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마마
샐리 클락 지음, 김성순 옮김 / 영림카디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거절할 수 있는 권리야말로 성(性)적 주도권

[리뷰] 『워리어 마마』(샐리 클락, 영림카디널, 2019. 02.25)

 

딸을 키우는 부모라면 딸에게 ‘남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치기 일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딸이 10대에 가까워질수록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남을 위한만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는 법도 가르치지 않아서다.

 

자신보다 남을 위하며 자라난 딸들은 이성이나 친구에게 싫어도 싫다고 못하는 원초적인 무력감을 자신의 내면 깊숙이 품게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싫어’라고 말하는 딸들로 키워야하는 것이다.『워리어 마마』는 딸들을 안전하고 강하게 기르기 위한 교훈을 성폭력 피해자들, 심리치료사들, 육아전문가들의 입을 모아 전하고 있는 책이다.

 



딸 가진 부모라면 스스로를 먼저 인식하라

 

딸에게 친구란 나이가 몇 살이든 오랜 세월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10대 소녀에게 친한 친구는 거의 공기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친구들에게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따돌림 당하여 고립되며 낌새를 채고 위로하는 척 접근하는 남자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책은 이렇게 방황하는 딸들을 올바로 성교육 시키는 법과 딸 가진 부모로서 가져야 할 인식 등을 소개됐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나온다. 어머니란 단순히 양육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싸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다양한 차원에서 싸우고 이기는 사람이다. 현 정부와 많은 것들을 놓고 싸워야 하는 지금 이 시기, 우리 사회, 우리 문화에 절실히 필요한 존재이다. 부모라면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어떻게 하며,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미디어 활용법도 알려주어야 한다.

 

딸들을 효율적으로 키우려면 무엇보다 엄마가 먼저 우리 자신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부모로서 자신의 몸이나 직감, 경계인식에 정통한 전문가가 되고, 자신의 감성적인 욕구에 충실할 수 있다면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더 선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성욕을 자신의 책임의식 아래 도덕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의 성적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할 수 있음을 늘 인식시켜야 한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책임감

 

저자는 15살 때 데이트강간을 당한 적이 있어 곧 10대가 되는 자신의 딸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항상 지니고 있었다. 워리어 마마, 즉 걱정하는 엄마인 것이다. 공포를 극복하려고 상당한 상담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저자는 오랫동안 데이트강간을 당한 15살 소녀에 머물러야만 했다. 다행히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고 자기계발 강의를 들었으며 워크숍에도 참가한 뒤에야 건강한 연인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딸들이 10대가 되기 훨씬 전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을 깨달았다. 목소리 내기는 훈련과 연습으로 가능하다. 예로 학교에서 한 커플씩 앞으로 나와 상황 극을 펼치는 방법도 있다. 한쪽이 “포옹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상대방은 ‘좋아요’나 ‘싫어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대답한다. 단순해 보이는 훈련이지만 자신에게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거절을 당한 사람은 왜 상대가 거절을 했는지 이해를 한다. 여자라고 여자의 몸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절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방법은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명상을 통해 올바른 성정체성 발견하는 법 역시 필요하다. 저자는 명상하는 방법과 의의를 책에 자세히 소개해 두었다.

 

다큐멘터리 오지 체험을 보면 여성들이 모여 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고대부터의 생존 풍습이기도 한다. 저자는 함께 살아가는 부족처럼 여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서클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간을 당했던 여자들의 경우 자존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습관을 체화하기 어려운데, 힘들게 견뎌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상대가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엄마들이 맘 카페를 만들고 종종 실제로 모여 서로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핏속에 내재된 생존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신을 안정하게 만드는 법과, 올바른 성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설명 내내 여자를 ‘성폭행 당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구분한 이분법적 설명으로 인하여 약간의 거부감이 생기기는 했다. 예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성폭행을 당했든 당하지 않았든, 수많은 여자들이 동성친구에게 인정을 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굳이 ‘성폭행을 당했든 당하지 않았든’이라는 문장을 넣어야 했나 의문이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줄 수 있는 주제는 ‘성(性)’ 말고도 여러 가지이지만, 이 책은 엄마 이외의 모든 여성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주는 효과를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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