꼬챙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웃음이 ‘툭’하고 뿜어 나왔다. 웃음의 소리와 같은 책 『툭』(박지우, 정혜미, 알키, 2017)에 나온 내용이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에 겪은 일부터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일상의 모습에 숨은 의미를 개그처럼 비평했다. 책을 읽으면 몇 가지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하나는 지은이가 어린 시절 남자친구를 만나러 야밤에 선크림을 바르는 내용이다. 엄마는 지은이에게 왜 밤에 선크림을 바르냐고 했고, 지은이는 달빛에 자외선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때의 기억을 되짚으며, 지은이는 다음처럼 적었다. ‘그땐 내가 기지를 발휘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아량을 발휘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일상을 지은이는 독특한 시각으로 내면을 바라본 것이다. ‘감상의 꼰대’라는 내용이 있다. 영화를 한 번 본 지은이가 친구에게 영화를 추천하여 같이 본 경험이었다. 이때 지은이는 친구가 특정 장면에서 웃지 않는지, 대사를 이해했는지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을 글로 시처럼 썼는데, 충격적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감상의 꼰대가 회사와 사회라는 거대 조직에서도 같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겪은 일이 자신에게는 쉬워 보이는 것처럼, 또한 사회를 많이 겪은 어른은 사회를 처음 보는 아이의 시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지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그림 역시 독창적이었다. 스케치 그림에 일상의 물건들이 끼워져 있다. 다시 말하면 일상 물건을 놓고 스케치를 한 셈이었다. 예로, 사과를 태양에 비유한 그림이나 렌즈 통을 안경에 비유한 그림을 들 수 있다. ‘층간 소음’이라는 제목에서는 기둥을 초콜릿 과자로 내세운 그림이 있다. 위아래 층 모두 달달하게 지내자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우주선 몸체를 건전지로 놓거나, 깎은 연필 끝을 쥐의 얼굴로 놓아 제목과 글이 그림과 조화를 이루도록 잘 그렸다.



‘익명’이라는 작품도 좋았다. 글은 ‘단 하나만 감추고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림에는 자물쇠 모양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4월의 다른 이름은 축의금이라는 설명과 함께 여자가 녹색 상추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힘없는 나를 앞세워 바람에 휘날리게 하는 당신의 행동은 연날리기인가, 엿 날리기인가.’라는 설명과 함께 티백으로 연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울려 시너지 효과 이상의 느낌을 주었다. 그저 간편하게 ‘툭’ 누워서 읽을 만한 책이지만 그 간편함 속에 복잡한 세상 진리가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깊은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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