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 시인 노리코

[서평]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바라기 노리코 저, 윤수현 저, 윤수현 역, 스타북스, 2019. 06.10.)

 

사람들에게 그래도 사세요.’라는 말을 전하는 시인이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가 그렇다.

 

시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네 감수성 정도는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 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

 

저자는 말했다. 좋은 시에는 사람의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또 좋은 시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어내 주기도 한다고. 타인의 마음을 해방시켜 준다는 것은 사람에게는 원래 부드러운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내 준다는 것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풍부한 감수성이 있다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동주와 그의 시를 사랑했던 노리코

 

책을 읽던 중 맘에 드는 시 구절이 또 있었다. 벚꽃」 …….//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를 한적히 걸으면/ 한순간/ 명승처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야말로 정상 상태/ 생은 사랑스러운 신기루라고.

 

시집의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포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 시는 다음과 같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 나는 무척 덤벙거렸고/ 나는 너무도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저자는 일본에 의한 한국의 식민통치를 풍경 속의 작은 에피소드로 등장시키며 조근조근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부 치하의 한국인들이 겪었을 치욕을 실감나게 그렸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가 없다. 그러나 한국시에는 그 가 있다.”

 

1956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이바라기 노리코는 자기 치유의 한 방법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도운 분은 홍윤숙 시인이었다. 1990년에 마침내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은 12명의 한국 현대시인들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한국현대시선을 출간했다. 그 주아 가장 좋아하던 시인은 윤동주였다. 그런데 같은 일본인들은 윤동주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했다.

 

노리코가 보기에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이기에 앞서, 젊음이나 순결을 그대로 간직한 맑고 깨끗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노리코는 윤동주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지적인 분위기, 티끌 한 점 없을 것 같은 밝고 순수한 모습에서 내가 어릴 적 무척이나 우러러봤던 대학생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는 어떤 그리운 감정이 겹치면서 윤동주의 인상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언제나 수선화와 같은 상큼한 향기를 풍겨 후대의 모든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실제로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혼자서는 생기발랄」 ……. //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둘이 모이면 더욱 외롭다// 여럿이 모이면/ 타 타 타 타 타 타락이로군// 사랑하는 사람이여/ 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그대/ 혼자 있을 때 생기발랄한 사람으로/ 있어 주세요.

 

노리코는 2006217일 지주막하출혈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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