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 같은 장소 다른 생각, 평온한 나의 오피스 멘탈을 위하여
함규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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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한테만 느끼는 감정 경멸

[서평]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함규정(기업인) , 알에이치코리아, 2019. 12.05)

 

1976년 인류학자 홀(Edward T. Hall)은 의사소통에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가 있다고 보았다. 고맥락 문화는 한두 개의 단어만으로도 의미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고맥락 문화권에 속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에 다양한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때론 다른 의미도 숨어 있다.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은 다양한 감정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법과 표현하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단어나 문장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고맥락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인들의 경우, 대화를 하면서 단순히 언어만 가지고 상대방의 뜻을 파악하는 건 위험하다. 표정과 몸짓을 통해 상대의 정황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알아내야 소통이 안전해지고 원활해진다. 표정을 파악하게 하는 얼굴근육은 5천여 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전반적인 자세와 몸짓까지 전체적으로 살필 줄 알아야 감정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를 읽는 도구인 감정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완벽한 착각이다.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차단하거나 아예 없던 상태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감정을 너무 억누르는 것은 본인 자신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는 사회다. 회사생활을 할 경우 상대방에게서 나타나는 감정을 제대로 읽으면 유용할 때가 많다. 업무 중에 실수를 하고 불안해하는 인턴직원에게 무조건 다그치지 않고 먼저 상황부터 확인한 다음 차근차근 업무를 가르쳐줄 수 있다. 또는 동료에게 격려를 보내 용기를 줄 수 있다. 사람이기에 감정으로서 소통이 가능하고 파악도 가능한 것인데, 그 어떤 동물이 이러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경멸은 오직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만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독특하다. 동물이나 식물, 물체나 물건 등을 대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감정이다. 경멸에 반대되는 감정은 바로 존중이다. 이외 슬픔, 우월감, 경멸 등 셀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상대방의 시선, 앉은 자세, 손의 움직임 등으로 우리는 감정을 관찰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여러 사례를 통해 인물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그 사람이 특정 감정을 드러내기 전후의 상황을 관찰하며 상대를 파악하는 법을 익혀보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감정 역시 숨기고 싶어도 잘 숨겨지지 않는다. 예로 기분 좋은 사람치고 힘없이 조용히 다니는 사람은 없다. 또 다른 감정인 화의 경우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나 강도는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씩씩거리면서 깊은 숨을 쉬지 못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며 주먹을 쥐기도 하고, 근육이 긴장되어 뻣뻣해지기도 한다.

 

결국은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세상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에 입사하면서 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 “저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일을 하면서 제가 혹시 당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감정은 드러내는 것만큼 상대가 파악하기를 바라며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도구다. 사회생활을 위해 이러한 도구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책에는 특정 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도 소개되었다. 예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사람의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연상되는 단어를 적어보라고 요청한 실험이 있다. 대부분 총, , 뾰족한 못, 비판, 질책 등 부정적인 단어들을 적어냈다. 인류에게는 비슷한 감정 선이 있는 듯했다. 또한 손가락 하나를 펼쳐서 흔드는 대신 손바닥 전체를 펼쳐 보이며 설명하면, 포용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대를 설득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덜 위압적이고 덜 공격적으로 보인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속에 감정그릇이 들어 있다. 그릇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담는 데 사용하는 용기이므로, 당연히 용량이 정해져 있다. 저자는 가장 빠르게 감정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스킨십을 꼽았다. 안아주는 것이다. 체온을 느끼면 감정이 빠르게 회복된다. 속상했던 감정에서 빨리 회복되는 건 분명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피에로 같은 사람을 깊이 알게 하는 심리서라는 느낌이 컸으며, 가면 뒤로 숨어버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 알고, 그와 전혀 다른 내용에 당황했기는 했다. 하지만 감정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감정을 사용하고 있는 상대와 스스로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살펴보게 하는 장점이 있는 책인 거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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